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알거지가 된 사연
앨버트로스(Albatross)는 새의 이름입니다. 갈매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날개가 자그마치 3m가 넘습니다. 갈매기는 항구에 머물며 부둣가 말뚝에 앉아 있다가 인간의 쓰레기를 뒤지지만, 앨버트로스는 아침 한 끼를 위해 대양을 횡단합니다.
리처드 바크는 그의 저서 '갈매기의 꿈'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눈을 통하여 세상을 봅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면, 갈매기가 아닌 바로 앨버트로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앨버트로스는 육지의 아무 곳에나 내려앉지 않습니다. 날개가 길어서 하늘로 다시 오르려면 긴 도움닫기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마치 보잉 항공기의 활주로 길이가 길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잘 잡힌다고 합니다. 인간을 잘못 판단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인간이 없는 곳에서 산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만 고집하고 30년 이상을 살며, 40여일 동안 쉬지 않고 지구의 반 바퀴를 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 새처럼 날개 짓을 하여 나는 게 아니고 바람과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활공한다고 하니 가능할 것입니다. 피곤하면 바다 위에 잠시 앉아 있고 육지에는 번식 때만 앉는다고 합니다. 평생을 창공에서 보내는 것이지요.
이런 앨버트로스의 고향 중 하나인 남태평양의 아주 작은 섬, 그래서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은 적도에서 40여km 떨어진 코딱지 만한 섬 이야기입니다. 가깝다는 호주에서도 3,260km 나 떨어져 있습니다. 섬의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2.5배 정도이고 인구는 약 10,000여 명 남짓이라고 합니다. 둘레가 18km인 섬을 자동차로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수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융기하여 산호초가 쌓였는데 그곳이 수많은 새들의 낙원이 되었고, 특히 많은 새 중에서도 앨버트로스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섬은 앨버트로스의 배설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섬은 새똥과 새의 죽은 시체의 뼈가 혼합되어 구아노(Guano)라는 물질로 변해 땅에 스며들어 인산염-(인광석, 인산염을 함유한 돌을 인광석이라고 함) 매장 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인산염은 비료의 주성분으로 황무지나 척박한 땅에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곳의 인산염은 순도 100%일 정도로 최고급이라고 하니, 이런 곳을 인간이 그냥 둘 수는 없겠지요? 이탈리아의 바티칸 공화국과 모나코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작은 섬나라 바로 나우루(NAURU)공화국입니다.
이제부터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부자인 나라를 인간이 탐욕과 자본주의 문명이란 이름으로 어떻게 파괴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섬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야자나무로 덮여 있었답니다. 당시에 유럽인들이 관심을 둔 것 중 하나가 코코넛이었는데 '코코넛 과육'을 말린 것이 '코프라'라고 합니다. 당시에 코프라를 운반하기 위해 나우루에 온 선장이 헨리 덴슨 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이 돌아가는 길에 돌멩이 하나를 기념으로 가져갔답니다. 나중에 앨버트 앨리스라는 사람이 돌멩이를 분석해 보니 순도 100%에 가까운 인산염이 검출 되었습니다. 그러자 1899년 나우루를 지배하던 독일을 비롯하여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유럽 나라들이 나우루에서 본격적으로 인광석을 채굴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나우루인들은 인산염이 무엇인지를 몰라 전혀 보상도 받지못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백인들이 얼마나 인산염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당시의 신문기사입니다. “이 섬의 인산염 매장량은 5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비료는 칠레의 유명한 인산염 산지와 견줄 만하다.” – 뉴욕타임스 1918. 9. 29.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뤽 폴리에 지음) -
2차대전 때는 일본이 점령하였습니다. 전시에는 인산염이 더욱더 중요해 졌습니다. 폭발물 제조에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원주민인 섬사람들은 그 사이 겨우 인건비만 받는 노동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일본군이 철수하고 호주를 비롯한 옛 점령자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농지를 다시 복원해야했기에 인광석이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나우루인들은 열악한 노동으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기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우지 못하고 훌륭한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때 '해머 로버트'라는 사람이 호주에서 귀국합니다. 나우루 최초의 유학생입니다. 그는 국민이 잘 살려면 나우루가 독립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후 10년 동안 투쟁하여 1968년 UN이 물러가고 독립을 하게 됩니다. 황금 덩어리인 인광석이 그들의 몫이 된 것입니다. 지금부터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어떤 나라인지 보게 됩니다.
이제부터 가난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고 하루 먹을 만큼만 잡았던 고기잡이 생활도 그들의 것이 아니었습 니다. 그들은 값싼 중국인 노동자들을 불러와 일을 시켰습니다. 인광석은 세계시장에 팔려나갔고 나우루 섬은 아주 부유해졌습니다. 섬 어느 곳이든 파기만 하면 바로 그것이 인광석이었습니다.
당시 석유의 나라 쿠웨이트가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부자 나라였고 그 다음이 나우루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1981년 당시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2만 달러, 엄청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이 9천 834달러, 미국이 1만 2천 249달러였습니다.한국이 2012년 현재 2만 달러라고 하지만, 나우루는 31년 전이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나우루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항상 축제와 같았습니다. 복지혜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교육은 말할것 없고 전기 등 유틸리티가 전액 무료이고 의료서비스는 물론, 결혼하면 집이 공짜로 제공되었습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나와 황당한 공약을 하는 대권병자들보다 더한 복지가 국민에게 제공되었습니다.
세금이란 당연히 어떠한 것도 없었습니다. 나우루 국민 10,000여 명 중 2,000여 명이 공무원이었고 한 가정에 최소한 1명이 정부에 고용되었습니다. 매년 한 가정에 10만 불씩 지원했습니다. 가정부는 외국인을 고용했고 섬 한바퀴 도는데 18km 밖에 안 되는 조그만 섬에 집집마다 여러 대의 차가 있었고 기름이 떨어지거나 타이어 펑크가 나도 길거리에 차를 버리고 새 차를 삽니다.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로, 와인 마시러 프랑스로 갔습니다. 학생들의 유학비도 100% 정부에서 지원했습니다.
화폐는 호주 달러를 사용했는데 달러를 휴지로까지 사용했다니 거짓말 같기만 합니다. 경작지는 인광석을 채굴하기 위하여 모두 밀어버리고 집에서는 전혀 요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인스턴트 식품과 통조림 그리고 외식 때문에 국민의 97%가 성인 비만증에 걸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뚱뚱한 사람을 미인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최고의 비만국가가 되었습니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 등 성인병 질환이 급증하고 기대 수명이 50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듯이, 자원은 사용하면 반드시 고갈됩니다. 우리가 화석연료라고 하는 석유도 생성과정은 수 억년이 걸렸지만, 불과 200여 년만에 인간이 다 태워버리고 고갈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나우루 역시 20여 년 즐겁게 보내다 보니 인광석이 고갈되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들어 생산량이 급감하게 되자 그 동안 정부에서 호주, 뉴질랜드, 하와이 등 외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하지만 대부분 사기꾼에게 속아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순박한 섬사람들이 자본주의 사기꾼에게 당한 것입니다.
나우루 지도자 '해머 로버트'가 죽고 나자 무능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말아먹습니다. 비 올 때를 대비하여 우산을 준비해야 했는데 수익이 나는대로 국민에게 나눠주고 모두 써버렸습니다. 열대지방 특유의 국민성인 오늘만 존재하고 내일은 내일이라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음식문화에서도 확연히 나타납니다. 추운 지방은 내일을 위한 저장기술이 발달하였지만, 열대지방은 나무만 오르면 일 년 내내 열매가 있으므로 걱정이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국내에 생산공장을 짓고 기간산업에 투자하여 인광석이 고갈될 때를 대비했어야 하는데 마구 퍼 쓰는 샘물처럼 생각하고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고위층의 사치는 로마시대의 황제보다 더했습니다. 특히 정부에서 실수한 것이 나우루가 남태평양 섬들의 관광 허브가 되는 것을 원했습니다. 작은 섬에 볼 것이라고는 새똥뿐인 섬을 국제공항으로 개발했습니다. 물론 비행기 외는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되다 보니 공항은 필요했겠지요. 여러 대의 비행기를 구입하여 정부가 직접 운영했습니다. 관광객이 찾을 리 없지요. 정부재정의 30%가 공항 운영비로 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다 망하고 마지막 남은 비행기 한 대마저 미국 수출입은행이 압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대만의 지원으로 공항이 운영된다고 합니다. 대만이 나우루를 지원한 사연이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대만은 중국의 반대로 UN에 가입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한 표가 아쉬웠기에 나우루를 지원한 것입니다.
한국도 1992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당시에 “자유중국”이라 불렀던 우방인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고 말았습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한국이 중국 눈치보지 않고 달라이라마도 초청하고 대만과도 국교를 정상화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부자가 가난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국가나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광석이 고갈되자 나우루 정부는 편법을 쓰기 시작합니다. 스위스를 흉내 내어 세계의 검은 돈을 보관해 주는 은행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러자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검은 돈이 나우루로 유입되었고, 나우루는 국제 마피아나 테러리스트의 \은신처가 됐습니다. 국제사회 비난이 빗발치고 UN의 경고도 받았지만, 나우루 정부는 눈도 끔쩍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범죄자와 부랑자를 상대로 국적을 팔아서 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조세회피지역(Tax haven)처럼 페이퍼 컴퍼니의 유령회사들을 끌어들입니다. 호주 밀입국자들을 수용하는 수용소를 내어주고 돈을 받지만, 유토피아 파라다이스는 무지개처럼 그들의 눈앞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이 테러로부터 공격받자 부시는 미국에 있는 나우루 자금을 동결하고 은행들을 파산시킵니다. 테러자금을 숨겨 주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손바닥만 한 나라를 주무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금고가 바닥난 나우루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난민을 수용해주는 조건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지원을 받아 겨우 연명했습니다. 나우루 섬은 난민들로 들끓었습니다. 섬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관광비자 발급도 중지되고, 항공편과 통신망도 끊겼습니다.
한동안 나우루는 문명세계에서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에야 호주에서 파견된 구조팀에 의해 통신시설이 복구됐습니다. 이제 나우루인의 생활은 세계 최빈국 수준입니다. 예전에는 하고싶은 것을 하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음식밖에 살 수 없습니다. 국민소득도 2500달러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제 나우루인들은 꿈에서 깨어 옛날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이들의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이 섬의 최고 높은 곳이 70m 정도라고 하는데 100여 년 동안 인광석을 파내면서 섬이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섬인 300km가 떨어진 키리바시 섬과 투발루 등 남태평양의 섬들과 함께 기후변화로 태평양 바닷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마치 밀가루를 반죽하여 빵을 구워 만든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갔다가 고기는 잡지 않고 즐기다가 배가 고프니 빵으로 만든 배를 뜯어 먹다가 점점 침몰하는 배와 같습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요? 호주와 영국, 뉴질랜드 등 그 동안 인광석을 파간 나라들이 흙을 싣고 와 나우루를 다시 메워 줄까요? 그럴 수 있는 국가라면 그렇게 대책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우루인들의 수명은 이제 비만 때문이 아니라 잘 살던 시절 기억의 스트레스로 더 단축될지도 모릅니다. 야자나무에 해먹을 걸어놓고 태평양 바람에 흐르는 시간을 맡겨두었던 시절로 돌아가기는 너무나 힘이 들 것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준비 없이 흥청망청 쓰는 사람 중에서도 미래를 위하여 저축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하는데, 이 중에 현금으로 백만 불이 넘는 계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행이 파산하는 바람에 이런 사람들 재산까지 모두 휴지로 변해 버렸다고 하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새똥 섬의 몰락을 보면서 인간의 탐욕을 다시 생각합니다. 나우루 섬의 흥망은 그들의 게으름과 무능력함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자본의 탈을 쓴 악마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순박한 그들에게 아편을 제공한 책임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우루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표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사용하는 자원의 고갈과 자원을 태워 지구의 온난화를 재촉하는 우리의 미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우루 주민의 한숨과는 관계없이 오늘도 무심한 앨버트로스는 태평양 창공을 날고 있습니다. 내 똥에 인생을 건 한심한 인간들을 비웃으면서…
▶ 왜, 한국인들이 나우루를 몰랐을까요?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위대한 한국인이 나우루에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습니다. 미국에 갈 것이 아니라 나우루에 갔으면 지금쯤 느긋하게 해먹에 누워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갖다 주는 코코넛 주스를 마시고 있을까요?? //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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