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하신 디자이너(장명숙, 안젤라메리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하느님은 ○○가 하느님 안 믿어도 하나도 아쉽지 않으세요. ○○가 아쉽지요. 하느님이 천지 창조 이전부터 계획하셔서 우리를 만드셨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에요?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얼마나 많은 인간이 태어났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이 태어날 텐데 그 많은 인간의 지문을 요 작은 손바닥 안에서 모두 다르게 디자인하시는 분을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어요? 난 생각할수록 경이로워요. 내 직업이 디자이너라서 더 신비해요.”
신앙의 역사가 짧은 처지인 저는 누군가에게 전교를 하는 일에 서툴렀습니다. 신앙인이라는 것이 큰 축복인 줄 깨닫기 시작하며 주변에 세례를 권유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득을 해야 제 얘기를 들어 줄지 자신이 없었고 더구나 성경을 완독하기 전에는 무식이 드러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이제 세례받은 지 43년, 신앙인으로 새로 태어난 햇수도 40년이 넘어 신앙 나이로 불혹의 어른이 되었네요.
아직 성경 말씀을 몇 장 몇 절이라고 줄줄 외울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20년 가까이 매일 미사에 참여하고 아침저녁으로 성경을 조금씩 읽으며 하느님과 지내다 보니 하느님께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고 싶어졌고, 좋아하고 아끼는 지인들께 신앙을 전파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치 착한 일을 해서 부모님께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었다고 할까요.
세례 나이가 43년이라도 하느님께 매달렸다가 혼자서 멀어졌다 변덕을 부린 스스로의 됨됨이를 알기에 성경을 읽을 때마다 제게 가장 쉽게 다가오는 구절, 주변 친지들에게 가장 설득하기 쉬운 구절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발견한 성경 구절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바로 로마서 8장 28절이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며, 천지 창조 이전부터 모든 역사를 계획하셨다고 깨달은 그순간의 전율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런 특권을 내가 받았구나.’
인간의 역사가 생성된 이래 얼마나 많은 인간이 태어났으며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이 태어날 텐데 이 작은 손바닥 안에 지문이라는 서로 다른 각자의 고유한 증표를 만들어 주시는 하느님, 이 세상 어느 위대한 디자이너가 요 작은 손바닥 안에 어느 누구에게도 중복되지 않을 지문을 디자인해 주실 수 있을까….
제가 좋아하는 사도 신경의 첫 구절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천지를 창조하실 때부터 제 지문은 저만을 위해 준비해 놓으셨다는 우리 하느님. 로마서와 사도신경, 또 지문을 예로 들며 제가 아끼는 친지들을 신앙으로 이끌 때의 달콤한 사명감은 주님이 주신 또 다른 선물입니다. 가장 위대하신 디자이너, 가장 위대하신 크리에이터.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