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애 같은 행동하는 남편
문: 저는 결혼한 지 35년이 되었고 세 딸을 키워서 얼마 전에
모두 출가를 시켰습니다. 남편은 정년을 앞두고도 착실히 직장 생활을
할뿐만 아니라 성실한 가정의 남편이요, 세 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저와 단둘이 있는 시간에는
마치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합니다.
이제는 나이로 보나 사회적 체면으로 보나 그런 행동을 삼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막내딸이 출가한 후부터는 그런 증상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상담자들이 자주 지적하는 정서적인 결함에 의한 행동은 혹시 아닌 지요.
남편은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남편의 도리를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특히 세 딸로부터는 무척 존경을 받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교회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합니다.
옛말에 "남자는 쉰 살이 되어도 어린애같이 대해 주라"는 말이 있는데
박사님은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남편과 단둘이 있을 때 어린애같이 행동하는 남편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부부들의 경우를 전연 모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감히 드려 봅니다.
답: 자매님의 즐거운 하소연이 모든 아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으로
듣고 싶으며 그런 즐거운 소식들이 지상을 통해 많이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남성들은 유아적인 속성을 지니고 태어나며 나이에
구애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내의 반응 여하에 따라 남성의 속성은 내 보이지 못하고
부부 관계에서 영영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그런 응석받이(boy-hood)의 속성은 하나님께서 남성에게
허락하셨고 또한 아내들에게는 그런 남성들의 응석을 받아 줄 자애로운
속성(mother-hood)까지도 주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매님은 그 오랜 날을 즐겁게 남편의 응석을 받아 왔으니 세상에서 가장 복된 아내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런 남편의 응석을 수용하지 못하는 여성들로 인해서 윤기 없는
결혼 생활을 하는 불행한 부부들도 있습니다.
즉, 모성적인 속성이 빈약한 아내들 중에는 남편으로부터 부성애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남편의 응석을 수용하지 못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아내이기 이전에 어머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내들로 인해서 남성들 중에는
일생을 경직된 정서 속에 머물기도 합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정신적으로 유약한 존재들입니다.
남성들의 편견인지는 모르지만 남성들은 아내의 신뢰와 격려를 받을 때 가장 남성적인
남성이 되고 자신감 있는 남성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는 남자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그 남자는 여성의 손안에서
움직인다"
라는 세기적인 격언은 거짓이 아닙니다.
때문에 남성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발휘케 하는 힘은 오직 모성애를
가진 여성들의 책임이요, 특권입니다.
프로이드는 소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는 용어로
남성들의 속성을 표현했습니다만, 저는 여성에 대한 남성 특유의 잠재적인
소유욕(subconscious mannerism)과 같은 복합된 남성의 심리가 응석받이 행동으로
아내에게 표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논리를 전개해 봅니다.
남편의 이해와 사랑 밖에서도 남편을 아끼고 그의 전부가 되어 주기를 원하는
한국의 갸륵한 아내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자랑할 만합니다.
쓰라린 역경 속에서도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가없는 숭고한 어머니들을 우리 모두는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여성이요, 아내이며, 먼 후일에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입니다.
다음은 남편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문제점을 가상해 보겠습니다.
가령, 남편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경직된 강박관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면상으로는 대인관계가 원만해 보여도 정서적 상처로 자아에서 파생되는
사회 부적응증, 현실도피증 등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어머니로부터의 사랑의 결핍이
있었다면 아내를 통해서 치료와 보상을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반대로 어머니의 과잉보호에 젖어 자라난 경우라면 풍성히 누렸던 옛 품을 아내를
통해서 얻으려는 심리가 유아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동기는 상대적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자매님의 경우 모성애가 빈약한 아내였다면 처음부터
남편의 그런 동기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하여튼 만인 남자가 유아적 심리에 깊이 머물게 되면 건전한 자아를 개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숙한 정신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남편은 현실 경험에서 오는 어떤 모험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남성다움을 간직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내와 동반자 관계이기보다는 모성애에 깊이 탐닉했던 어떤 남자는 교통사고로
아내가 죽자 그 아내를 뒤따라 자살까지 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남편의 유아적인 행동이 심하다고 생각이 되시면 가벼운
마음으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혹시 아내가 정상적인 남편의 행동을 유아적인 모습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상담가와 상의해 보시는 것도 남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모성애는 위대합니다.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본 여성은 다른 사람의 욕구를 느끼고 진정한
사랑을 베풀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자신을 내어 주고 모든 고통까지도 수용하는 능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모성애가 절제를 잃으면 사랑의 대상을 유약한 존재로 만드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자매님의 반응도 정상이고 남편의 행동에도 잘못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싶습니다.
한 남성이 훌륭한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배후에 어떤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교육이 될 수도 있듯 아버지의 삶의 모범, 아니면
학교 스승의 영향, 또는 자기 자신의 노력과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성애를 가진 지혜로운 아내의 뒷받침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외치고 싶습니다. - 차 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