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쉬다가, 지리산둘레길 카페 3곳
지리산둘레길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부러 둘레둘레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두런두런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도 자연스레 보게 된다. 그 구불구불한 길가엔 풍경과 한 잔의 차를 즐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산길, 마을길 걷기에 더해지는 삼삼한 재미다. 지리산둘레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다는 남원시 인월의 3코스를 걸으며 개성 넘치는 카페 3곳에서 쉬어간다.
[왼쪽/오른쪽]지리산을 정원 삼아 들어선 카페 제비 / 지리산의 풍경과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는 카페 제비
지리산 보며 고르곤졸라 피자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안내소 앞 카페 제비’는 인근에 흥부골이라는 마을이 있어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실은 카페 주인의 이름이다. 전제비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가진 여주인은 개그맨 전유성 씨의 딸이다. 젊은 전제비 씨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제비는 유명인의 딸이 운영한다는 사실보다 지리산을 품안에 담을 수 있는 확 트인 풍경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외관이나 실내 인테리어도 도시의 카페인 양 세련됐다. 카페 외관은 빨강과 파랑의 색 대비로 시원한 느낌을 주고, 꼭대기에는 갤러리처럼 기린과 제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실내 천장에는 드럼과 농기구 등 소품을 매달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왼쪽/오른쪽]카페 제비에서 맛볼 수 있는 피자와 파스타 / 지리산둘레길을 걷다가 마시는 카페 제비의 블루레모네이드
[왼쪽/오른쪽]손님들에게 늘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는 카페 제비의 주인 / 천장에 농기구와 드럼 등을 매달아놓았다.
사실 카페 인테리어나 주변 풍경보다 더 사람을 끄는 건 주인의 수줍은 듯 착한 성품이다. 제비 씨의 남편인 장섭 씨는 늘 손님 테이블에 와서 어설픈 듯 신기한 마술을 보여준다. 게다가 인심도 후하다. 바리스타 부부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리는 드립커피도 맛볼 수 있다. 주인이 도우를 직접 민 고르곤졸라 피자나 마르게리타 피자와 함께 병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피맥(피자와 맥주)’도 가능하다. 파스타도 주문할 수 있는데, 특히 만화 《심야식당》에 나오는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인기다.
카페 제비는 대도시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와 지리산 풍경이 그윽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인월버스터미널 인근, 지리산둘레길 3코스 시작점에 있어서 걷기를 시작하기 전후에 들르기 편하다.
인도 라씨와 짜이가 그립다면
‘카페 히말라야’는 지리산둘레길 3코스의 가운데 지점인 매동마을과 장항마을 사이에 자리한다. 다른 코스보다 긴 3코스 중간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게 ‘커피 중독자’들에게는 참 반가운 일이다.
커피만이 아니다. 인도 여행을 했던 주인장은 인도 전통 음료인 라씨와 짜이도 메뉴에 걸었다. 요거트로 만드는 라씨는 더운 날 시원하게, 우유와 홍차로 만드는 짜이는 선선한 날 따뜻하게 먹기 좋다. 더치맥주도 맛볼 수 있다.
지리산과 히말라야는 그 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동경을 품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카페 히말라야는 2011년에 지리산둘레길의 쉼터 개념으로 노천에서 천막쉼터로 시작했다가 이후 컨테이너를 개조해 카페를 이어갔다. 그러다 자리를 옮겨 어엿한 가게를 꾸몄다. 자리를 옮겼다고는 해도 바로 옆으로 한 발자국씩 옮긴 정도다.
카페 히말라야의 젊은 사장은 2002년 귀농을 목적으로 지리산 인근에 내려왔다가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이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는 카페를 열었다. 삶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시작했던 시골살이부터 인도, 미얀마 등지로의 여행까지,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카페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왼쪽/오른쪽]전원 풍경과 잘 어울리는 카페 히말라야 전경 / 다양한 커피메뉴와 티메뉴, 맥주 등을 파는 카페히말라야
[왼쪽/오른쪽]카페히말라야에서는 라씨와 짜이 등 인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 카페히말라야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다락방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달달한 생강꿀차를
‘카페 소풍’은 그 위치를 분명히 알고 가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울 정도다. 덤불 속에 숨어 있는 모양이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벽을 뚫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1932년에 지어져 한옥과 일본식 가옥이 섞인 ㄷ자 형태의 건물로 10여 년간 주인의 손때까지 더해져 다락방에 앉은 듯 아늑하다. 독립된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작은 방과 실내 및 야외 테이블을 갖춘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실상사 입구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절을 찾는 사람도 많이 들른다.
전통찻집 분위기의 소풍에서 가장 유명한 차는 주인이 직접 만든 생강꿀차다. 목이 칼칼할 때나 속이 허할 때 딱 마시기 좋은 차다. 주인이 직접 생강즙을 짜고 저온숙성을 시킨 뒤에 지리산 토종꿀을 섞어 만들어 가히 보약이라 할 만하다. 오미자차와 복분자차, 매실차 등도 모두 좋은 재료로 직접 담근다.
주인은 사실 나무조각가다. 12년 전 이 공간을 작업실로 쓰다가 찻집을 겸하게 됐고, 지금은 아예 찻집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카페 안 나무로 만든 소품들이 모두 주인의 솜씨다. 주인 부부는 겨울이 되면 아예 카페 문을 닫고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생강꿀차를 맛보려면 그전에 가야 한다.
아늑한 방에서 쉬는 것도 좋다.
지인의 공방에 놀러온 듯 편안한 느낌이다.
여행정보
안내소 앞 카페 제비
주소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2길 102
문의 : 063-636-9888
카페 히말라야
주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천왕봉로 583
문의 : 070-4232-9648
카페 소풍
주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천왕봉로 801
문의 : 070-7778-2431
1.주변 여행지
국악의 성지 :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69 / 063-620-6905
실상사 :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 063-636-3031
인월장 : 남원시 인월로 65-3 / 063-636-5117
2.숙소
흥부골자연휴양림 : 남원시 구인월길 125 / 063-636-4032
일성지리산리조트 : 남원시 천왕봉로 626-25 / 063-636-7000
달오름테마마을 : 남원시 인월서길 42 / 010-3675-2231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여기는 나그네 산약초 입니다.
http://cafe.daum.net/skrhkddhr60
첫댓글 정말 가보싶은 곳이네요.
구경 잘하고갑니다...
멋지고 아늑해 보입니다
언제 한번 안내해 주세요
아주 멋진곳이군요
시간내서 한번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