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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징검다리] 키 작은 아이 태욱이 | ||
여든 넘은 할머니와 단칸방 냉방에서… | ||
엄마·아빠 어릴 때 집 나가고 먹을 것 찾아 매일 동네 돌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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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쉬지 않고 먹는데도 태욱이는 아직 5살짜리 동생들보다도 몸집이 크지 않습니다. 태욱이는 바깥이 어둑어둑해져도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태욱이를 잘 모르는 예전에는 혼을 내서라도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사정을 알고부터는 차마 그럴 수가 없습니다. 부엌 딸린 1칸짜리 방은 싸늘한 냉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겨울 내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부엌에는 먹다 남은 생선찌개와 찬밥 냄새가 집에 가득합니다.
17살에 태욱이를 낳았다는 엄마는 모성애를 가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는지 태욱이를 낳자마자 사라졌습니다. 미혼부가 된 아빠 역시 할머니에게 태욱이를 맡긴 채 집을 나간 지 수 년째입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어릴 때 집을 나가는 바람에 태욱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전혀 모릅니다. 할머니가 좀 젊었더라면 태욱이의 끼니는 그럭저럭 해결됐겠지만 할머니도
이제 막내아들이 남긴 아이를 돌보기에는 너무 연세가 많습니다. 여든이 훌쩍 넘은 할머니는 스스로 몸을 추스르기도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욱이가 매일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일까요. 조그만 얼굴은 꼬질꼬질하게 때에 절어있지만 두 눈만은 초롱초롱합니다.
그런 태욱이의 소원은 뭘까요. 언제라도 집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아이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태욱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바람입니다. 호적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엄마와 얼굴도 모르는 아빠. 가족이란 단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태욱이는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태욱이의 동네 순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계속됩니다. 추운 날씨 탓에 어두울 때까지 놀지는 못하지만 오늘도 어른들이 쥐어 준 과자가 태욱이의 두 손에 가득 들려 있습니다.
△고지연·부산 해운대구 우2동 주민센터 051-749-5821. △지난 21일자 혜자씨 이야기 51명의 후원자 211만4천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1월 7일자 춘길씨 이야기 냉기가 가득 찬 골방에서 혼자 지내던 춘길씨의 사연에 14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째 월 7만원인 집세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춘길씨는 사연이 실렸던 그 주에 월셋방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하반신을 거의 쓸 수 없는 신세인 춘길씨는 이후 부산 남구 용호동의 조카집에서 며칠간 신세를 지고 있던 중 사랑의 징검다리에서 모금된 140여만원의 성금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사랑의 징검다리 기사를 본 부일라이온스클럽도 춘길씨에게 20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춘길씨는 성금과 지원금, 동사무소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보증금 500만원을 마련, 다른 월셋방을 얻어 다음 주에 이사할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