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정유년(1597년) 4월부터 9월까지 조선군과 왜군간에 있었던 전쟁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소
설의 주인공은 이 순신과 장 호준이다. 주인공이 둘이라는 것은 소설의 플롯이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
다는 뜻이다. 하나는 이 순신이 옥에서 풀려나 백의종군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원균의 칠천량해전(7월
16일)의 대패, 진주에서의 삼도수군통제사 임명(8월 3일), 남원성전투(8월 16일)에 이어 명량해전(9월
16일)의 승리로 이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장 호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첩보전이다. 칠천량해전에서 살아 남은 경상우수사 배설
이 숨겨논 전함 12척의 접수과정, 이순신장군의 암살단 까마귀부대와의 첩보와 심리전 그리고 전투, 한
산도 앞섬인 돌산에 묻어둔 철쇄의 회수작전, 명량해전을 앞두고 벌인 역정보전이 바로 그 내용이다. 역
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사건을 재구성한 이 소설은 재미로도 그 어떤 영화에도 밀리지
않다고 본다. 또한 나중 저자의 후기를 보니 이 소설이 영화화를 전제로 쓰여졌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
만큼 흥미와 재미에 중심을 둔 소설이라 하겠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들어있고 전쟁에 참여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보
여 주고 있어 교양적 지식을 얻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조선 수군이 칠천량해전에서 전멸하자 조정은 부랴부랴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이순신
은 선조의 교지를 진주에서 받고 임지인 전남 해안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이순신은 ‘수군이 전몰한 상태
에서 흩어진 병사와 민심을 다시 모으고 자신의 조선수군 총대장 복귀를 알리기 위해’ 남도 내륙쪽으로
동선을 정한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갖는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백성들을 규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순신 일행은 군관 9명에,아병 6명등 총 16명 규모였다. 이순신은 조선의 비밀특수부대인 낭청조직의 장
호준으로 하여금 배설이 숨겨논 군함을 찾게 하고 이 원룡으로 하여금 여수 돌산에 있는 방어용 철쇄를
가져오게끔 지시를 내린다. 이순신은 군관 현응진,송대섭,호위무사 선돌,그리고 전향한(?) 왜인 첩자 준
사등과 함께 하동-두치진-구례-곡성-옥과-순천을 통해 남해로 이어지는 여정을 밟아 나간다.
한편 왜군은 칠천량해전을 승기로 잡고 군을 크게 셋으로 나눈다. 모리 히데모토를 장으로 하는 북군
은 양산,창녕,합천,거창을 거쳐 황석산성으로 나아가고 고니시 유키나가,시즈미 요시히로를 장으로 하
는 중군은 진주,하동,남원,전주를 거쳐 충청도 공략에 앞장선다. 나머지 하나 도도 다카도라,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장으로 한 수군은 남해안 연안을 훑어 가면서 사천,곤양을 거쳐 하동 두치진에 이르러 육군
과 합류하여 남원성을 공략하는 것을 계획한다. 그들은 그들이 닿은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죽인다. 이는 후방에서의 후환을 미연에 방지하고 적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켜 전쟁에 유
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왜군은 이순신의 존재감을 아는 바 암살단을 보내는데 일명 까마귀부대
다. 일본 최고의 무사들로 조직된 부대로 인원은 13명이나 전투력은 수천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순신일행은 결국 두 번의 전투를 하게 되는데 왜군 중군의 선봉부대인 사다케 선봉부대와 까마귀 부
대와의 일전이 그 것이다. 이순신은 앞에서는 조선의 지리지형을 이용하여 제압하고 뒤쪽은 까마귀 부
대의 대장인 미우라의 완벽주의를 간계로 이용하여 제거한다. 장호준도 치열한 전투 끝에 12척의 전선
을 왜군에게서 구해 낸다. 그러나 철쇄를 운반하던 이원룡이 까마귀부대에 희생되고 만다.
남원성 전투에서 조선군이 패배하고 수군의 전투력이 완벽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순신은 진영을 서쪽으로 이동하여 완도부근 명량을 앞바다로 두는 곳으로 이동한다. 왜군 수군은 남원성 전투에서 승리하고 다시 섬진강으로 나와 전라도 해안을 약탈하며 서해안으로 올라갈 계획을 잡는다. 이리하여 왜군과 조선수군의 필할 수 없는 결전이 명량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순신은 싸우고자 했고 그의 주변엔 수 많은 전투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부하들이 있었다. 첫째
장호준. 그는 그의 부하 유창선(명량해전전에 왜군에 위장체포되어 지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역정보를
흘리는데 성공한다.)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목숨을 버려 가며 지켜야 할 가치라. 그런게 있다면 아마 먼 훗날 나타나겠지. ..우리는 그저 주어진
일에, 아니 자네와 내가 기꺼이 맡은 일이지.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이 땅에 묻히면 그만이지. 그러면
최소한 죽을 때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네. 내 생각은 그래."
여기에 대해 말을 받는 그의 부하 유창선의 말도 멋있다.
" 그렇군요. 미래는 내 알 바 아니지만 적어도 그 말만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내가 기꺼이 맡은 일
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 언제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원룡. 그는 ‘한숨만 내쉬고 있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미루거나 포기
한 적이 없다,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요령있게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지레 겁을 먹고 못하겠다고 몸
을 사린 적은 없(2권 46쪽)던’사람이다.
셋째,현응진.그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심인 사람이었다.
넷째 선돌. 조선 최고의 검객이면서 이순신의 호위무사로 자신의 목숨을 주군을 위해 초개와 같이 던질
사람이었다.
다섯째 준사. 일본의 첩자이나 유리한 쪽에 붙어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고 동시에 이순신의 목을 가져가
금위환향할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이순신의 곁에서 모사를 꾸며 까마귀부대를 전멸시키
는데 일조한다.
그러면서 배설같은 사람도 있다. 명색이 조선수군의 장군이면서 칠천량전투에서 도망쳐 나오고 하는
소리가 “무모한죽음보다 살아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이 시국에서 주상과 조정을 위한 길이오(2권228
쪽)”란다. 결국 그는 명량해전을 앞두고 병을 핑계로 도망가 버린다. 또한 대부분의 양반들은 충과 효를
비교하면서 효를 위해 전선에 나서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나라가 없고 어찌 효가 있겠는가? 차라리
나라와 조정은 다르고 썩어 빠진 조정을 뒤엎기 위해 역모를 꾸민 자들이 솔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유창선과 장호준의 대화(1권66쪽)-누구를 위하여 애쓰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가?
조정과 임금을 위해서, 아니면 사직과 이 땅의 백성을 위해서? 이 나라가 우리가 목숨을 버려 가며 지켜
야 할 가치가 있습니까?-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장호준과 이순신과의 대화(2권 249쪽)-하늘이란 결국 백
성이 아니겠느냐?는 부분도 새겨둘만한 내용이었다. 이순신의 출사표(2권 171쪽,257쪽)도 제대로 읽어
볼 명문인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원전투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양민 박승일이야기가 지금도 가
슴에 내내 맴돌고 있다. 그는 늙으신 어머님과 어린 자식과 아내를 부양하는 평범한 남원 양민인데 왜군
의 공격에 가족을 피난시키고 산성으로 나온다. 처음 잡아본 병기로 힘써서 적들과 싸우지만 중과부적으로 죽음에 몰리게 된다.
‘싸우러 오면서 자신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나 생각했다.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게 옳았다. 그랬기에 많은 적을 죽일 수 있었던 것
이다.(2권 135쪽)’
‘ 다른 놈들의 칼이 그의 양팔을 잘랐고 두 다리를 잘랐다. 그리고 다시 목이 툭 떨어졌다. 그의 머리는
피바다가 된 땅에 데구루루 굴러가다가 멎었다. 그 시선이 자신의 몸뚱이를 향했다. 아무도 봐 주지
않고 기억해 주지 않는 죽음을 자신이 보고 자신이 기억해 두었다.(2권 137쪽)’
우리가 소설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역사적 사실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건 이
면에는 수 많은 백성과 용기있는 자들의 회생과 헌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나를 따르라하고 뒤로 빠
지는 위인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지 곰곰이 성찰해 볼
일이다.
또한 이순신도 위대한 장군이기 이전에 젊은 시절 시험에 여러번 낙방한 바 있고 여러 전투에 패배의
쓴 맛을 많이 본 장수였다. 또한 죽음을 누구보다도 두려워 했던 한 사람이었다. 장호준에게 그는 이렇
게 말했다.
“글쎄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 두렵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죽게 될까 두렵고 무엇보다 내
두려움을 누가 알까 두렵네(2권 249쪽)”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대사명을 거부하지 않았고 끝내 그것을 감당했다. 그래서 그는 후대들에 의해 위
인이 된 것이다.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위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외 소설을 읽고 마음 속에 남는 글귀를 적어 본다.
1. 사내로서 이 정도 어려운 일 한번 안 해 보고 죽으면 억울하지 않는가?(2권47쪽)
2. 머릿 속에 있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이고 동
의는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이루어진다.(169쪽)
3. 전쟁만 보면 생각은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에 정치와 권력이 섞이면 단순해 지지
않는다. 적은 적이 아니고 아군은 말 그대로 아군이 될 수 없게 된다. 이겨도 온전히 이
긴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싸움조차도 그게 싸움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진다.(1권65쪽)
4. 현응진- 마음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덩어리의 문제이다. 그 덩어리가
빠지든 닳아지든 사라지지 않는 한 원한은 죽을 때까지 남을 것이다.(1권205쪽)
5. 모름지기 휴식이란 아무런 말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1권302쪽)
6.전투와 전쟁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가장 말단의 졸자라도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이미 전세가 가울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천하의 제갈량이 와도 이를 되돌리기 어렵
다. 공포와 좌절감은 무엇보다 쉽게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2권 21쪽)
7.왜 많은 사람이 전쟁에서 죄도 없이 죽어나가는 걸까? 전쟁을 하는 자들은 철저한 계산
으로 움직이지만 죄의 있고 없음은 그 계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선과 악도 포함되지
않고 옳음 그름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까닭은 사람이기 때
문이다.(2권 26쪽)
8. 애초 적이란 피해서 달아날 상대가 아니라 맞서 싸우고 물리치며 없애야 할 대상이
다.(2권108쪽)
9.길이 없어도 한번 지난 곳은 길이 된다.(2권 121쪽)
10. 삶과 죽음의 길은 도망치느냐 싸우느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2권 2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