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를 통하여 지구보전을 위한 규범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동계획’으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 지침이 “의제21(Agenda21)”이라고 한다. 2010년부터 푸른터맑은의정부21실천협의회 문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의제 표어처럼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자원을 찾아 보존해보고자 나름 애썼지만, 여전히 미력이라 여겨진다. 그러다가 의정부시의 소중한 지역 문화 자원의 하나이자 조선 후기 인물사와 사상사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1629; 인조7∼1703: 숙종29)이 남긴 ≪색경≫이 최근 한글로 옮겨졌다는 소식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고 하기에 틈을 내어 살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조선시대 농업은 농악 깃발에 쓰여 있듯이 하늘 아래 큰 바탕(天下之大本)이자 당시 경제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산업이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국가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자 노력하였는데, 그 열매가 조선 전기에는 ≪농사직설≫이며, 조선 후기에는 ≪농가집성≫이었다. 국가의 노력이 진전되는 가운데, 개인이 농업 관련 정보를 모아 정리한 것도 있었다.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과 그의 동생 강희맹이 지은 ≪금양잡록≫을 비롯하여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사시찬요초≫가 대표적이다. ≪농가집성≫은 바로 이러한 조선 전기 농업 정보를 집대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세당이 ≪색경≫을 지은 까닭은 무엇일까. ≪농사집성≫은 위에서 이야기한 ≪농사직설≫ㆍ≪금양잡록≫ㆍ≪사시찬요초≫와 ≪구황촬요≫를 원본 그대로 합친 책에 불과하였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내용의 첨부와 고친 곳이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와 달리 ≪색경≫은 원元에서 펴낸 ≪농상집요≫의 목차와 내용을 그대로 따른 소박한 책이지만, ≪제민요술≫ㆍ≪여씨춘추≫ㆍ≪농상촬요≫ㆍ≪전가오행≫ 등의 자료를 더하였다. 게다가 당시 농가에서 구전으로 전해 오는 접붙이기를 비롯하여 천문ㆍ지리ㆍ초목ㆍ조수ㆍ절기ㆍ천간지지 등에 따른 기후와 작물 가꾸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색경≫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밭작물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를 비롯하여 오늘날 일반 시민들에게도 익숙한 50가지 밭작물(논벼 포함)과 배와 복숭아, 오얏 등 24가지 과일나무, 소와 말을 뺀 가축 5가지, 그리고 연꽃 등 사람에게 유익한 화초류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자투리땅을 이용한 밭작물 위주의 도시농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곧, 상자텃밭보급행사를 비롯하여 베란다텃밭, 옥상텃밭, 학교텃밭, 재활용텃밭상자 등과 같이 도시의 자투리땅에 대한 적극적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농업의 교과서로 활용해도 무방할 정도라 하겠다. 게다가 조선 후기 한수 이북의 수리와 토질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어서 오늘날 서울에서 가까운 한수 이북 지역의 주말농장의 경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조선의 임금 가운데 유일하게 문집을 남긴 정조正祖도 ≪일득록≫에서 “고故 판서 박세당이 일찌감치 은퇴하여 전야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그가 지은 ≪색경≫은 가장 경력 있고, 가장 절실한 내용이다. 수리水利와 토질, 파종하는 방법, 농기구의 이용 등을 그림처럼 상세히 기록해 놓아 살펴서 행할 수 있으니, 농서를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 책이 으뜸이 될 것이다.”라고 극찬하였다. 그런 까닭에 ≪색경증집≫ 등 꾸준한 전승도 있게 되었다. ≪색경≫을 현대어로 옮기면 ‘농사의 성경Bible of Agriculture’이라 할 수 있다. 박세당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저 야인들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돌려가며 보기까지 하였다.”고 겸손함도 엿보인다. 박세당은 ≪색경≫을 통해 소규모 백성의 꾸준한 살림살이의 보장을 강조하였다. 이는 오늘날 자신의 토지를 소유한 농민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게 한다. 곧 농토를 소유하지 못한 도시민들(또는 도시민들의 단체)과 계약을 맺어 일정 기간 동안 농토를 빌려 주어 소규모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들이 언제든지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훈련시키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박세당의 ≪색경≫이 해방 이후 분단으로 인한 정치ㆍ군사적인 명분으로 사회ㆍ문화적인 소외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척박한 환경에 있는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에서 지속가능하면서도 친환경적이며 격조 있는 전통 문화 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할 뿐만 아니라, 새싹을 틔우고 있는 도시농업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갈음하고자 한다.
강 혁 (지역문화자원연구소 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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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리아이 역사공부방 : Corean Clio 원문보기 글쓴이: 고리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