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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오늘은 북송의 수도였던 개봉으로 가는 날이다. 밤에 그토록 아름답던 자태를 뽐내던 27탑이 차창 밖으로 칙칙한 색깔을 띠고 서 있다. 이날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최고 기온이 어제의 최저 기온보다도 낮다. 하긴 11월이나 어제까지의 날씨가 이상기온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첫 번째 들른 곳은 철탑이다. 옛날 개보사에 있었기 때문에 개보사탑이라고 부른다는데 절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절과 관련된 유적이라고는 가다보면 접인전이라고 하는 건물만 남아 있을 뿐. 한창 국화철이어서 가는 곳마다 꽃으로 장식을 해놓았다. 부처가 꽃을 집어들자 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띠었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를 생각나게 하는 조형물이다. 이곳은 절은 어디 가고 하나의 거대한 공원으로 변모해 있었다. 양쪽으로는 중국의 명승지를 소개한 이미지들을 붙여 놓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탑이 보인다. 천하제일탑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그 이름에 걸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락세계라는 글자가 새겨진 석패방 뒤로 철탑이 보인다. 아직까지 전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 중간에 보이는 건물은 접인전이다. 접인전 앞도 아름다운 꽃으로 한껏 치장을 해놓았다. 우리나라도 꽃 피는 철이면 좀 신경을 써서 조경을 해놓으면 더 멋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천상과 승려, 낙타 등으로 꾸민 접인전 앞은 작년의 실크로드 여행을 떠올리게 하였다. 휴일이어서인지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접인전. 옛날의 절이었을 당시의 건물이지 싶은데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듯 아무도 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복원한 것인지 그렇게 고색창연해 보이지도 않았다. 드디어 전모를 드러낸 철탑. 유약을 발라 구운 유리벽돌을 이용해 쌓았는데 산화되어 적갈색을 띠게 되어 멀리서 보면 녹슨 철로 만든 탑 같이 보인다고 하여 철탑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근처는 연꽃 등 모두 불교와 관련 있는 조각이며 조형물 등으로 꾸며놓았다. 탑이 너무 삐쭉하기만 한 듯해서 가볍게 보았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생각보다 웅장했다. 탑신에는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 벽돌 자체에도 불상을 넣었고... 괴수를 표현한 벽돌도 있었다. 가장 익숙하게 보이는 불상은 이런 것. 층마다 추녀 끝쪽에는 잡상과 종을 매달아놓았고... 탑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아주 좁아서 윗층으로 갈수록 사람이 교행을 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안쪽에도 이렇게 유약을 발라 구운 불상을 설치해놓았다. 나중에 층수를 표시한 것인지 붉은 페인트로 저렇게 대충 써놓았다. 고소공포증과 폐소공포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장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2층이 거의 끝이었다. 그 끝에 무슨 부처의 조각이 있었다는데 너무 캄캄하기도 하고 또 오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세히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각도를 달리 하니 아름다운 호수가 보였다. 우리가 온 쪽의 모습. 중간에 보이는 건물이 접인전이다. 이 탑 안을 오르는 데는 35원씩을 따로 내야 했다. 나는 모모씨가 30원을 내줘서 5원어치밖에 고생을 하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10명 정도씩 끊어서 그 일행이 다 나오면 다시 보내고 해야 하는데 돈을 벌 욕심인지 계속 사람을 넣어서 많이 복잡했다. 내려오니 무슨 행사가 있는지 송대의 관복 차림을 한 대열이 나타났다. 탑쪽을 보고 절을 하는 대열. 오른쪽 사람은 <천녀유혼>에 나오는 등짐을 지고 있다.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아서... 나오는 길. 플라타너스 가로수와 연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 찾은 곳은 상국사다. 왕가의 절이면서 당시 개봉에서는 최대 규모의 시장도 섰다는 곳이다. 중국의 절을 하루에 하나씩 3개나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두 산문이랄 수 있는 입구는 소박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역시 국화로 장식. 낙양은 이격비 같은 사람이 <모란기>을 남겼을 만큼 모란으로 유명한 곳인데 모란 철이 되면 와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국사의 대웅전. 앞쪽에 큰 향로가 있고 양쪽으로는 탑이 서 있다. 대웅전 대웅전 앞도 국화로 장식한 용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대웅전의 불상. 상당히 우리나라의 불상과 비슷했다. 나한전. 팔이 긴 저 나한은 가는 곳마다 돋보인다. 동림사의 팔이 긴 나한이 생각났다. 그곳의 나한은 천장까지 팔이 닿았는데... 옆에서 본 대웅전의 불상 나한전 위쪽의 부처 대웅전 뒤쪽에 있는 건물의 천수관음상 가장 뒤쪽에 위치한 장경각. 이곳의 장경각은 한국의 것과는 규모가 달랐다. 우리는 그야말로 불경과 서판을 넣어두는 서고의 성격이 강한데... 장경각 앞의 佛자. 가만히 보면 부처가 말, 아니 코끼리 같은 탈것을 타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상국사를 나오는 길에 보이는 노지심이 버드나무를 뿌리째 뽑는 형상. 상국사는 수호전의 무대 중 하나였다. 오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포공사. 포청천으로 널리 알려진 포증의 사당이다. 개봉청제명기 비석. 지금 가리키는 곳이 포증의 이름이 있는 곳이다. 역대 개봉판관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인데 저마다 포증의 이름을 찾아서 손으로 짚는 바람에 저렇게 닳아버렸다. 포증의 화상을 새긴 것을 탁본한 것. 실제 크기와 같은 등신상이라고 한다. 옆의 액자는 포증이 남긴 가훈이다. 관리로 나가서 부정한 짓을 하는 자는 선영에 묻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이다. 우리나라에도 포증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이 작두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드라마에서 신분별로 개작두, 용작두... 하던 것이 생각 났다. 집법여산이라는 현판 아래의 포증 밀랍상. 시커먼 얼굴은 비슷한데 미간에 반달 같은 것은 없다. 앞에는 작두가 있고... 다른 건물 안에 있는 포증의 청동상 이곳에도 국화 장식이. 포공이라는 글자를 멋지게 장식하였다. 공(公)자를 구성하는 八자는 수염의 형태이고 반달 같은 모형은 여기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