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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경계를 허무는 핀테크 열풍,
지금껏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금융의 신세계가 시작된다
2015년 은행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뱅크’다. 디지털뱅크란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을 아우르는, 보다 더 큰 개념이다. 30여 년 전 씨티은행의 CEO였던 존 리드는 머지않은 미래에 현금 기반의 경제가 무너지고 데이터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컴퓨터 혁명과 21세기 모바일 혁명을 차례로 거치며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어느덧 우리의 지갑에는 지폐보다 신용카드가 더 두툼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제는 신용카드마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카드 없는 결제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는 별개로 아직도 대다수의 은행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오프라인 지점 기반의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의 금융시장 분석가인 저자 크리스 스키너는 이러한 은행의 보수주의에 대해 경고하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은행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은행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며, 앞으로는 은행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애플이나 삼성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IT 기술 및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은행은 어떤 미래상을 그려야 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 출판사 리뷰
은행은 다음번에 쓰러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도미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분기 26.9%에서 10년 만인 2015년 1분기에 11.3%로 반 토막 났다고 한다. 은행 거래 10건 중 1건 정도만이 지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는 은행 지점의 8%가량이 문을 닫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스페인의 경우 이 시기에만 17%의 지점이 폐쇄되었으며, 영국은 1990년 이래 지점 수가 거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줄곧 은행 지점을 감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그런 미국에서조차 2013년부터 지점 감축의 신호가 포착되었다.
미국의 투자자문 매체인 모틀리풀은 “은행은 다음번에 쓰러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도미노다”라고 말하며, 현재 은행은 과거 서점과 음반가게가 거쳤던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대해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스키너는 아마존의 사례를 들며 그 해답을 내놓는다. 즉,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이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도입하여 오늘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종합 쇼핑몰로 변모한 것처럼 ‘변신’과 ‘발전’을 꾀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치열하게 전개될 금융 주도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디지털 혁명으로 IT와 은행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미 아마존의 ‘페이팔’과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다음카카오가 각각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카드회사들도 모바일 앱에 신용카드 기능을 집어넣은 ‘앱카드’를 출시하여 경쟁적으로 마케팅 중이다.
이처럼 돈 없이 돈을 쓰는 세상, 다시 말해 데이터가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세상이 어렴풋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원회에서는 핀테크 활성화 차원에서 2015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유도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과 전화로만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이다.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용어의 혼란이 있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뱅킹이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채널의 하나라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의 기업이 신규로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동차회사인 BMW나 가전기업에서 출발한 제조업체 GE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롯데와 경기도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밝혔다.
이 책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의 데이터 전쟁을 준비해온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은행 및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독특한 디지털뱅크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은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페이스북의 ‘좋아요’ 개수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독일 피도르은행(본문 145쪽 참조)
* SNS의 소셜 영향력에 따라 개인의 신용 등급을 조정하는 미국 모벤(259쪽)
* 신규 가입 고객에게 100파운드를 지급하고, 그 고객이 6개월 내에 은행을 떠나면 다시 100파운드를 지급하는 영국 퍼스트다이렉트(305쪽)
* 2G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자금이체서비스를 내놓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행 계좌가 없던 아프리카에 금융 혁명을 일으킨 케냐 엠페사(119쪽)
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들 은행은 오랫동안 오프라인 지점 기반의 은행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독자들에게는 자칫 파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개성 있는 운영 방식을 자랑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디지털뱅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금융권의 미래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현재 핀테크와 디지털뱅크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표적인 은행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 은행의 대표 및 실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은행의 성공 전략을 들려주며, 핀테크가 우리의 금융 환경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티핑포인트가 머지않았음을 강조한다.
책속으로 추가
여기서 기술이란 모바일과 비접촉을 말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모두가 연결된 세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 그 기술은 PC와 함께 변화했지만, PC는 기술에 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연결을 제공했다. 즉, 이는 형편이 되는 사람에게만 기술을 제공했다는 것으로 선진국의 소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연결된 세상이 제공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에나 다 있고 저렴한 비용의 모바일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무선으로 연결된다. 우리 모두는 주머니 속에서 서로 P2P로 연결된다. 이는 중대한 변화다. 금융의 경우, 모든 사람들의 손안에 결제를 위한 거래 엔진이 있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p. 132, 모바일이 촉발시킨 디지털뱅킹
사람들은 지점이 아닌 온라인에서 은행을 털려고 한다. 온라인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데이터 안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새로운 종류의 돈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부터도 거래 수단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다양한 사물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데이터를 돈으로 보는 것은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 금이나 구슬, 조개, 소금, 데이터 중 그 무엇이라도 가치를 교환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는 것은 희소성이 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소금이 희소가치가 있어 금보다도 귀하게 여겼으나, 오늘날에는 풍부하게 되어 그 가치가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역시 풍부하므로 그 가치 또한 낮다. 그러나 정보는 데이터가 희소성을 갖도록 해준다.
- pp. 186-187, 디지털뱅크의 데이터 전쟁
내가 두통약의 부작용에 대해 검색했다면, 구글은 나에게 파라세타몰(paracetamol: 해열진통제의 일종)로 바꿀 것을 권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약국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은행은 검색 추세 및 다른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서비스 오퍼를 제시하는 것에 거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전날 밤에 구글링했던 BMW 대리점의 전시장을 지나갈 때 자동차 할부 대출을 제안하거나 부동산중개소를 지날 때 주택담보대출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 p. 191, 디지털뱅크의 데이터 전쟁
아마존은 대단히 영리하게도 데이터마이닝을 아마존의 핵심적인 예술 행위로 만들었다. 아마존은 데이터 지문(dataprint: 검색하고 구매하고 소비하는 우리 각자 고유의 방식) 확인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 데이터 지문을 다른 것과 연관지어 관련성을 찾았다. 이렇게 하여 아마존은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구매한 물건, 따라서 당신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우리가 남긴 독특한 데이터 지문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윽고 아마존은 백색 가전에서 텔레비전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는 데이터 거대기업이 되었다.
- pp. 221-222, 디지털뱅크의 데이터 전쟁
사실 이 은행이 시도하고 있는 일 중에서 정말 재미있는 것은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바탕으로 금리를 올려주는 것이다. 피도르은행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좋아요’를 많이 얻을수록, 고객의 예금금리는 점점 더 높아진다. 피도르은행은 이렇게 지난 3년간 마케팅에 10만 유로를 지출하여 7만 5,000명의 사용자를 얻었는데, 이는 사용자 한 명을 등록시키는 데 단돈 1.33유로를 지불한 셈이다.
- pp. 262-263, 디지털뱅크도 역시 은행이다
모든 것은 클라우드에서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유틸리티 컴퓨팅(utility computing)’ 방식으로 이용될 것이다.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작동하고 누가 그런 일을 하는지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이튠스 앱스토어와 구글 지메일처럼, 은행은 점점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은행이 자신만의 요새를 짓고 관리하는 방식을 버리고, 클라우드에서 은행의 앱과 회복력을 통합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3단계로 나뉘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 3단계를 이제 착수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 p. 277, 디지털뱅킹의 새로운 경제
가까운 장래에는 틀림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원주민인 세상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디지털 원주민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물리적인 유통 모델에 기반을 두는 은행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걸 완전히 뒤집어 새롭게 생각해야 할 때다. 은행을 디지털 구조에 입각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리테일 은행은 전자 채널이 장식으로 가미된 물리적인 유통 구조가 아니라, 전자 채널과 물리적 채널을 함께 고려한 디지털 유통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내키지는 않겠지만) 인정해야 한다. 바야흐로 디지털뱅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p. 22, 디지털뱅크, 왜 필요한가?
지점 기반의 뱅킹은 끝났다. 기술 때문이 아니라 기술로 인해 가능하게 된 것들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바일과 PC에 달려드는 것은 단순히 모바일이나 PC가 좋아서가 아니라, 모바일과 PC가 제공하는 새로운 관계와 연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사람들이 기술을 채택하는 이유는 도구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이 그들을 수많은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에게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페이스북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몇 년 만에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SNS가 되었고, 트위터 역시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수년 만에 모든 이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 은행이 고객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신세대 고객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은행은 금융을 단순하고 쉬운 방식으로 고객과 연결해야 한다.
- pp. 53-54, 지점 없는 디지털뱅크 디자인하기
1990년대에 은행에서 일할 때, 현금 입출금을 하기 위해 창구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을 자동화기기로 유도하던 경험이 생각난다. (……) 나이 많은 고객들과 바쁜 어머니 고객들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그 기계를 사용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겼다. 이들 두 고객 그룹은 그 전까지만 해도 사용 방법을 몰랐거나 또는 시간이 없어서 자동화기기를 피했던 사람들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유일한 그룹은 일반 남성 그룹이었다(특히 그중에서도 젊은 남성들의 저항이 가장 컸다). 테스토스테론이 이끄는 이 집단은 교육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느꼈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은행이 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은행이 모바일뱅킹을 강요한다면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 p. 71, 디지털뱅크에는 채널이 없다
디지털뱅크는 고객이 선호하는 접근 경로를 통해 고객과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KYC 절차 때문에 계좌 개설에 하루 정도가 걸렸던 것을, 이제는 은행에서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링크드인(Linked-in) 등을 이용해 회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키보드에서 터치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은행의 제안을 보여주는 방식을 ‘클릭하여 보기’에서 ‘스크롤하여 보기’ 등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터치스크린 사용자의 기기 이용 방식은 클릭이 아니라 스크롤과 슬라이드이며, 이는 태블릿 세대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 p. 94, 디지털뱅킹으로 관계 형성하기
온라인 소매상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할 때, 이 경우 소비자는 결제를 처리하는 것이 소매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카드회사나 그들의 거래 은행이라고 생각할까? 앞으로 더 많은 결제를 로고나 브랜드 없이 처리하게 될 텐데, 소비자들은 정말 이를 상관하지 않을까? 일단 확실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금융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 p. 107, 디지털뱅킹으로 관계 형성하기
우리는 모바일의 등장으로 인해 진정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하려면 어디론가(물리적인 장소 혹은 컴퓨터 앞으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주머니 속에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그것도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말이다. (……) 세상에서 가장 먼 곳에서조차 예전이라면 불가능했던 무선 방식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만약 지구촌 어느 변두리에서는 여전히 단순하고 바보 같은 2G폰을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부유한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18개월마다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빨리 신흥 시장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 112, 디지털뱅크의 돌풍을 일으킨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