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2
치매 검사
2년마다 받는 건강검진에서 중요검사사항인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서 위내시경은 내시경을 그대로 받으면 되는데 대장내시경은 먼저 변검사를 하여 이상이 있으면 내시경을 바로 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본인 의사에 따라 별도 비용을 부담하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세 번 즉 6년 동안에 변검사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다 대장내시경은 사전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세척제인가 하는 액체를 마시는 것 때문에 정말 하기 싫지만 그냥 넘어갈려고 하니 뭔가 찜찜한 점이 있다. 그것은 아버님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 12년만에 돌아가신 가족력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내시경은 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보완하고 마음으로도 좀 안심이 되게끔 건강검진이 없는 해에는 구청보건소에 가서 암표지자검사를 받는다. 이것은 구청보건소에서 남자는 네 가지 암 즉 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여자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난소암 등 네 가지 암에 대하여 21,000원만 내면 혈액채취를 하여 암 검사를 해준다. 물론 이것이 완벽하달 수는 없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하고 해 보는 것이다.
이 검사를 받으려고 오전 10시 반쯤에 서초구청 보건소에 갔다. 검사 결과는 2주후쯤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피를 뽑고 나니 시간이 11시가 된다. 오후1시에 강남역 근처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의 점심모임이 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날씨도 엄청 더워서 바깥에 나가서 마땅히 있을 곳도 없고 하니 그냥 보건소 안에서 시원하게 의자에 앉아 들고 간 문고판 책을 꺼내어 읽고 있는데 어떤 보건소 직원인듯한 젊은 여자가 오더니 혹시 스트레스 검사를 받아 본 일이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나는 그런 검사도 있느냐고 하니 이리로 오시죠 해서 가 보니 별도의 사무실이 있다. 여러 가지 질문사항을 쭉 물어보더니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한다. 사실 요즘은 놀고 먹는 게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지 다른 큰 스트레스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검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웃으면서 혹시 치매검사는 여기서 하지 않습니까 하고 그냥 물었는데 물론 하지요 하면서 해 보시겠습니까 한다 시간이 아직 있으니 해 보죠. 여러가지 질문사항을 묻는다. 처음에 금년이 몇 년도입니까 몇 월입니까 며칠입니까 무슨 요일입니까 사실 며칠인지와 무슨 요일인지를 갑자기 물으면 어리둥절해서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묘하게 오늘은 아침에 무슨 일로 날짜를 보게 되었고 또 고등학교친구들 점심모임이 항시 금요일이기 때문에 날짜와 요일은 맞힌 것 같다. 다음에는 숫자계산에 들어간다. 100에서 7을 빼면 얼마죠 93 다시 93에서 7을 빼면 얼마 87 또 87에서 7을 빼면 하는 식으로 나간다. 도중에 단어 세 개를 알려주고 조금 있다 다시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한 5분있다 다시 그 단어 세 개를 묻는데 두 개는 기억나는데 한 개는 모르겠다. 한참 질문을 더 하다가 마지막에 점수를 계산하더니 숫자계산에서 즉 93에서 7을 빼면 86인데 87로 했으므로 집중력이 좀 모자라고 또 단어도 한 개 까먹어 버렸으므로 전체점수가 합격선에 조금 미달이라고 한다. 평소에 방금 한 일도 깜쪽같이 까먹는 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면 점심 먹은 지 두어 시간 후에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먹기는 먹었는데 무얼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일단 보건소에 등록이 됐으니 가끔 연락을 드리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는데 친구들 중에 야 뭐 그런 검사를 다 받니 하고 치매검사 받는 걸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오히려 나는 이런 기회에 치매검사를 잘 받아 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한편 내가 벌써 이런 검사를 받아 볼 나이가 되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합격도 아닌 불합격 아닌가.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나는 건망증이 매우 심하므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이름 꽃 이름을 많이 외우려고 노력하고 이처럼 글을 계속해서 쓰는 것도 하나의 치매예방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미당 서정주선생도 말년에 치매예방을 위해서 세계의 산 이름을 매일 몇 백 개씩 외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에 가서 치매검사 받아 불합격 받았다고 하면 아내가 기겁을 할 테니 아무소리 안 해야겠다. 그래도 처음으로 스트레스검사 치매검사 받고 나니 기분이 좋고 가뿐하니 이것 역시 치매현상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서초구청에서 3호선을 타서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바꿔 타고 강남역에 내려 한낮의 열기 속에서 점심모임이 있는 원주 추어탕 집까지 15분정도 걸으니 땀범벅이다. 추어탕 집에서 오늘은 추어탕 대신에 메기매운탕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니 나이 70에 이것 또한 괜찮은 호사가 아닌가 ! 삼복더위에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누가 들으면 또라이 라고 할지 모르지만 괴로움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이고 행복이 아닌가 하는 좀은 바보스런 생각을 해 본다.
첫댓글 대장내시경이 가장 정확합니다. 폴립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떼어내니까요.
저는 1년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오래정에 악성 폴립을 떼낸 적이 있어 6년에 한번정도는
꼭 내시경을 합니다.
헌데 대장내 폴립이 커서 암이 되고 그로 인해 죽기까지는 한 10-15년 걸린다고 합니다.
작년에 했으니 어찌 보면 죽기전까지는 그 고약한 약을 먹고 잘 안해주는 수면내시경을
이제 끝내도 될 나이가 됐나봅니다. 그만큼 죽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슬퍼집니다.
ㅠㅠ
내년에는 대장내시경을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