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중세 프랑스의 풍자문학)
자고새 이야기 (Le dit des perdriz)
옛날 프랑스에 이름이 ‘공보’라는 농부가 어느 날 텃밭 생울타리 뒤꼍에서 우연히 자고새[鷓鴣] 두 마리를 잡게 되었다.
‘공보’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그 자고새로 꼬치구이를 해놓으라고 아내에게 이르고는, 자기는 교회에 신부님을 모시러 갔다.
그러는 동안 그 자고새는 요리가 다 되었는데, 신부님을 모시러 간 남편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시간만 자꾸자꾸 흘러가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것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어찌나 군침이 도는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날갯죽지 하나를 떼어 입에 넣었다.
우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그런데 날개가 한쪽만 남아있으면 균형이 맞지 않을 테니 나머지 한쪽도 먹어버리는 게 낫겠지! »
첫 번째 자고새의 날개 두 개를 다 먹고 난 다음, 아내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바깥을 둘러보았다. 남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한참 동안 이래저래 생각해보았다.
«날개가 없는 자고새라면 보기에도 흉하기 이를 데 없을 터이니, 아예 다 먹어버리는 게 낫겠지! 남편이 물으면 옆집 고양이가 물어갔다고 하지, 뭐! 본 사람도 없고, 그걸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야!»
아내는 자고새 한 마리를 다 먹어치운 다음 다시 창밖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안 보였다. 나머지 자고새를 생각하자 더더욱 입에 군침이 돌아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꼭 한 입만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아!”
아내는 두 번째 자고새의 목을 쑥 뽑았다.
아, 그 맛!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내는 손가락을 빨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다 먹어버리면... ? 남편에게 뭐라고 하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는 얘기를 어떻게? 그거야 별수 없지 뭐, 난 더는 못 참겠는걸. 될 대로 되라지, 뭐. 그래, 요것도 먹어 치워버리자!”
아내는 순식간에 두 번째 자고새를 먹어 치우고 말았다. 마침내 남편이 돌아왔다.
“여보, 자고새 요리가 다 되어 있겠지?”
“아, 여보, 세상에 이런 불행한 일이…, 글쎄 옆집 고양이가 와서 그냥 다 먹어 버렸….”
아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미친 듯이 날뛰며 눈이라도 뽑아버릴 기세로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아내가 소리쳤다.
“농담이었어요. 그 손 좀 내려놔요. 무서워 죽겠어요. 고기는 식지 않게 저기다 뜨겁게 덮어놓았어요.”
“그러면 그렇지. 정말이지 난 당신을 두들겨 패려고 했단 말이야. 자, 어서 그 멋진 나무 술잔을 꺼내놓고, 제일 아름다운 흰색 식탁보를 펴도록 해요. 자고새가 비록 우리에게 먹히는 가엾은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새의 명예를 살려줘야 하니까 말이야!”
“목장 포도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놓을 테니, 당신은 그동안 뒷마당에 나가서 숫돌에 칼이나 갈아오세요.”
농부는 외투를 벗은 다음 식칼을 들고 뒤꼍으로 나갔다.
그때 성당 신부가 왔다. 신부님은 농부의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가볍게 껴안았다. 그러자 농부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 목숨을 부지하시려거든 어서 도망치셔야 해요. 제 남편이 신부님을 죽이려고 지금 뒷마당에서 칼을 갈고 있어요.”
“뭣이라?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당신 남편이 잡아 왔다는 자고새 두 마리를 함께 먹기로 되어 있는걸!”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맹세코 그게 아녜요. 지금 보시다시피 여기에 자고새라고는 흔적도 없잖아요. 저기 아래 우리 그이를 좀 보세요. 칼을 갈고 있잖아요.”
“오! 정말 그렇군, 당신 말이 옳아요. 어서 달아나야겠군.”
신부는 서둘러 다리야 나 살리라고 달아났다. 그러자 아내가 남편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빨리 와 봐요!”
“아니, 글쎄, 왜 그러는데?”
“왜 그러냐고요? 당신이 직접 와서 보세요. 신부님이 자고새를 가지고 달아났어요. 어서 쫓아가 보세요!”
남편은 손에 칼을 든 채 곧 신부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숨이 끊어질 듯이 달렸다. 숨을 헐떡이면서 신부님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고기가 몹시 뜨거울 텐데! 그건 안 돼요! 거기 멈추세요! 붙잡고 말 테니! 신부님 혼자서 그걸 다 먹는다는 건 말도 안 돼요!”
신부는 뒤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농부의 식칼이 보였다.
“붙잡히면 난 죽었다.”
그리하여 신부는 다리야 날 살리라 달리고 또 달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농부는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좀 말해 봐요.”
“오, 그건 너무나 간단해요. 신부님이 들어오시더니 곧장 자고새가 어디 있는지 보여 달라고 점잖게 묻길래, 자고새를 보관해 놓은 곳으로 데리고 갔지요. 그랬더니 음식 접시가 놓인 곳으로 달려가더니만 고기를 가지고 그만 달아나버렸어요. 난 혼자서는 도저히 그를 쫓아가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즉시 당신을 불렀지요.”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그럼, 아무렴! 그래야지.”
첫댓글 하하하, 재미 있네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