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등병
"삼등병" 을 아십니까?
대한민국 군대에 '삼등병'이란 계급은 없습니다. 이등병이 가장 꼴찌 계급이고, 이등병 생활을 한참 하다보면 일등병 계급장을 달아줍니다.
"삼등병"은 2002년 연극원에서 실습작품으로 처음 만들어진 후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대학연극페스티벌, 수원연극제 및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등에서 공연되며 그 완성도를 높여온 독특한 연극입니다. 그리고 이제 2006년 연우소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을 향해 본적적인 행군을 시작합니다.
<삼등병> 행군 기록
<삼등병>은 2002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성기웅의 연출실습 작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어 2003년 3월에는 벨기에 리에쥬에서 열리는 대학연극축제인 Rencontres Internationales de Theatre Universitaire에 초청되어 <Soldat vingt-six Mois (26 Months a Soldier)>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전체 16개 참가작품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는 평을 얻으며 화제가 되었었고, 다른 5개국의 공연페스티벌 관계자들로부터 초청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 2004년 여름에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거창국제연극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등에서 잇달아 선보여 다양한 관객들로부터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닌 작품임을 인정받았다. 이제 <삼등병>은 그동안의 공연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된 내용으로 대학로의 관객들과 만나고자 한다.
2002.12.....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실습공연, 연극원 스튜디오 2003.03.... .. 제20회 Rencontre International de Theatre Universitaire 초청공연, ..... ..... ..... Salle du Turlg au Sart Tilman (Liege, Belgium) 2004.07. ..... 제4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연극전 공연, 밀양연극촌 창고극장 2004.08. ..... 제16회 거창국제연극제 초청공연, 수승대 감나무극장 2004.08. ..... 제8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초청공연, 수원청소년문화회관 온누리홀 2004.08-09.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4 공연, 서울 포스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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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그 이상한 나라” - 삼등병, 대한민국 남자의 마음을 읽다. <삼등병>은 낯선 땅, 푸른 제복에 몸과 마음이 구속되어 ‘비인칭주어’로 살아야 했었던 군대 시절의 씁쓸한 기억들을 더듬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자들은 원치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폭력적인 힘에 의해, 또 수많은 이상한 규칙들에 의해 굴러가는 그 조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적응’을 강요받게 된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느리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낯설기만 했던 그 ‘이상한 나라’에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삼등병>은 좀처럼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주인공 윤진원과 그의 파트너로 지루한 보초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윤진원이 그곳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해 가는지를 추적한다. 처음에는 이상한 것 투성이에 무섭기만 했던 군대라는 곳에 우리가 점차 적응해 나갔던 것은 어쩌면 그곳의 불합리함과 폭력에 저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그곳의 그 불합리함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2년 2개월의 기나긴 군대 생활을 버텨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잃고 어떻게 변해갔던 걸까?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군대이야기.
<삼등병>은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70년대 생들이 만든 군대 이야기다. 회고, 무용담처럼 다뤄졌던 군대 이야기를 일상과 개인적인 심리로 끌어들여 왔다는 점에는 분명 사회적 현실과 맞물릴 수밖에 없었던 이전 세대의 모습과는 차별성이 있다. 먹고 살만하기 시작한,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70년대 출생. 90년대 학번들을 가리키던 대명사 “X세대” 유신정권의 70년대도, 군사정권의 80년대도 아닌, 좀 더 나은 물질적 풍족함과 점차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띄기 시작한 세대들. 그간 우리가 군대 및 군인에 관한 관심의 초점은 조직 속에서의 일원이었지, 조직 속에서의 개인을 고려한 적은 없었다.
이렇듯 <삼등병>은 누구나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그러나 좀저럼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군대 시절의 씁쓸한 기억들을 들추어 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군대 시절의 눈치우던 이야기도,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도 아니다. 불가침의 권위로 신성시되어왔던 군복무의 의무가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이름으로 부정되며, 총기난사 사건 구타 자살 등이 빈발하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음이기에, 이 연극이 대한민국 군대에 대하여 보내는 예리하고도 독특한 시선은 관객들에게 더욱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이다. 더불어 거대한 조직의 하나도 보여 졌던 군대를 개인적이고, 한 남자의 성장기 혹은 변화기 라는 초점에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디테일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 신예 연출 “성기웅” <삼등병>은 소극장만의 섬세하고 치밀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이 극중극으로 삽입되어 작품의 주제성을 더욱 높이며, 군대라는 배경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작품 전반에 걸쳐 인간적인 따스한 감수성이 흐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군대라는 특수한 배경과 공간을 그린 공간이다 보니,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긴 하지만, 작품을 감싸 안는 감성적인 정서와 한번쯤을 되뇌일 수 있는 대사들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변화를 읽어내는 인물의 감정묘사, 그리고 문학적인 글쓰기는 또래 연출가들의 비해 앞선 것임을 이번 작품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실험극, 이미지 극을 많이 시도하는 젊은 연출가와 달리 성기웅은 “국어” 한글의 맛깔을 잘 살려내는 작품을 쓰고자 한다. <삼등병>은 바로 이러한 작품 세계를 펼쳐나갈 연출 “성기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SYNOPSYS
10년 전, 후방의 한 부대.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윤진원에게 억압적이며 부자유스러운 부대 생활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런 윤진원과 그의 파트너로 함께 보초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빚어내는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윤진원의 변화를 추적한다.
제1장 “1995년 이른 겨울” 신병 시절의 윤진원. 첫 야간 보초근무에 나선 그의 파트너는 제대를 두 달 앞둔 말년 병장 조태기. 연극배우 출신으로 <파수꾼>이라는 연극에 출연한 적 있었던 조태기는 우연히도 윤진원 역시 대학 연극반에서 같은 연극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제2장 “1996년 여름 그리고 겨울”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윤진원에게 이종문은 유일한 친구이다. 하지만 이종문은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둘이 함께 보초를 서는 것도 이제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었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는데......
제3장 (1997년 늦은 가을) 제대를 2달 남겨놓은 윤진원과 갓 상병으로 진급한 박기언이 지루한 보초근무를 선다. 그들의 앞에 탈영을 한 신병 성병삼이 나타난다. 진원은 횡설수설하는 병삼을 달래보려 하지만, 병삼을 윽박지르기만 하는 박기언 때문에 일은 꼬여만 가는데......
“너, 제대하면 뭘 할 거니? 담배는 끊을 거니? 머리는 어떻게 기를 거니? 아침엔 몇 시에 일어날 거니? 가끔 여기 생각은 할 거니? 아냐, 여기 생각은 하지 마. 여기서 있었던 일은 다 잊어버려. 이렇게 생각해. 지금까진 아주 나쁜 꿈을 꿨던 거야. 아주 나쁜 꿈. 넌 이제 끝났어. 넌 이제 괜찮아. 나도 그냥 네 꿈 속의 등장인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꿈이 끝나면 나란 인물도 사라질 텐데. 이런 난 어디에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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