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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심리상담평생교육원 원문보기 글쓴이: 김동현
성인 및 노인 미술치료
다양한 정신장애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미술치료 적용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상세하게 다루지 않고, 대표적으로 섭식장애와 노인 미술치료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1. 섭식장애환자를 위한 미술치료
(1) 섭식장애의 종류와 특성
섭식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과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으로 분류되는 정신과 신체에 심각하고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정신질환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음식섭취에 계속적 통제와 더불어 지나친 신체활동을 하고 위험할 정도로 몸무게를 감소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신경성 폭식증은 폭식을 한 후에 스스로 구토하거나 이뇨제, 하제 등을 사용하여 체중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섭식장애는 최근 수십 년에 걸쳐서 계속적 증가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는 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소아기에도 나타날 수 있으나, 전형적으로는 사춘기 전후와 초기 성인기의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임상연구와 인구 표본에 의하면 이러한 증상의 90% 이상이 여성에 해당한다. 발달단계와 성장 시기에 있는 섭식장애 청소년들은 음식섭취를 거부하고 오직 몸매만을 생각하며 몸무게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살며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된다.
섭식장애환자의 공통된 특징은 신체상에 대한 왜곡과 인지장애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체에 대해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과 환경을 감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황폐해져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접촉에 대해서도 보통과 다르게 행동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병에 대한 지식도 잘 알고 있으며 더불어 분석적 해석까지 한다. 그런 반면 정서적, 사회적, 성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억제, 두려움 혹은 공포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지속적으로 보인다.
식욕부진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데 결함을 가지며, 감정표현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섭식장애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려는 헛도니 노력을 한다. 섭식장애인들은 자기 존중감이 낮다. 그러나 외적으로 그러한 것을 나타내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거만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또한 불확실하고 불안한 자신의 생활을 견뎌내기 위하여 자신의 일이나 의무수행 등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에 매달린다. 그러나 자신이 정한 높은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하면 자신을 공격하고 학대하며 미워한다. 따라서 섭식장애환자들은 자율성 결여와 자기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또한 폭식증은 좌절감 극복이 어렵고 만성적인 우울증에 빠지며, 불안증세가 계속되며 심한 죄의식을 가지는 경향이 많다.
식욕부진증과 폭식증 환자들은 자주 약물남용 및 알코올 남용을 함께 하며 호르몬의 이상, 심장병, 내장손상, 불안장애와 강박장애나 정신병의 부수적 장애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심각한 병으로 장기간 계속되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삶 전체를 황폐하게 하거나 심하면 생명의 위험까지 이르게 된다.
(2) 원인
섭식장애의 원인은 다양하고 치료 또한 쉽지 않다. 일반적인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가족적 요인, 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한다.
① 생물학적 요인
신경성 식욕부진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며, 일란성 쌍생아가 이란성 쌍생아보다 발병률이 더 높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의 기초함량과 대사과정에 이상이 있다고 본다. 신경성 폭식증의 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② 심리적 요인
정신분석학적 가설에 의하면 섭식장애는 한편으로는 성적 충동의 억제로 발병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모자관계의 갈등이나 문제에서 야기된다고 본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여성들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비정상적 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어머니에게 과도하게 의존적이 됨으로써, 자녀는 자아발달 기능이 저하되고 자신감을 잃게 되며, 퇴행된 상태로 있고 싶어 한다.
③ 가족적 요인
가족력에서 섭식장애, 우울증, 기분장애, 알코올 중독증, 물질남용 및 물질의존도가 높다. 비만과의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는 연구는 없다. 가족간의 지나친 친밀감, 과잉보호, 완고함, 갈등해결 기피경향이 요인이 될 수 있다.
④ 사회문화적 요인
섭식장애는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성의 날씬함과 완벽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준다고 본다.
(3) 미술치료의 의미
구미(歐美)의 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섭식장애를 위한 다양한 치료형태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술치료는 전체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치료는 섭식장애화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다른 차원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사소통 가능성을 연결시켜주는 기회를 준다는데 큰 이점이 있다. 이러한 미술치료는 대부분 다른 치료팀과 한 팀이 되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섭식장애를 위한 미술치료는 다른 종류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장기간의 치료를 요한다.
섭식장애환자는 자신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의식하거나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나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무능력감이 강화되고 자기 확신에 대한 회의가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의사소통이 봉쇄된다.
여기서 미술치료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리나, 그림 혹은 미술작업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두렵고 위협적인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통풍구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미술활동에서 판타지, 상상 등을 통하여 환자들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간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미술활동을 통하여 융의 말처럼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능동적으로 문제에 다가가며, 치료사와 함께 주체자로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언어나 행동으로써 자신을 표출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은, 그림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그들은 그림이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자신을 나타내며, 자신의 내적 상황들이 그림의 상징으로 표출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환자들을 자유롭고 자율적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미술치료의 과제이다.
섭식환자는 미술치료의 초기에 즉흥적 그림이나 미술활동을 통하여 자기통제를 상실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나타나지만, 바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화면이라는 안정도니 공간을 통하여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자기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즉 자가통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병적 세계를 벗어나 상상력과 판타지의 세계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4) 미술치료 계획
섭식장애환자를 위한 미술치료는 개인 미술치료와 집단 미술치료로 나뉘어 진다. 개인치료를 받는 환자도 나중에는 집단치료에 합류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다. 치료의 기간과 시간은 정해진 것이 없으나, 일반적으로 개인치료는 주 1회 정도를 하며, 집단치료는 주 2~3회식 10주 정도를 하거나 더 오랜 기간을 할 수 있다. 시간도 초기에는 1시간을 하고 점차 시간을 1시간 30분 정도로 늘일 수 도 있다. 집단의 크기는 8~10명 정도가 적절하다. 미술치료의 주제는 자유와, 놀이를 겸한 미술치료, 난화, 얼굴 그리기, 종이와 점토를 이용한 상상세계 제작, 이상적 신체 그리기, 조각 작업 등이다. 미술재료는 치료실에 개방되어 있어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5) 섭식장애환자 그림의 특징
머피(Murphy)는 섭식장애환자를 위한 미술치료를 통하여, 그들의 그림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모티브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Murphy,1986).
그림 모티브의 네 가지 범주는 다음과 같다:
① 명백하게 나타나는 형상, 예를 들어 소용돌이와 바닥이 없거나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
② 동물, 대부분 개와 말
③ 꽃과 식물, 선인장과 가시나무
④ 풍경화와 정원
머피에 의하여 이러한 그림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환자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감과 속박된 느낌을 가질 경우이며, 이러한 그림들은 환자가 과거의 방어 행동, 특이한 행동, 음식거부와 강박적 행동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표시한다. 머피는 섭식환자들을 위한 미술치료 경험에 의해서 환자들의 초기 그림에 자주 나타나는 회오리나 소용돌이 양식은, 환자가 자신의 개인적 표현능력과 인가관계의 어려움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개나 말과 같은 동물표현은 신체적 활동에 대한 환자의 욕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꽃과 식물을 그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세한 것을 잘 묘사하고 관찰력이 좋다는 것을 나타낸다. 꽃과 식물 그림은 환자 자신을 바로 그러한 식물이나 꽃과 같이 느낀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은 자신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치료적 진전이라고 본다. 풍경화와 나무들은 주로 치료의 후반부에 자주 나타난다. 풍경화는 일반적으로 대칭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나무를 그리는 것은 성장의 과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데, 두 나무를 대칭적으로 그리는 경우 정신에 있어서 대립의 양극화와 분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본다.
섭식장애환자들의 인물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에는 자신들의 신체왜곡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다. 다시 말해서 그림은 균형이 잡히지 않고 유아적 표현이 나타나며, 팔과 다리는 마치 부속품처럼 달려있고 발도 바깥쪽으로 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체상은 아주 길고 가는 형태로 그리거나 만화에 나오는 인형과 같은 소녀를 그리며, 인물은 꽃밭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섭식장애환자들은 반복되는 그림을 자주 그리지만, 치료를 통하여 그림과 행동과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동일한 모티브를 그린다 하여도 그림에 변화나 진전이 있으면, 그들의 마음도 더 안정을 느끼며,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들은 그림이 자신에게 확실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며, 그림을 통하여 자신을 느끼고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환자는 그림에서 자신의 감정과 대변할 수 있게 되며, 자율적 태도와 자세를 가지게 된다.
(6) 미술치료 사례
다음은 유럽에서 최초로 섭식장애환자들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한, 독일 뮌헨에 있는 막스-플랑크 정신의학 연구소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Gerlighoff, 1988).
이 연구소에서는 1982년부터 섭식장애환자들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여, 1989년에 주간병원을 마련하였다. 1994년에는 16가구의 주택으로 구성된 주간병원 형태를 만들었는데, 현재는 이곳이 섭식장애자들을 위한 치료센터가 되었다. 이곳의 치료모델은 네 단계로 나뉘어지는데, 환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단계적으로 따른다:
① 동기유발 단계(6주)
② 주간병원 단계(4개월)
③ 외래진료 단계(1년)
④ 자립 단계(6개월)
주간병원의 일과와 프로그램에 따르면, 환자들은 주말을 포함하여 매일 아침 8시 반에 병원으로 와서, 정해진 일전에 따라 하루를 보내고 5시에 통합되어 머무르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낮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부엌일, 장보기, 일돕기, 서로에게 피드백주기, 섭식장애증상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 위기상황에서 환자들을 서로 돕기, 가족과 친구들 초대, 섭식장애에 대한 정보강의에 동참하는 것 등이다. 또한 이러한 단계에는 다양한 치료들이 함께 연계되어 이루어지는데, 대화치료, 영향섭취 프로그램, 창의적 미술치료, 신체인지치료, 이완연습, 사회성 기르기 연습, 자신에 대한 기록, 가족집단 치료와 치료적 주거 집단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섭식장애 환자치료 중에 창의적 미술치료는 중요한 치료모델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느낌들을 규명하고 받아들이거나 그러한 것들을 표현할 능력은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주간병원 단계에서는 하루의 일과를 음악과 춤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환자들에게 그들의 현재 느낌에 해당하는 것을 동작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며 이것을 언어로 나타내도록 한다. 예를 들어 환자들은 자신의 동작에서 분노, 슬픔, 허탈감, 불안, 고통, 즐거움, 기쁨 등의 말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술치료 프로그램의 중요한 과제는 자신과 관련된 창의성을 고무하고 끌어내는 것이다.
창의적 미술치료의 주된 목적은 환자들이 자율적이고 직접적인 자기표현을 위한 출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통하여 섭식환자들이 자주 그렇듯이 완벽한 예술품을 만들려는 높은 욕구와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치료를 통하여 그들의 개인적 인지, 표현 가능성과 의사소통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창의적 미술치료의 활동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난화, 상상의 그림에 나타난 자기표현,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그림, 가족 그리기, 자화상, 자아상 조각, 자신의 증상 그리기, 집단그림과 조각 등이다. 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인형들을 비치해두고 환자들이 간단한 재료, 종이, 천, 수건, 티tu츠 등으로 인형에게 옷을 만들어 입히는 시도를 한다. 또한 미술치료를 통한 이러한 창의적 작업은 그들이 함께 하는 식사와도 연계되어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식기를 선택하는 것, 식탁을 꽃으로 장식하고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 넓은 유리 쟁반에 식욕효과를 주는 과일을 담아 놓은 것 등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며 무엇을 소원 할 수 있고 작은 꿈을 실현하며, 어떤 독창적인 것과 완성한 것에 대한 기쁨을 가지며, 집단원들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들은 번갈아가며 계절에 어울리는 꽃들로 그들이 지내는 공간을 장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창의적 미술치료는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운다. 이 프로그램은 외래진료 단계에서도 계속되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 창의적 미술치료에서는 그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작업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2. 노인미술치료
(1) 노년의 의미와 특성
기원전 로마의 정치가이며 웅변가이자 문인이었던 키케로는 60세가 넘어『노년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내놓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년의 불행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러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현인답게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하고 있다. 키케로는 노년에 중요한 것은 결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며, 젊었을 때의 열정은 노년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의 생활철학을 통하여 말한다(키케로, 2002). 키케로는 자신도 노년에 들어서기 시작하여 쓴 이 주제를 통하여, 노년이란 죽음을 두려워하며 사는 단계가 아니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사려 깊고 영향력과 판단력이 풍부해지는 시기이며, 노인들은 자신에게 속하지 않을 것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존재라고 한다. 이처럼 기원전부터 노년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였다.
전통적으로 경노사상이 강조되어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도, 근래에 들어 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노인의 지위가 과거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노인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메스미디어나 일상을 통해서도 자주 접하게 되었으며, 그에 관한 연구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99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령인구, 노인 건강, 주택, 거주 등의 주제들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나, 노년기의 삶의 질, 여가활동, 노인들의 심리 사회적 문제, 정체성 등에 관한 접근은 아직 미비한 상태이다. 더구나 노인환자들을 위한 심리치료적, 예술치료적 접근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상황들이 변하게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었던 직업생활에서 은퇴하게 되고, 이러한 사회적 은퇴는 경제적 능력의 상실도 의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신체적 적응력도 퇴화되고 친구 혹은 상대자의 질병이나 죽음을 경험하며, 자식가족들과의 분리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증가한다. 이에 따른 문제로 인하여 노인들이 자주 심리적 상실감, 소외감, 외로움, 우울증 혹은 일상생활에서 권태를 느끼고 활동에 대한 욕구나 동기가 감소된다. 그리하여 노인들은 많은 면에 수동적 태도를 가지거나 무관심이 증대되고, 나아가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생활적응이 필요하다. 그들은 직업생활의 변화에 따른 생활설계, 경제적 관리, 여가활용, 주거문제 등에 관하여, 이제까지의 삶의 형태와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병이나 장애로 인하여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찾아야 되며, 그곳에서의 집단생활 등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에릭슨(Erikson)은 정체성이론을 통하여 인생의 전체 발달과정을 8단계로 분류하여, 인간이 삶의 과정마다 이루어야 할 발달과업들은 긍정 대 부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생의 각 단계마다 발생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다음 단계를 위한 중요한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한다(Erikson, 1988). 그는 인생주기의 마지막 단계를 통합 대절망의 시기(integrity vs. despair)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언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시기는 노년기에 해당되는데, 이 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위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율성의 감소, 자기에 대한 절망과 혐오 등이 일어나는 것이나, 노인이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책임질 때, 자신의 정체성은 통합적 의미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의 통합성에 이르기 위한 특성으로, 에릭슨은 인간의 ‘지혜’를 들고 있다. 그에 의하면, “지혜는, 그것이 체계적으로 혹은 맹목적으로 표현되든지 간에, 죽음 그 자체에 직면하여 삶 그 자체에 대해 가지는 초연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인데,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됨에도 불구하고 경험의 통합을 유지하고 전달한다.”(한성열, 2000) 에릭슨은 자신의 노년기를 경험하면서 노인들의 잠재력과 창의성이 과소평가 되는 데 대하여 “노인은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으나, 생상적일 수도 창의적일 수도 있다”(위의 책)고 하였다. 이처럼 노년의 현상적 특성으로는 운동감각 둔화, 기억력 감퇴, 사회적 참여에 있어서 동기나 흥미 부족, 적응력의 약화 등이 있다. 그러나 노년기의 이러한 부정의 의미의 신체적, 심리 사회적 특성은, 일반적인 것으로만 평가하기보다 개인의 삶과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함께 제시한다.
노년의 특성에 근거하여 노년기를 부정적인 인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에릭슨의 주장처럼 노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인 지혜를 어떻게 노년기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노년을 긍정적 단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체적, 사회적 기능의 저하는 노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적인 세계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과 연관하여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생의 철학과 실전철학에 기반을 둔 교육철학자 볼로우(Bollnow)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비판하며, 노년이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도전이라고 보았다(Bollnow, 1966). 인간은 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신체적 약화 혹은 병이나 다른 문제들도 겪게 되지만, 노년기에도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인들의 정신적-영적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의 본(Bonn) 노년학파에서 조사한 종단연구에 의하면,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노인들은, 자신을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긍정적 자아상을 가지고 있으며, 더 적극적이고 행동력이 있으며, 사회적 환경에 수긍되며 인정받고 더 독립적이다(Lehr, 1987). 이 연구에 의하면 일련의 요소들, 즉 학력, 시작/출발능력, 직업적 훈련, 자극이 되는 환경, 이제까지의 삶의 양상, 사회적, 생태학적 조건들이, 달력에 의한 나이보다 인간의 행동과 경험에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인다.
(2) 노인미술치료의 의미
노년기에 당면하게 되는 신체적, 사회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신적-영적 활동을 꾸준히 하는 노인들은, “자신을 스스로 개발하는 활동적 유기체로서, 또한 변화하는 사회구고 속에서 자신을 사회적-문화적 주체로서 볼 수 있게 된다.”(Veelken, 1990) 노인들이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요양소 등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은 가정에서도 혼자서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규치적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서 집단적 활동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많은 활력과 대화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집단모임의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활동들 중에 예술적, 창의적 활동은 노인들에게 자기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 활동은 생활의 도전이며, 그러한 활동에서 미적 인식을 의식하게 되고, 자신의 주체적 체험과의 만남, 특정한 정신적 자율성이 다루어진다(정여주, 1995). 즉 예술 활동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자신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도와주는 기회가 된다.
노인들은 미술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의사소통가능성과 표현가능성을 발견하여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미술활동을 통하여 노인들은 억제하고 있거나 회피하고 있는 의식적, 무의식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생에서 피할수 없는 죽음에 대한 주제도 미술을 통하여 다루게 됨으로써, 노인은 자신의 삶의 종말을 능동적으로 직면하는 것을 배운다. 그러한 결과로 자기신뢰감과 자신의 변화된 생활을 수용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노인미술치료는 노년기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병이나 장애를 경감시키거나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병이나 장애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류마치스, 파킨슨, 암, 심장병, 치매, 마비증이 있는 노인환자와 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있는 노인들을 위한 미술치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서 미술치료는 노인들에게 심리적 편안함과 주변 환경과 자연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감각 및 운동능력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며, 그들의 내면세계에 있는 판타지를 현실세계와 연결시켜주는 효과를 준다(Mees-Christeller, 1996). 또한 뇌손상을 당한 노인환자들에게는 감각장애와 인지장애를 보상하게 하고 그림을 통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Wichellhaus, 1996).
(3) 노인미술치료의 목적
노인 미술치료의 목적을 세우기 위해서 우선 노인들의 심리적, 육체적 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따라 방향을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미술치료는 노인병원이나 요양소 등에 거주하는 노인집단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노인집단, 그리고 개인으로 구분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미술치료는 장애나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노인들에게도 적용하게 된다. 이처럼 미술치료는 장소와 대상에 따라 하위목적이 달라질 수 있으나, 근본에 있어서는 공통적인 상위 목적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적 혹은 외적 활동에 있어서 노인들의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기능들을 고려하여 미술치료의 목적과 방법을 세워야 한다.
페촐트에 의하여 노인집단치료의 일반적 목적은 다른 집단치료 목적과는 달리, 노인들에게 그들이 ‘살아온 삶에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삶을 마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Petzold, 1985). 이러한 목적은 미술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치료의 목적에는 이러한 관점 외에도 미적 활동을 통하여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더 강하게 의식하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일상적 외적 세계와의 대화, 삶의 긍정과 수용, 자아실현, 나아가 창의성 개발과 재활적 관점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미술치료는 노인들에게 사회에 대한 지속적 참여를 유지하도록 도우며, 신체-감각기능의 장애와 병을 예방 혹은 완화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노인 미술치료는 그들의 정서적, 사회적, 영적 혹은 종교적 차원을 다루어줄 수 있어야 한다.
(4) 노인미술치료 구상과 주제
노인 미술치료를 위한 구상은 노인들의 다양한 개인적 특성에 맞출 수 있어야 하며, 미술치료 시간마다 각 노인환자 및 노인집단을 위한 계획을 다시 세우고 확장해야 한다. 미술치료 초기에 대략적으로 세운 목표설정은 각 환자들과의 작업을 통하여 특수화되고 구체화된다(Wenge, 1993).
노인 미술치료의 주제는 일반적으로 그들의 삶을 회상하는 주제, 그들에게 중요했던 사건이나 경험, 삶을 마감하기 위한 준비, 정체성 체험, 죽음에 대한 불안, 상실감, 희망, 소원, 과거-현재-미래,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영적-종교적 체험의 표현과 창의성의 장려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깨어있는 상태, 세계와의 연결고리, 즐거움과 긍정적 체험’ (Mees-Christeller, 1996)도 노인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주제들이다. 또한 그들의 운동성과 감각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주제들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미술치료는 노인들의 주된 주제가 되는 죽음, 병, 외로움, 불안, 문제점 등에만 국한하지 않고, 나아가 노인들에게 정서적 활기와 심리적 안정감과 신체적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방향에도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주제와 활동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 미술치료 형태, 기법, 재료, 시간
노인미술치료는 목적에 따라 치료의 형태도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치료형태는 개인치료와 집단치료가 있다. 미술치료실은 가능한 노인들의 장애나 신체적 불편함을 고려하여, 활동이 자유로울 수 있는 큰 공간이어야 한다. 개인미술치료인 경우에는 개인의 장애나 병에 따라 방이나 환자의 병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치료실뿐만 아니라, 복도도 환자에게 창의적 자극을 줄 수 있고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꾸며져야 한다.
노인미술치료에 주로 적용되는 기법은 노인들의 감각과 근육운동을 활성화시키며, 자신들의 삶을 회상하며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그에 따라 콜라주, 핑거페인팅, 수채화, 연필이나 분필/파스텔로 그리기와 후각가극을 위한 아로마 치료나 동작치료와 미술치료의 통합, 점토작업, 티슈 콜라주, 곡물 모자이크, 모빌 만들기, 가면 만들기, 한지 작업 등이 있다. 재료는 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무엇보다 노인들의 능력과 상황에 따른 제시가 중요하다. 치료시간은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시간이 적당한데, 가장 많이 적용되는 시간은 1시간이다.
(6) 치료사 역할과 치료적 관계
노인미술치료에서 치료사는 일반적으로 노인ㅇ보다 연령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미술치료에서는 노인들이 치료사를 자식 혹은 손자, 손녀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치료사를 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노인들이 부모나 조부모의 역할로서 치료사를 대하기 때문에 치료의 상황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치료사는 일반적으로 노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상응하는 존경심과 겸손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서, 노인들이 치료상황에 노인으로서의 대접을 받는 것에 맍고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 때문에 노인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감정을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분출하거나 나타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미술치료사는 무엇보다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양가감정들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치료사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과제인 죽음과 죽음에 대한 불안 등을 수용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미술치료사는 무엇보다 노인들의 그림을 통하여 나타나는 이러한 숨겨진 감정들을 볼 수 있고,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와 기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벵게(Wenge)에 의하면, 노인미술치료의 중요한 핵심은 창의적 활동을 하는 환자와 치료사, 환자와 환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Wenge, 1993). 이러한 관점에서 치료사는 치유적 과정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 치료사는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치료사를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미술치료사는 노인들에게 자신들의 상황은 인생에서 불가피한 것임과 동시에, 인생의 각 단계마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치료목표를 계획할 때에, 노인 개인과 노인의 병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한 후에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치료사는 환자들 개인적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미술치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식과 준비성, 민감하고, 공감을 하는 동반자적 입장으로 환자에게 미술활동을 장려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효과적 미술치료를 위한 시작이 된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7) 노인미술치료 사례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치료의 영역이 확장되어 가면서 노인들을 위한 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치료사 및 봉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사례들이 문헌적으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노인을 위한 미술치료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음은 미술치료사이면서 동시에 조형대학에 재직하는 윤형자 교수와 한혜순 씨가 대구광역시 남구 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한 미술치료 프로젝트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윤형자 한혜순, 2002).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대상자는 여성 10명이며, 65세 이상에서 75세 이하로 복지관에서 실시한 스트레스 검사에서 수치가 가장 높은 노인들이다. 미술치료는 2001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에 걸쳐 1주일에 1회, 각 2시간씩 총 24회기로 복지관에서 이루어졌다. 이 복지관에서 실시한 미술치료의 목적은 “첫째, 전기 여성 노인이 미술치료를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표출함으로써, 긍정적 자아관을 확립하고 가족 내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둘째, 참가자들이 신체 기능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대응방법을 습득하고 사회 참여활동을 통해 후기 노령기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도록 원조한다.”(대구 남구 종합 복지관)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난화그리기, 콜라주, KHTP 작업, 소망의 나무, 내면의 근원-물리 근원, 물감으로 표현한 색놀이, 그림감상, 자화상, 나의 땅, 나의 우주, 우리의 우주, 점토작업, 만다라, 공동작업, 작품 액자제작, 전시회 등이었다.
25회기를 걸쳐 이루어진 미술치료의 결과에 대해 윤형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즉 “미술치료 초기에는 노인들은 미술도구를 다루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였고, 대화에도 소극적이었으며 집단응집력이 더디게 이루어 졌다. 그러나 6개월의 시간 동안 이들은 초기에 폐쇄적인 태도나 자기를 비하하는 말들이 줄어들었고 집단원간의 대인관계도 훨씬 원만해져 보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두 미술치료사는 “삶이 활기 있어졌어요.”라는 한 참가자의 고백을 통하여 미술치료의 효과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노인들을 위한 미술치료가 “정서에 도움을 주는 보약”이라는 결론을 지으며, 이러한 활동이 노인복지 프로그램에 적용되기를 기대하였다.
이와는 달리 노인요양소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2년 동안 매주 1회씩 미술치료를 실시하는 사례도 있다. 경북 봉화요양원에서 미술치료 자원봉사를 하는 이순희 씨는 미술을 전공하였고, 미술치료연구소에서 미술치료 과정을 마친 여성이다. 그는 이곳에 거주하는 60여명의 노인들 중에 미술치료에 참가하는 노인들의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상태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집단미술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내용은 주로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나무그리기, 꽃 그리기, 자화상, 유년기의 놀이나 활동, 옷본 만들기, 자연물을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계절과 명절에 적절한 주제, 카드제작, 공동화, 만다라, 콜라주 등이다.
이순희에 의하면 노인 미술치료의 참가자들은 미술을 통하여 다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을 더 잘 나타낸다. 예를 들어, 노인들은 꼴라주 작업에서는 평소에 말로써 표현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회상, 여성으로서의 미적인 보상심리, 어머니로서의 역할, 애정과 성적 욕구의 표현 등을 나타낸다. 또한 노인들은 만다라 그림을 통하여 정신건강에 변화를 보이며, 자신들의 만다라들로 작업장소를 아름답게 전시하고 있어서, 이 주제는 참가자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순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미술치료가 “그림을 통해 안전하게 발산되는 감정이 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건강한 정신을 갖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생각했다.” (봉화요양원 소식, 제 7호(2002,1 ,1))라고 전한다.
독일의 성 마리엔 병원에 있는 노인 병동에서 미술치료사는 일하는 벵게는 노인미술치료를 통하여, 노인병원의 미술치료 조건과 형태와 치료구상을 제시하며 몇 가지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미술치료에서의 노인미술영역에 관심을 환기시켰다. 노인 병동에서 미술치료에 참가한 노인들의 뇌졸중 발병 후의 반신불구 혹은 완전불구, 관절염 환자, 노인성 우울증, 치매환자들이었다(Wenge, 1993).
벵게의 사례 중에서 75세의 한 여성 환자는 노년우울증으로 노인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소외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더욱 우울증이 깊어지게 되었으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미술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 노인은 집단미술치료에서 모든 것을 치료사에게 물어보고 혼자서 결정을 짓지 못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치료사에게 거부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것은 자신의 과거 생활에서 빈번히 일어났던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이 여성 환자는 미술치료를 통하여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게 되었고, 미술을 통한 창의적 작업으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자신의 과거를 수용하게 되었다. 그녀는 미술치료를 통하여 활기를 찾게 되었고, 다른 환자들에게도 다가가게 되었으며, 자신의 소외감을 잊게 되었다.
그의 다른 사례로는 85세 여성 환자로 왼쪽 뇌졸증을 가졌으며 언어에 문제를 보였다. 미술치료에서는 사람을 구성하는데, 처음에는 잘못하였으나, 점차적으로 사람의 상세한 부분까지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환자는 미술치료와 언어치료를 동시에 받음으로써 언어적, 신체적 회복이 빨리 된 예로 소개된다.
밀러(Miller)는 영국에서 노인을 위한 일반 시설과 노인 병동에 거주하는 80세~90세 노인들에게 미술치료를 실시하였다. 이들은 거의 치유될 수 없는 병을 가진 노인들로서 가까워진 죽음에 대한 불안과 자신에 대한 방어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밀러는 노인들이 죽음에 대한 방어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밀러는 노인들이 죽음에 대한 이해와 삶의 즐거움에 대한 실존적 수긍과 더불어 죽음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목표에 미술치료의 초점을 두었다(Miller, 1986). 그에 의하면 미술치료는 노인들에게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적어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양자선택의 기회를 준다. 이러한 곳에서의 미술치료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노인들의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불안, 분노, 두려움, 죽음을 수용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며, 갈등을 단계적으로 감소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처.
<미술치료의 이해> 정여주저.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