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시고쿠 남동쪽 해상에서 두 번씩이나 증기선과 정크선을 발견하여 증기선 두 척을 모두 격침시켰습니다.
정크선의 승객들은 그 광경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오늘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증기선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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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물건이지만 이 정도로 바다를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담아낸 게임은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중요한 전황이 있어서 특별히 다뤄볼까 합니다.
일단 전문내용은 간단합니다. 미 7함대가 잠수함을 위해 Mios Woendi에 보급을 위한 전진기지를 마련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특별할게 없지만 Mios Woendi의 위치때문에 특기할만한 전황이었습니다.
일단 Mios Woendi는 뉴기니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 자체로는 감이 안오실 겁니다.
하지만 이젠 감이오실 겁니다. 지도를 한단계 더 줌아웃해봤습니다.
저는 이전 에피소드에서 라바울 남동쪽 솔로몬 제도에서의 전투들과 라바울 북서쪽 애드미럴티 제도에서의 전투를 소개해드린바 있었습니다.
라바울(노란색 사각형)은 일본군의 가장 중요한 거점중의 하나로써 해군 및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일본군은 이 라바울을 거점으로 하여 솔로몬 제도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을 다투어왔습니다. 일본군이 이 라바울을 초월했다면 호주에게는 악몽같은 시간이 찾아왔을겁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솔로몬 제도에서의 치열한 해전과 상륙전은 알레이 버크 대령의 레이더를 활용한 완벽한 대승이라는 그림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호주를 노려보던 일본군의 예봉은 꺾여버렸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attle_of_Cape_St._George
여기에 연합군 수뇌부는 라바울에 직접 상륙하여 접수하는 대신 지속적인 폭격으로 마비만 시키며 포위 및 초월하였는데, 왜 그러했는지 지도를 보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미 이전 에피소드에서 소개해드렸듯이 일본군도 애드미럴티 제도(연두색 사각형)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본영은 연합군의 재빠른 준비태세를 예상치 못한데다 다른 도서지역들에서의 인력피해가 누적되어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장 지휘관 이마무라 히토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어태세는 적시에 강화되지 못하였습니다. 애드미럴티 제도에서 치열한 저항은 있었으나 결국 함락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섬 하나 잃은거 치고 굉장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dmiralty_Islands_campaign
지도를 한층 더 줌아웃해봤습니다. 하늘색 사각형은 애드리럴티 제도이고 붉은색 사각형은 앞서 소개해드린 새로운 전진기지 Mios Woendi입니다.
라바울을 점령하는 대신 건너뛰고 에드미럴티 제도 하나를 확보하는 선택덕분에 이제 연합군은 필리핀 혹은 팔라우를 직접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Mios Woendi에서 필리핀 최남단 다바오까지의 거리는 불과 1650km입니다.
물론 1650km라는 거리는 육상이었다면 보급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충분히 먼 거리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1944년 중반의 이 해역은 아우토반보다 더 좋은 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연합군의 상륙세력과 이를 호위하는 함대를 차단할 일본의 주력함대는 이미 마리아나에서 괴멸당하였기 때문입니다.
연합군측의 군수 책임자가 바보라서 상륙세력과 함대를 1650km의 항해동안 굶겨 죽이지만 않는다면, 이제 연합군은 인력과 물자를 마음대로 원하는 곳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된 셈입니다.
5일간 초계임무를 수행한 흔적들. 그렇게 시고쿠 동남쪽 해역에서의 초계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그러자 COMSUBPAC에서는 9번지역으로 향하라고 했습니다.
9번지역은 보안상의 이유로 검열삭제.
작전지역까지 기동하는 동안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갔습니다. 배터리와 산소를 만끽했습니다.
아직 시고쿠 근방이었습니다. 미상상선을 소나로 감지했습니다. 우현 17도.
상선 1척, 정크선 2척으로 보였습니다.
식별해본 결과 흘수 7.4m짜리 4900톤급 상선이었습니다.
미리 전방어뢰 2발 세팅도 해두었습니다.
좌현 10도, 거리 3600m.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언제나처럼 똑같이 제원획득절차를 수행하였습니다.
먼저 스테디미터를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고 TDC에 입력하였습니다.
1분 30초 or 2분간 대기했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스테디미터로 거리를 2차 측정하고 TDC에 입력해주었습니다.
이제는 속도도 측정하여 TDC에 입력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AOB를 눈으로 대강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정석대로 속도를 측정하면서 함께 값을 구하였고 TDC에 입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지션 키퍼를 켜서 제원획득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어프로치가 적절치 않아서 AOB가 예각으로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어뢰의 입사각은 좋지 못하였습니다.
아무튼 어뢰 2발 발사하였습니다!
아직도 어뢰는 널널합니다.
두 발중에 초탄만 선수에 명중했습니다. 선수라서 치명타를 입히지도 못했습니다.
재공격을 위해 침로를 다시 파악하고 자함도 다시 기동시켜야 했습니다.
불행히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잠망경을 발각당했습니다. 충각당하지 않기 위해 긴급잠항했습니다.
몇분동안 이러쿵 저러쿵해서 다시 공격을 시도하고자 했지만 조건이 나빴습니다.
왜냐하면 어뢰의 최대항주거리 3600m 이상으로 멀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웃기다고 해야할지 아찔했다고 해야할지, 상선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쳐진 정크선 바로 아래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잠망경을 조금만 내밀고 본 모습. 알고보니 정크선에 모터는 달려있었네요.
이렇게 된거 어뢰공격은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멀어질때까지 기다린 뒤에...
총원전투배치!
덱건, 기관포 위치로!
- 사실 적을 레이더든 소나든 발견했다하면 즉시 총원배치시키는게 정석. 그 외에도 그냥 함장이 필요하다 싶을때도 총원전투배치...
또다시 5인치 덱건이 불을 뿜었습니다.
적 상선의 시각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불빛만 가끔씩 깜빡거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더병이 뭔가 발견했다고 다급히 외쳤습니다.
한바퀴 돌때마다 저를 향해 다가오는 점. 항공기였습니다!
레이더가 감지되는 방위를 향해 기관포를 미리 거치시켜뒀습니다.
정말 긴급상황입니다. 먼저 격침시키느냐, 먼저 격침당하느냐.
똥줄이 타오르다 못해 녹아내릴 지경이었습니다. 몇년만에 느껴보는 스릴인지.
일단 어떻게든 격침시켰습니다. 4946톤이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급해서 스샷은 못찍었는데, 비행기가 정말 저에게 폭탄을 떨구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2연장 20mm 오리콘포가 대공포탄을 쏟아부어서 격추해냈습니다(이게 정말 되잖아?). 추락한 잔해가 자함 옆에서 타오르더니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작전시작부터 내내 하늘이 저를 돕는거 같았습니다.
어째 현실에서 써야할 운을 게임에다 소모하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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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전지역은 정말 놀라운 지역이었습니다. 여기까지 구현해놓았을줄은 몰랐네요.
첫댓글 다음 작전 지역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ㅎㅎ
지금 그 이야기를 쓰려합니다!
항공기격추도 전과로 기록되나요?
이건 요즘잠수함한텐 꿈도 못꿀일인데
항공기 격추는 안쳐주더라구요. 그래서 할 수 있으면 그냥 물 속으로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저는 최악의 타이밍에 마주쳤는데 운좋게도 격추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