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곡 유병호 천변을 산책하던 날

[춘곡 유병호]

춘곡 유병호 천변을 산책하던 날

엄동설한도 모르는 듯

안양천에 난데없이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한 쌍이 아닌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실처럼 가늘고 긴 다리로 강기슭, 얕은 물을 저벅저벅 걷다가

우아한 날개를 펼치더니 한가운데

거북등처럼 솟아오른 습지로 옳아가 앉으며

날개를 접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화려하지만 않은 고민이 있는 듯 했습니다.

긴 목을 휘휘 내두르며 사방을 훑어보는 모습에서

잃어버린 짝을 찾는 듯 외로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다정한 부부라 해도 이별을 전제로 만나게 해준

조물주의 섭리를 생각해 보는 순간 이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