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김기덕 영화다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동정(pity)를 뜻하는 단어 Pieta는 크리스트교 미술에서 가장 흔한 주제로 등장하는데,
로마 베드로 소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고 비탄에 빠진 모습을 만든 상이죠.
(저는 가본 적이 없어서....ㅠㅠ)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왜 제목을 Pieta라고 했을까 몹시 궁금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 의문은 이내 풀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의 치밀한 각본과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지금 흐르고 있는 이 음악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자비를 갈구하는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이 영화의 OST 가사입니다.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is peccata mundi, Christe eleison.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Dona nobis pacem. Christe eleison. Kyrie eleison.
(주님, 평화를 주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이강도가 자칭 ‘엄마’라는 사람에게 묻습니다.(사실은 이강도의 손에 죽은 아들 상구의 복수를 위해 이강도 엄마로 가장하고 나타난 거죠.)
“돈이 뭐에요?”
“돈은......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란다.”
순간 제 머리 속을 스친 것은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시작이요 마침이요, 알파요 오메가이시며.....”
그렇습니다.... 돈입니다.
영화 피에타는 돈에서 시작하여 돈으로 끝납니다.
탐욕과 시기에 눈이 먼 현대인들이 믿을 구석이라고는 돈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감독은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돈으로 치환해버립니다.
돈이 곧 신앙이고 삶의 유일한 목표이며,
그들에게 돈이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돈만이 아내와 곧 태어날 아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손가락을 자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은 고사하고
제 것, 남의 것 할 것 없이 사람 생명 끊기를 손바닥 뒤집듯 합니다.
돈이 ‘정의’를 정의내리고, 사람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흔들어버리는 사회,
옷과 아파트와 자동차가 인격과 비례하는 사회,
돈으로 편 가르고, 돈으로 이웃을 도우며, 돈으로 효도하고,
돈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그러한 신앙을, 가진 자의 취미생활쯤으로 받아주는 사회,
나아가, 자본이 사회정의와 법치를 대신하는 부도덕한 사회를
감독은 눈물겹도록 잔인하게 보여줍니다.
돈이 곧 신앙이었던 이강도.....
결국 그는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끝없이 이어질 인간 여정에
핏빛 속죄의 흔적을 남기며 예수그리스도의 희생양을 자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