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났으니 나무를 심어야 한다. 녹색평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렇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뤄야 더 큰 홍수도 막을 수 있어서다. 물론 다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당장 홍수가 더 급하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그 사이 얼마 없던 나무들도 뽑혀 홍수 막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녹색평론은 나무 심는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조명한다.
여전히 종이책 단행본을 고수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정보의 홍수에서 후루룩 읽히기보다, 천천히 곱씹어 자기 삶으로 소화하는 이들만이 비로소 나무를 심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녹색평론의 열매 중 하나는 독자 모임이다. 녹색평론 독자들이 지역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며 관계를 쌓기도 한다.
1991년 시작해 34년째 이어져온 녹색평론의 존재이유는 계속해서 근본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농을 근본으로 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많은 사람이 농사짓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꾸준히 전해왔다. 예전엔 정보 전달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시집도 내지만, 굵직한 전략을 바꾸진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나무를 심을지 말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거기까지 이끌어주는 게 녹색평론의 역할이라고.
지금껏 난, 우직하게 한뜻 한길 이어오는 사람이나 단체를 보면 위안을 받았다. 3년 전 김종철 선생의 책을 읽고 알게 된 녹색평론도 내게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다 위안에만 취하지 않으려 근본을 고민하며 마을살이로 한 걸음을 뗐고 나라는 나무를 새 땅에 심었다. 사랑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기에, 주변을 보면 이미 숲이 울창하기에 어떤 홍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긴다. 이젠 우리가 일구는 흔적이 위안이 된다.
결국 나무를 심는 건 내가 바뀌는 일. 내 생활양식과 관계망이 달라지는 일. 내가 든든히 뿌리내리는 일. 녹색평론에 마냥 위안받던 때를 지나, 녹색평론과 함께 나무 심는 동지가 됐구나 조심스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홍수가 났으니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이들이 이미 우리 땅에 많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들 홍수 막느라 급급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운동의 열매로 숲이 생겨나는 곳들도 있다.
김정현 발행인님이 언제든 사무실에 놀러와도 된다도 하셨다. 내 살림터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아졌다. ^,^
첫댓글 저도 이번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탐방 후기 보면서 아쉬움 달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