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한국의 탄생화와 부부꽃배달 / 풍년화
당신의 배우자는 아직도 천사이며 슈퍼맨입니까? 아니면 지금은 악당이거나 못난이입니까?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조록나무과]의 [풍년화]입니다. 이름 멋지죠? 남부지방에는 지금쯤 노란 풍년화가 한창 피기 시작할텐데요,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의 꽃나무들이 그렇듯이 [풍년화]도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는 나무입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히어리와 비슷하고 멀리서보면 생강나무나 산수유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꽃잎이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종이를 가늘게 찢어 묶어놓은 치렁치렁한 모양입니다.
일본에서는 산에서 야생나무로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식재해서 정원수로 살아갑니다. 기록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인 1930년 경에 지금의 서울 홍릉 산림과학원에 처음 가져다 심은 이후 전국에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국립수목원 식물도감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풍년화 외에 잎에 붉은 기가 있는 중국풍년화, 미국에서 온 풍년화와 그 원예종들을 합쳐 27종의 풍년화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풍년화의 일본식 한자 표기 만작(澫作)은 풍작을 의미하는데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이름을 정할 때 원명인 풍작의 의미를 살려 [풍년화]라 하였다고 합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한 겨울인데 홀로 꽃을 피워 마치 열매처럼 치렁치렁 달려있는 꽃잎을 보며 일본의 옛 선조들은 곡식이 달려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래서 이 아이가 일찍 피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이름도 풍년화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뜻을 가진 [풍년화]의 꽃말은 [악령과 저주]입니다. 이 꽃말을 지어준 사람의 눈에는 꽃잎의 모양이 다른 꽃들과 다르게 치렁치렁한 모습에서 악마의 모습을 상상했나 봅니다. 아마도 그는 서양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같은 꽃의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은 곡식의 풍요를, 어떤 사람은 악령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를 판단하는 관념이 달라집니다. 철학자 칸트는 `사람들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보이는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믿는데로 보게 된다`고 말합니다.
12지간의 띠에도 있는 뱀과 그 상상체인 용도 동양에서는 친근하고 상서로운 동물이지만 서양에서는 악의 상징입니다. 용띠이신 분이 서양친구에게 나는 용띠라서 용의 기운을 타고 났다고 말을 하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릅니다. 뱀띠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우리에게 귀엽고 실제로도 이로운 곤충인 잠자리도 서양인의 눈에는 Dragonfly입니다. 서양 영화에서 외계인 악당 로봇의 모습은 잠자리의 머리 모양에서 많이 차용한 느낌이 납니다. 너무나 맛있는 해조류인 김, 미역, 다시마도 서양인에게는 치렁치렁하고 흐물흐물한 모습에서 악령을 상상하고 기피 음식이 됩니다. 물론 세계화의 영향으로 동서양의 이런 관념이 많이 희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의식이 관념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이 의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똑 같은 것도 당신이 어떤 관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치인들은 교묘하게 이런 것들을 이용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지역 감정도 나쁜 정치인들이 사람들에게 못된 관념을 심어 놓은 것입니다. 나라와 나라, 종교와 종교 사이에도 이런 관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흔히 자기들은 선하고 상대는 악하다는 선악의 개념으로 발전합니다. 그것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마침내 싸움이 되어 테러나 전쟁으로 발전합니다.
개인과 개인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을 좋게 생각하면 그가 설령 잘못을 하였다 해도 그것은 그의 어쩔수 없는 실수였다 생각하고 그를 변호해줍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잘한 일도 밉게만 보이고 질투와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됩니다.
당신의 배우자는 어떻습니까? 젊었을 때와는 달리 좀 못나고 모자라게 느껴집니까? 아니면 아직까지 여전히 사랑스럽고 듬직하게 느껴지십니까? 전자라면 당신의 배우자는 아마 계속 그렇게 못난 사람으로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자라면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에게 여전히 천사이고 슈퍼맨일 것입니다.
오늘의 꽃인 [풍년화]를 보면서 배우자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보고자 하는데로 그는 그렇게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