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분이나 관련 연구 업계에 계신 분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질문의 항목은 다름 아닌 '다이어트'...
그 분은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촌충을 찾고 있는듯 했습니다.
아...
촌충 다이어트라니...
실제로 1930, 40년대 미국에서는 촌충을 이용한 다이어트가 반짝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촌충알을 파는 곳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촌충(Tapeworm) 다이어트 광고. 안전하다는 문구도 보인다.>

<1950년대 미국의 촌충 다이어트 광고와 촌충 알이 들어 있는 다이어트 약(!)>
참...
기도 안찹니다.
그들의 말과 믿음에 의하면 촌충과 같은 기생충은 숙주의 영양분을 모두 가져 가기 때문에
기생충을 몸 속에 보유(!)한 사람은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저절로 살이 빠지며
나중에 촌충이 자라나면 약이나 특수한 외과적 수술로 제거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듯 해 보입니다.
엄청난 구충제의 효능은 광고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있으므로
저렇게만 하면 정말로 살이 쑥쑥 빠질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구충제로 해결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들. 기생충을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과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기생충은 말 그대로 벌레의 모양을 한 거대(?) 생명체들로 10~20cm의 크기가 흔하다.
기생충은 그저 보기에 징그러운 것이나, 몸 안에 다른 생명체가 산다는 정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인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결국에는 목숨을 빼앗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 인간의 몸에서 나온 촌충. 약 3m의 길이. 일본 기생충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건강 좀 안좋아지면 어때...'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충제 먹고 정 안되면 수술 받으면 되지 뭐 하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사이 저 벌레들이 자신의 장기를, 장을, 간을, 뇌를 파 뚫고 다닌다면
그저 기분이 좀 나빠지고 말게 되는 것일까요?
촌충 다이어트로 살이 빠졌다는 오페라 가수 마리아칼라스도 그저 소문만 있을 뿐
증명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설령 나 하나 그런 방법으로 살이 빠진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그렇게 내가 잘 '길러 준' 촌충들이 내 가족에게로, 내 이웃에게로 퍼져 나가
그들의 건강을 좀 먹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그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 다이어트 방법에 충분한 일리가 있다고 칩시다.
기생충이 숙주의 영양분을 모두 가져가니 전혀 '공갈', '구라'도 아닐 것입니다.
기생충을 가진 사람이나 동물들이 배들배들 말라가는 꼴을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기 위해 폐결핵이나 암, AIDS에 걸려 보는 건 어떻습니까?
대체 어떤 이야기로, 대체 어떤 비유를 들어 이 정신 나간 믿음을 없애줄 수 있을런지...
그저, 한숨만 끊임없이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