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사단에 복무하는 외손자 새록아!
참 세월도 빠르게 흐르는 구나. 신병 교육 시절이 어제만 같은데 이젠 의젓한 병장 계급장이 돋보이는 말년이 되었구나. 날씨가 추워지니 마음에 또 걱정이 앞서는 구나.
대한민국에서 군 생활을 우리보다 힘들게 한 사람은 없다. 복무기간이 36개월을 다 채웠고 15사단 전역을 한 바퀴 돌았다. GOP를 두 번이나 들어갔고 제1은 기후와 싸움이라 그 곳 눈과 바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야간근무를 마치면 힘겨운 화목작업에 시달렸고 틈만 나면 산악구보에 몸서리를 쳤다. 총검술
16개 동작과 태권도 천지형, 태극형을 팔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순서 하나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당시 월남전 지원은 소대원 27명 전원이 지원을 했지만 말단 소총소대라 그런지 나 복무 중에는 단, 한명이 뽑혀서 가는 걸 봤다.
거꾸로 매달아도 잘도 간다는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다가와 전역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기적이라 생각이 든다. 지금 와서 이 말을 하는 것은 혹시나 우리는 그런 어려움도 극복하고 나온 것이 절대로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세파를 헤치며 생을 사는 동안 어려울 때마다 그때를 회상하며 자랑스럽게 날개를 달았고 두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그 때도 그렇게 극복을 했는데’ 생각하면 무엇 하나 두렵지 않았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나는 비록 상병 전역했지만 생활은 장성들과 놀았다.’는 공관병출신의
친구가 어쩌면 이리도 불쌍해 보이는지 몰랐다. 무거운 M1 소총을 방아틀뭉치까지 분해해서
닦아 내는 정성을 ‘네들이 게 맛을 알아?’ 반문하며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새록아!
말년에는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감정 상한 후임들도 잘 보살펴 주고 나로 인해서 마음 다친 사람이 없는지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사회인으로 나서는 각오가 새롭게 꿈을 다져야 함은 물론, 미래를 위한 설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나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해야한다. 꿈을 실현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전역이라는 두툼한 외투를 걸치게 됨은 굳건히 설 수 있는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에 임하면 백전백승의 기회가 온다.
꿈이란 내 그릇에 비추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계영배의 원리를 가슴에 담고 노력 하노라면
좋은 결실이 올 것이다. 너무 걱정도 하지 말고, 너무 어렵게도 생각 하지 말고, 모든 걸 순리에 따라 진행하면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새록이는 누구보다 잘 헤쳐 나갈 것이란 믿음에서 이글을 쓴다. 건강 유의하고 마음을 다잡아라.
갑진년 10월에
너의 외할아버지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