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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전수회관
정선5일장이 서는 날엔 어김없이 정선아리랑 소리공연이 펼쳐진다.
정선5일장마다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정선아리랑 창극.
공연 연습에 한창인 군립정선아리랑예술단.
아라리 학당에서 정선아리랑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정선군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인 태백산맥이 지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어디를 바라보아도 산밖에 보이지 않는다. 창원에서 자가용으로 5시간 넘게 달려 정선군에 들어서면서 먼저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높고 험한 고개를 어떻게 넘어 다녔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옛날 시집와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오도 가도 못하는 첩첩산중에 있는 고을 정선군. 정선아리랑 탄생 배경에는 사방이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정선군의 들머리인 남면에 들어섰을 때 아치형 모양의 커다란 대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둥근 문양은 아리랑을 상징한 듯했고, 문에는 ‘정선 아리랑의 발상지 남면입니다’라는 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남면에서 국도를 타고 10여 분 지나면 정선읍에 들어선다. 아라리 촌, 아라리 공원, 아라리 휴게소, 아라리 펜션, 아라리 빵집, 아라리 용역, 아라리 대리석, 아라리 송편…어딜 가나 아라리란 말이 붙어 있다. 정선이 왜 아라리의 고장인지 실감이 났다. ◆정선아리랑 문화재단 학자들은 아리랑이 가장 잘 보전 전승 발전되고 있는 지역으로 정선군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선아리랑은 1971년 12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1976년부터 해마다 정선아리랑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음반 제작, 책자 발간, 연구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축적해 왔다. 전국 정선아리랑 경창대회와 전승보존단체를 운영하면서 소리꾼을 발굴해 왔다. 정선아리랑 문화재단(이사장 이종영·이하 문화재단)은 정선아리랑의 보존 전승 발전의 사령탑이다. 여러 지자체에서 문화재단의 운영방식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으며 올해 밀양시에서도 다녀갔다. 문화재단은 군청 바로 옆에 위치한 정선문화예술회관 안에 있다. 정선아리랑이 정선군 문화의 총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문화재단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상근인원은 이사장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의외로 단출하다. 문화재단이 직접 관여하는 일보다 전수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일을 잘하도록 돕고 지원하는 역할이 많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이사장과 이사회, 자문위원회, 경영기획팀, 문화사업팀, 연구개발팀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준 김우영 팀장은 연구개발팀에 속해 있다. 김 팀장은 “정선아리랑 연구 조사 학술 관련 사업을 총괄하며,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재단이 하는 주요 업무는 정선아리랑 원형의 보존과 전승, 현대적 인프라 구축, 콘텐츠 개발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단이 모든 사업을 다 할 수는 없고, 정선아리랑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 민간 단체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아리랑을 벤치마킹하러 온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도 관은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지원해 민간단체가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정선아리랑의 전승과 보존 교육 공연 등에 관여하고 있는 단체는 정선아리랑 전수회,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정선아리랑 공연예술원, 아라리 인형의 집, 정선아라리 배움터, 정선아리랑 연구소 등 다양하다. 이들은 정선아리랑을 젊은 세대에게 가르치고, 정선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통해 정선아리랑을 널리 알리고 있다. 김 팀장은 “전승은 전문 소리꾼을 양성하는 특별전승과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일반전승으로 나뉜다. 전수회는 기능보유자 4명, 5년의 전수교육을 거친 이수자 6명, 전수 장학생 4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지난 2001년 여량면 여량리 아우라지 강변에 건립된 전수회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단의 업무는 크게 교육사업, 보존사업, 연구사업,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교육사업은 말 그대로 젊은 세대에게 정선아리랑을 가르치고, 타지 사람들에게 정선아리랑을 알리고 보급하는 걸 말한다. 교육사업은 전수학교 운영, 춤사위 보급, 체험학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재단에서는 보존작업으로 온라인 웹 사이트, ‘정선아리랑 디지털 도서관’, 정선아리랑의 유형화를 위한 ‘오선보’, ‘정간보’, ‘선율선보’, ‘숫자보’ 형식의 표준악보 제작, 가사집 및 소리 CD 제작, 모던 음반 제작 등 정선아리랑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정리해 저장하고 있다. ◆명물이 된 정선5일장 상설공연 매달 2·7일 열리는 정선5일장은 정선군이 자랑하는 명물 중 하나이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5일장에는 고랭지 기후에서 키운 신토불이 산나물과 채소가 감질나게 나와 길손을 즐겁게 한다. 정선읍 5일장은 장 그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장날 때마다 오후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장터에서 정선아리랑 소리공연이 펼쳐지고, 인근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정선아리랑을 소재로 한 창극이 열린다. 이 공연을 하는 팀은 40여 명으로 구성된 군립아리랑예술단이다. 예술단 단원들은 읍내 장뿐 아니라 고한 사북 임계 등 군내 7개 장터를 순회하기에 거의 매일 공연을 하고 연습을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문화예술회관은 예술단 단원들의 장구연습이 한창이었다. 장터공연은 정선아라리 특유의 유장한 가락과 구성진 사투리가 다양한 현대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정선아리랑 창극은 김도후 예술감독의 연출로 매년 새롭게 정선아리랑을 재해석해 탄생하는 무대이다. 2013년도판 정선아리랑 창극은 지난 4월 27일 첫선을 보였다. 공연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 총 50회가량 운영되며 매회 공연시간은 60분이다. 올해 창극의 제목인 ‘신들의 소리’는 총 18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극 내용은 고려말 아우라지 처녀 아리(최진실 역)와 고려의 충직한 장군 여랑(이헌석 역)의 애절한 사랑과 애환을 담은 이야기로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예술감독과 전문배우 4명이 상임단원으로 채용돼 극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됐다. 예술단은 2013년도에 정선5일장 기간 중(4~11월) 문화예술회관, 정선5일장, 아라리촌 등에서 관광객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총 290여 회 공연할 계획이다. ◆정선아리랑 우리나라 모든 아리랑의 모태, 어머니로 불리는 정선아리랑은 우리나라 아리랑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모든 아리랑의 모태라고 불린다. 정선아리랑은 ‘정선아라리’라고도 하며, 정선지역에서는 ‘아라리’라는 말이 더 일반화돼 있다. 여기에는 ‘아라리’에 대한 정선 사람들의 자부심이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아라리는 강원도를 비롯해 경기도 동부 충청남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에 이르기까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퍼진 우리 고유의 소리다. 이렇게 아라리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강원지역에서 누구나 부르고, 사람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읊을 수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부를 수 있고, 현재까지 불리고 있는 노래이다. 정선아리랑의 역사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선아리랑이 ‘아리랑’ 또는 ‘아라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점은 조선후기 이후로 알려졌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정선 사람들이 아라리라고 고집하는 정선아리랑은 쓸쓸하고 힘에 부치는 삶의 매듭을 한 올 한 올 풀어주는 소리이자 언어”라며 “정선아리랑은 묻혀 사는 설움, 구구절절한 그리움, 시집살이에 대한 버거움과 원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가슴에 서린 한의 응어리를 곰삭히고 풀어내는 카타르시스 작용도 했다”고 말했다. 정선아리랑은 다른 아리랑에 비해 채록된 사설(가사)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재 8700여 수의 가사가 채록되고 있다. 진도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과 달리 최고음과 최저음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목이 터지는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리듬이 소박하고 가락이 단조로워 가락만 익히면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무한정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소장은 “명확한 음계와 가사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토씨를 바꾸고 단어를 바꿔가며 나름대로 자유롭게 노랫말을 만들어 부르다 보니, 정선아리랑을 ‘찍어다 붙이면 되는 소리’라 한다”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정선군 제공 김도후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예술감독 “정선은 모든 아리랑의 고향… 세계로 나갈 준비 끝났다” “정선아리랑은 모든 아리랑의 고향이다. 거기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모든 자연의 소리와 우리들 삶,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다.” 김도후(사진)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예술감독은 정선아리랑 예찬론자였다. 김 감독뿐 아니라 기자가 만나 본 정선사람들이 모두 예찬론자라고 할 만큼 자부심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운사 나운규의 영화로 알려진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과 구분해 흔히 본조 아리랑이라고 하지만, 연원을 보면 본조는 정선아리랑이다. 나운규의 아리랑은 경기아리랑을 편곡해 만든 곡이며, 그 경기아리랑의 토대가 바로 정선아리랑이다. 정선이야말로 원조고 원형이다.” 그는 정선아리랑의 시원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다른 아리랑은 정형화된 틀이 있지만, 유장한 정선아리랑은 재해석되고 활용될 여지가 많고, 몇천 수에 달하는 노랫말을 갖고 있다. 정선아리랑에는 우리 민족과 역사가 모두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선아리랑이 잘 보존되고 널리 확산된 바탕에는 정선아리랑에 대한 군민들의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역민의 관심이 높다. 정선 사람들은 대부분 한 대목씩 부를 수 있다. 여기 오면서 보았겠지만 간판도 그렇고 아라리가 안 들어 간 곳이 없다. 밀양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밀양아리랑축제도 둘러보았지만 밀양아리랑은 들을 수 없었다. 진도아리랑이 과거형이라면 정선아리랑은 진행형이다.” 현재 40명에 달하는 군립아리랑예술단의 예술감독과 함께 (사)정선아리랑공연예술원 원장, 아라리예술극장 대표, 극단무연시의 대표 등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매년 정선아리랑으로 창극을 만들어 공연하고 있다. 그는 “조그만 군 단위에 군립예술단이 있고, 상임제도가 생겼고, 매년 새 공연을 하고 있다”며 “정선아리랑은 세계로 나갈 준비가 끝났다. 다른 지역서 10년 안에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1999년 정선아리랑을 공연화 작업으로 ‘헛소동아라리’란 작품을 올린 데 이어 그동안 아! 정선, 정선아리랑 신들의 소리, 아우라지, 거칠현, 정선아리랑 마당극-맹진사댁 경사, 총체극-아리랑어울림, 총체극-아리랑고개 등 올해로 15년째 새로운 공연을 해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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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소식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날마다 좋은 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