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활동은 내 인생 '두번째' 서막"
'무척 세련되면서도 다소 도도해 보이는 커리어 우먼'. 바로 배우 이혜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은막에 데뷔한 이혜영 씨는 그동안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 들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 왔고 관객들에게는 연기 잘 하고 선이 굵은 배우로 기억되어 왔다.
'햄릿 1999' '사의찬미' '바담 바담 바담' '에비타' 등 작품성 있는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으며, '피도 눈물도 없이' '하류인생' 등의 영화에서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패션70s'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야말로 연기 현장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배우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그녀의 이런 커리어 때문일까. 쉽사리 다가가기 힘든 일종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이혜영 씨가 어느날 불쑥 영락교회 교인들 앞에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영락교회에서 예배만 드렸다는 이혜영 씨.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이혜영 씨는 매 주일 3부 예배에서 찬양을 하는 시온성가대의 화음에 매혹돼 성가대원이 되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사실 단순한 매혹이 아니었다. 매주 성가대의 찬양을 들으면서 이혜영 씨는 눈물과 콧물을 쏟을 정도의 감격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날이 더해질 수록 이 씨는 "꼭 성가대에 들어가리라"는 다짐을 거듭해서 했다.
어느 날 용기를 내 시온성가대의 문턱을 넘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신입대원들과 함께 오디션도 봤다. 이날을 기억하는 이혜영 씨는 "너무 떨었던 기억만 난다"며, 수줍어 한다. 그러면서도 성가대의 문을 두드리던 날의 기억을 또렷이 회상해 냈다.
"시온성가대를 그리워하면서 오랫동안 주변만 맴돌았는데,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음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서 성가대 연습실을 찾았습니다. 오디션을 봐야 한다길래 카바네라를 불러서 실력을 뽐내려 했지만 막상 그날이 되자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찬송가를 펴 '동요를 부르는 것처럼 귀엽게(?)' 찬양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절 뽑아 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사모하던 곳에 둥지를 튼 이혜영 씨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연습 한번 빠지지 않는 열정적인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 주일 예배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일이 너무 기쁘다는 이 씨. "음악은 나에게 언제나 감동과 행복을 주었어요. 거기에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바로 교회가 거룩하다는 사실이었죠. '음악과 교회', '행복과 거룩'이 어울리니 제 생활이 얼마나 윤택해 지고 관대해 지는지... 이제 성가대원으로서의 삶은 없어서는 안될 나의 부분이 되었어요." 신앙간증이 따로 없다.
이혜영 씨는 신앙생활을 통해 삶이 송두리채 바뀌어 버렸다. 하나님을 알기 전과 후가 분명히 달라졌다는 그녀. 이제는 어떤 결정을 하든, 어디를 가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게 됐단다. "제가 어떤 도구로 사용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기도가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어요. 참 많은 변화죠. 옛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변화에요."
차기 작품은 하나님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혜영 씨는 "크리스찬이 된 이상은 하나님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가고 싶다"면서, "제 소속사도 믿음의 일꾼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회사와 논의해 좋은 작품을 고르고 있다"고 전하며,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온성가대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영락교회 옆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혜영 씨는 연습시간이 됐다면서, 늦으면 안되니 인터뷰를 마칠 수 있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낮에는 시온성가대 안에 별도로 있는 '소산중창단'의 3월 연주회 때 입을 의상을 맞추기 위해 디지이너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디자인 시안을 대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자리를 뜬 이혜영 씨는 화려한 은막의 스타라기 보다는 그저 동네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앙심 좋은 성가대원의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매 주일 찬양을 하고 초등부와 유아부에 다니고 있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교회마당을 거니는 게 그 무엇보다도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의 신앙생활과 작품활동에 깊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