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억지로 조건명제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대우명제로 만들었더니 오류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실은 대우명제 드립도 이의제기 게시판에 어떤 학생이 올린 거죠. 제가 가만히 지켜보니까 이게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이비에스 최양진 선생님이 무명이든 아니든 상호의존관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 ㄹ 답지는 이상이 없는 것이라고 해설하니까, 어떤 수험생이 대우명제 드립을 한 것 같습니다. 그걸 다른 몇몇 학생들이 복사해서 올리더군요. 그런데 선생님이 대우명제 드립을 여기서 써먹고 있는 걸 보니까 좀 그렇네요. 그래서 학생 수준 운운 한 것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서 뭔 말을 못하겠습니까? 교사는 학문적으로 접근해야죠.
지난 9월 모의고사 생윤 10번 문항 때도 그랬는데, 모든 인강 강사들이 해설을 제대로 못했죠. 그걸 바로잡겠다고 현자의 돌인가 하는 학생이 학원강사들 해설이 다 오류라고 하면서 자신이 새로운 해설을 제시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현자의 돌이 가장 똑똑했는데, 그럼에도 현자의 돌이라는 학생의 해설 역시 오류였습니다. 심지어 평가원 답변서도 오류였고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제대로 알지 못하고 썰을 풀고 있었는데, 사실 평가원이 낸 그 문항은 오류가 없었는데 해설이 오류였다는 게 웃겼죠. 그걸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마 대한민국에 현재로서는 없는 듯하네요. 이번 수능 윤사 18번 문항의 경우 문제에는 오류가 없습니다
답변서에도 오류는 없습니다. 다만 미흡한 점을 지적한다면 해탈 개념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거죠. 평가원으로서는 해탈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면 또 갖가지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까 생략해버린 것 같더군요. 해탈 개념에 대한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ㄹ 답지 자체로 디펜스가 되기 때문에 그랬던 같아요. 이의제기 게시판에서 선생님 글도 다 읽었는데, 저로서는 꽤 핵심을 빗겨갔다고 느꼈습니다. 몇 분의 선생님들이 얘기한 것처럼 18번 문제는 해탈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가 관건인 듯하네요. 우리나라 도덕윤리 교육 실정에서 해탈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는 분이 드문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모르니, 심지어 학원강사들도
모르니, 학생들이 알 수가 없죠. 그러니 그 어떤 경우에도 상호의존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대우명제 드립을 한 것이죠. 당시 이의제기 게시판에서 몇 분의 선생님들이 지적한 것처럼 해탈은 상호의존관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해탈이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교과서에 없으니 교육과정 이탈이라고 하는 것도 저는 별로 공감하지 않습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용어들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건 가르치는 교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제대로 알아서 제대로 가르쳐줘야죠.
네. 핵심을 질 짚으신 것 같습니다. 1. 저도 최양진 선생님의 그 해설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주장. '해탈은 상호의존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와는 배치되는 것이니 그 해설도 잘못된게 되겠습니다. 2. 해탈. 또는 열반이 연기를 벗어나는 것이냐 아니냐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열반이 또는 해탈이 십이연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라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모든 연기를 벗어나는 것인가. 라는 것이 저의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서는 해탈은 모든 연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라는 입장이신 거군요. 음. 고민이 많이 되는군요.
깡디드아마 제 짐작에 선생님은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보셨을 겁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이 십이연기와 연기를 구분해야 한다 어쩐다 하는 게 있더군요. 그걸 보셨죠? 십이연기는 연기의 핵심입니다. 석가모니가 발견한 게 바로 십이연기고요. 십이연기를 벗어나는 게 연기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십이연기를 벗어나면 다시 '다른 연기'에 들어간다고 하셨는데, 그 '다른 연기'가 어떤 연기인가요? 선생님이 보셨을 그 사람의 소위 '십이연기'와 '연기'는 다르다 하는 것도, 실은 연기를 깨달은 상태에서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입니다. 대승불교 이후에 '무주열반(無住涅槃:열반에 머물지 않는다. 즉 열반에 들어가지 않고 중생에게
깡디드자비를 베푼다)' 개념이 나오는데, 이런 걸 설명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석가모니의 십이연기와 연기는 다르다 하는 말을 한 것이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해탈을 해서 열반에 들면 연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이는 곧 소멸을 뜻하는데, 그렇다면 소멸한 부처가 어떻게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느냐,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바로 '무주열반'이라는 거죠. 해탈했지만 열반에 들지 않고 중생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개념이 있어야만 부처의 자비가 설명이 되는 거죠. 또 같은 차원에서 나온 게 바로 대승불교의 '보살' 개념이고요. 보살 역시 열반에 들 수 있지만 들지 않고 자비를 베풀려고 하는 자죠. 그런데 원시불교든 대승불교든 일단
깡디드열반에 들면 말 그대로 우주에서 소멸해버린다고 하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습니다. 해탈을 했어도 열반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 대승불교의 취지가 설명이 되죠. 그러다 보니 해탈과 열반은 같은가 다른가 하는 논란도 생기는 것이고요. 이런 해석상의 문제점이 있지만, 그 어떤 입장에 서든 열반에 들면 우주에서 소멸해버린다고 하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소멸해버리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원시불교의 '아라한'이었고요. 소멸해버리면 자비를 베풀 수 없으니 자비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게 대승불교의 무주열반, 보살 개념이고요. 무주열반, 보살은 아라한처럼 소멸해버리는 것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연기 안에 있는
깡디드것이죠. 해탈했지만 열반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해탈하면 십이연기에서는 벗어나지만 또 다른 연기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 '다른 연기'가 무엇인지 아마 선생님은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연기는 없으니까요. 연기에 들어가는 한 윤회하는 겁니다. 해탈하고 열반했는데 또 다른 연기에 들어간다면 해탈한 자, 열반한 자도 윤회한다고 해야 하는데, 이건 벌써 일관성이 없습니다. 열반하면 윤회는 없습니다. 해탈하면 윤회는 안 하지만 연기는 한다는 게 벌써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건 사실 우리 교과서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긴 합니다. 의도적인 것도 있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해탈, 열반을 되게 좋은 것이라고 보는데,
깡디드그게 실은 우주에서 소멸하는 것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럼 그 해탈, 열반 안 하겠다고 하겠죠. 실제로 제가 해탈, 열반을 설명하면 아이들은 해탈, 열반 안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게 실은 동북아시아의 전통적 사유죠. 인도인들과는 사유의 차원이 다른 겁니다. 그래서 우리와 사유가 비슷한 중국에서 정토종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정토종은 열반이 아니라 극락을 추구합니다. 열반은 석가모니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니 우리 같은 미천한 중생은 극락에서 태어나는 것을 추구하겠다는 거죠. 이게 실은 해탈, 열반에 대한 두려움 때문 아니겠습니까? 소멸이 두려운 거죠. 그러니 불교의 해탈과 열반이 실제
깡디드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교과서에 서술할 수 없었다고 봅니다. 그건 아마 불교계 입장도 반영한 것일 테고요. 불교계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해탈, 열반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나서 나는 해탈, 열반 안 하고 싶다고 하면(불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난감할 테니까요. 더 나아가 우리 교과 입장에서 아이들의 '윤리의식'을 고양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해탈, 열반을 두려워하면 윤리의식 고양이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죠. 이런 걸 모두 감안해서 교과서에서는 해탈, 열반에 대해 서술하면서 딱 그 정도 선에서 멈춘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사실 18번 ㄹ 답지도 그런 모든 걸 감안해서 구성한 것 같던데요?
하나만 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연기를 우주의 '객관적 구조'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불교에서는 연기 자체도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니까요. 십이연기도 '무명'에서 시작해서 '생(윤회), 고통(노사)'로 이어지잖아요? 무명에서 벗어나면(해탈하면) 무명으로 인해 '연기'된 윤회도 고통도 사라집니다. 결국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연기 안에 있는 건 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무명에서 벗어나면 연기도 사라지는 겁니다. 그런 이치를 바로 석가모니의 '십이연기'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첫댓글 깡디드님의 추가 반론도 보고싶네요 ㅎㅎ 많이 배워갑니다.
재미가 없어요. 뭐 다른 분들도 뭐라고 말씀도 하고 그래야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