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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 그 여운 으로 감동에 젖을수 있는 일이 있을까
20여년 이산 저산을 다녔지만
멋있다. 좋다는 느낌은 늘 받았지만 마음이 찡한 감동은 없었다.
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던 오늘의 지리산 산행 얘기는 다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어머니같이 포근한 산이다.
아버지는 설악이라는데..
몆 차례 성삼재에서 백무동까지 종주하고 중산리에서 정상을 오르는건 거의 18년만이다.
보고 파도 가고 싶어도 쉽게 갈수 없는것이 아니 바쁜듯 바쁜게 인생살이가 아닐까?
아침에 기상하니 바람이 너무 분다. 하늘도 흐려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지루한 일상보다는 가는것이 후회하지 않을것 같아 오래 전에 가본 중산리 쪽으로 향한다.
아마도 2007년인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이쪽으로 천왕봉을 오른것 같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 가파르고 멀었다는 느낌이다. 오르면서 몇번인가 쉬었다는거..
중산리 가는길은 낯설은듯 아닌듯하다. 단성ic 에서 내려 시천 이라는 곳을 지나 30여분을 더 가니 중산리다.
생각보다 먼데 탐방지원센터 가기전
넓은 주차장에서 차량을 통제해 거기에 주차를 한다.
계단을 올라가니 상가지역인데 택시가 있길래 탐방센터 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나 물으니 30분 걸린다 하여 택시를 탄다(6,000원)
탐방지원센터 바로앞엔 주차장공사를 하고 있다.
여기 온지가 18년이니 처음 온듯 가물가물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잘모르겠다. 센터 바로 옆에는 순두류가는 버스를 탄다고 줄을 서있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약 5분정도를 도로 따라 걸으면 왼쪽으로 들머리가 나온다.
마침 하산하는사람이 있어 기념샷을 하나 부탁하고 본격산행에 나선다. 이곳은 역시 국립이다.
무명의 산에서 귀하디 귀한 사람이 널려 있다 해야 하나?
산행내내 등산객의 물결이다.
칼바위 가기전 부부인 듯한 사람이 쉬고 있길래 말을 붙여보니 당진에서 3시간 넘게 걸려 왔다 하는데 법계사로 해서 천왕봉찍고 순두류에서 버스로 하산 한단다.
그들을 지나쳐 출발 30분만에 다소 유명한 칼바위에 도착한다
오르는길은 온통 돌계단이다.
아마도 산 전체를 돌계단으로 포장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바위 지나쳐 바로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법계사 거쳐 천왕봉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장터목 가는 길이다.
난 오늘 장터목으로 해서 능선인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을 올랐다가 법계사쪽으로 내려와 순두류에서 버스로 하산할 예정이다.
시계방향의 산행이다
왼편으로 접어들어 돌계단을 오르는데 장터목으로 오르는 사람은 나뿐인것 같다. 오르는 내내 내려오는 사람은 있어도 오르는 사람은 나 뿐이다.
산 아래 단풍은 세월가는게 싫은듯 새파란데 어쩌다 성질 급한놈도 있다. 빠알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는..
빨리 피면 빨리 가야되는데
꾸역꾸역 오르는데 나이지긋한 분이 내려오는데 서울에서 왔다는데 새벽3시에 올라서 일출도 못보고 내려가는길 이라면서 이제 야간 산행은 못 하겠다며 투덜거린다.
아마도 어렵게 올랐는데 일출을 못봐
많이도 서운한거 같다.
"맞아요 야간 산행은 너무 힘들어요" 맞장구를 쳐준다.
마음은 청춘이겠지만 나이 생각 은 좀 해야 되지 않나 속으로 생각 해본다.
수십년전 처음 지리산을 접했을때
산방따라 겁없이 성삼재에서 백무동까지 무박산행에 따라 나섰으니
그땐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고 무식이 용감하다고 새벽 3시경에 성삼재를 출발 천왕봉을 향하다 식겁한 기억이 있다.
세석산장부터 무릎이 아파 붕대를 칭칭감고 아픈다리를 이끌고
천왕봉을 올랐는데 그때의 기억은 잊을수가 없다.
산 중반 이후 부터는 이시절이 제철인듯 온통 알록달록이다.
바람은 억수같이 불고 하늘은 흐려 겨울 아닌 겨울 같은 날씨다.
옷이 땀에 젖어 더더욱 한기를 느낀다. 잘못 왔나 순간 후회도 되었다.
하지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지나가 버린 이곳을 추억하는것이 지금 나에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이코스로 딱 한번 하산한적 있다)
이길은 계곡을 왼쪽에 끼고 오르는 계곡 산행이랄까. 조망은 거의 없으나 물들어 가는 잎새를 보며 그들과 대화하면
지루함 없이 1시간 경과할 무렵부터 하늘이 트이기 시작한다.
다만 지리산의 계곡을 바로 보여 주는듯 많은 물 사이로 거대한 암릉이 수를 놓고 마침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물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여름인가 싶다.
1200미터 정도 남은 지점 폭포옆에서 잠시 쉰다. 이제껏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 왔는데 계속 돌계단의 오르막 이었지만 크게 힘든 느낌은 없다. 오히려 18년전 법계사쪽으로 오를때 힘이 들어 몇번인가 쉬었다는 기억이 있다.
장터목 아래 800미터 부터는 완전 오르막이다.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여자건 남자건 혼자 내려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등산 문화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만만한 짝이 없어 몇년째 혼자
다니는 중이다.
부부같은 사람이 내려 오길래 "벌써 내려 오느냐"고 물으니 장터목 산장에서 자고 내려 가는길 이란다.
엄청 가파른 돌계단을 힘을 내어 오르니 드디어 대피소 건물이 보인다.
2시간35분 만에 장터목 도착이다.
장터목은 겨울이다. 온통 휘몰아 치는 운무와 바람이 계절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리고 반야봉을 비롯 저먼 산야를 바라 보고자 했던 바램이 영락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변하지 않는건 자연뿐만 아니라 건물도 해당되는가? 전혀 변한거 없이 그대로 건물앞 데크 탁자도 그대로다.
나만 변했나?
추워서 가져간 여불 옷을 갈아 입었다. 조금 나은것 같다.
풍광은 꽝이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 본다. 그대로다. 밥먹던 식당도 잠자는 곳도 변한게 없다.
장터목은 지리산 대피소의 하나로 사람이 제일 붐비는 곳이다. 숙박수용 인원도 제일 많다.(155명 수용. 숙박료 12.000 원)
2017년 동기 넷과 종주하면서 하루밤 묵었던곳이다. 그땐 숙박료가 8000원이었는데..
장터목은 옛날 산청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 하던 장소 였다는데 그 당시에는 길도 계단도 없었을텐데 이곳까지 험한길을 올라와 물물교환을 했다니 옛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몸을 추스린 후 천왕봉으로 출발이다. 이곳은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까지 거의 능선산행이라 해야 한다. 화대종주 코스이기도 백두대간 코스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구간이 연하선경과 더불어 지리산에서 가장 멋있는 구간이 아닐까.
암릉과 고사목 그리고 확 트인 시야는 한가로운 시골 향수길 같다.
그만큼 목가적이다.
늘 마음속의 이상향 같은곳이다.
제석봉을 지나 치는데 서서히 운무가 걷히고 해가 나오며 주변 산야가 얼핏 눈에 들어온다.
운무와 구름의 조화?
운무와 구름이 온 산을 날아 다닌다.
아둠과 밝음이 바뀌는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자주 볼수 없는 풍광이다.
급히 동영상을 찍어본다.
날씨는 운무란 놈이 기승을 부린다.
을씨년 스럽게 바람까지 불고 춥다. 심술궃은 시어머니 모양
수시로 변한다.
오늘 정상에서 좋은 모습은 보지 못하리라 짐작하며 걷는데 그전 몇번인가 지나쳤던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암릉사이로 난 통로를 지나 치는데 통천문이다.
통천문을 지나니 여긴 더더욱 온통 곰탕이다.
사람도 잘 안보일 지경이다.
정상 다가갈 무렵부터는 암릉 지대다. 예전에 없던 나무계단도 설치되어 다소 걷기 편하게 해 놓았다
운무를 뚫고 거대한 암릉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정상이다.
출발부터 4시간만에 도착이다.
과히 이곳이 높기는 한 모양이다.
한라산 1950 보다 35미터 낮은 1915미터다.
온천지가 운무에 쌓여 앞이 안보인다. 시원한 곰탕 한그릇을 먹고 하산해야 할 판이다.
모든걸 포기하고 다소 바람이 덜한 정상 바위 한켠에 자리 잡아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데 위에서 인증샷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다.
그 많던 운무가 일시에 걷히고 구름의 바다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장관이란?
비행기에서나 볼수 있고 저멀리 한라산, 설악산에서나 보았던 풍광이 눈앞에 꿈처럼 갑자기 나타났으니 천지가 개벽 하는 듯한 순간이다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곰탕 그러고 다시 개벽, 수없이 반복된다. 운무가 무당처럼 춤을 추는데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함에 넋을 놓을 지경이다.
산에서 이런 풍광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곳이 1915 미터의 고봉이라 구름이 눈아래에 있기 때문에 구름 바다를 볼수 있는것 같다.
그 바다가 수시로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것이 더더욱 감동을 준다.
그리고 산아래는 운무,구름밑의 울긋불긋 단풍의 조화가 신비롭다.
정상은 바람이 너무 세차서 모자를 쓸수도 없고 기온도 낮아 손가락이 시리다. 바로 아래 나무에는 상고대까지 피어 있다.
과연 이곳은 계절을 잊었는가?
이곳은 가을 아닌 겨울이었다.
무려 1시간25분을 머무른 후에 하산이다.
계속 운무와 구름과 단풍의 조화를 즐기고 싶었지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법계사쪽으로 하산 하는데 정상 바로 아래는 급경사 계단길이다.
정상부 주변도 너도 나도 색동옷을 갈아 입어 알록 달록이다.
옛날 이길로 오르며 숨이차고 허벅지에 힘이 빠져 몇번이나 쉬었던곳이다.
그 힘듬도 이젠 되돌릴수 없는 추억거리니 아쉽기만 하다.
한참을 내려오니 사찰이 나타나는데 한국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하고 있는 법계사 이다.(해발 1,450미터)
예전의 추억을 생각하며 경내를 둘러 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만 사찰이다.
바로 아래 로타리대피소에는 화장실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마도 산아래 주차장 공사와 같이 실시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는 버스를 탈수 있는 순두류와
탐방지원센터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순두류쪽이 약 600 미터 짧으며 버스를 타기때문에 시간상으로 많이 절약된다.
난 버스를 타기 위해 순두류쪽으로 하산 하는데 그쪽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
정상부근 처럼 크게 가파르지는 않지만 역시 많은 돌계단을 지나쳐야한다.
크게 힘든것 없이 계속 내려오니 마침 버스가 대기중 이라 바로 승차한다.(이천원)
약 25인승의 마이크로 버스인데 잘 닦여진 도로 따라 탐방지원센터 까지 오니 딱 7분이 걸렸다. 정상을 오르는데 힘이 부치는 사람은 버스를 이용하면 다소 수월 할것 같다.
하차후 아침에 택시를 타고 간길을 걸어서 주차장까지 약 20여분 걸려 도착한다.
식사 시간포함 딱 8시간이 소요 되었다. 잠시 나마 그시절로 되돌아간 행복한 시간들 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정상에서의 운무와 구름의 여운은 크나큰 감동으로 나에게 다가 왔으며
한겨울도 아닌 10월에 상고대를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멋진 하루였다.
그리고 저물어 가는 울긋불긋 단풍속에서 18년전의 산행을 회상하며 마음만 이라도 그때로 돌아갈수 있어 좋았고
멋진산에서 세상만사 모든것을 잊을수 있었던 역시 국공 1호 지리산의 명성을 재확인 하였다.
삶은 재미있지 만은 않지만 산이 있어 그래도 그럭 저럭 살만 하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었다.
귀가하며 2시간15분을 운전 하였지만 기를 받았는지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무엇에 들뜬 사람처럼 활력이 넘친것은 무슨 조화인지!......
06.45 지묘동 출발
08.30 시천 tg
08.45 산청지리산 수련원(주차장)
08.50 출발
08.52 택시타다
08.56 하차 (6000천)
09.00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출발
09.30 칼바위
09.33 장터목.천왕봉 갈림길
10.20 장터목 2.2 km 전
10.37 장터목 1.6 km 전
10.57 장터목 1.2 km 전
11.05 명성교. 800 m 전
11.35 장터목
11.55 출발
12.45 통천문
13.00 천왕봉 정상 도착
14.25 출발
15.15 법계사 도착
15.25 출발
15.45 순두류 2.1km전
15.55 아리랑고개
16.25 경남 환경교육원
(순두류)ㅡ버스승차
16.32 탐방지원센터
16.37 주차장으로 출발
16.57 주차장 도착
주차장
탐방지원센터
등산로 초입 계곡
들머리
계단의 연속
칼바위
장터목.법계사 갈림길
계곡 옆으로 등로
계단도 있다
뱀이 많다고 조심하라네
뒷쪽 제석봉
폭포다. 장터목 1.2 키로전
장터목 대피소
운무가 춤을 춘다
천왕봉 가는길
제석봉 시작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
운무 순식간에 걷힌다
정상
구름의 바다
구름 아래엔 울긋 불긋
바람이 너무 분다
상고대
정상
가운데 상고대
천왕봉 정상
하산길 계단 엄청가파르다
법계사 일주문
법계사 내
18년전 저 단풍나무 아직 그대로
로타리 대피소 화장실 공사중
순두류 가는길
마이크로 버스
중산리 주차장 공사중
정상에서 본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