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 씨와 함께 지난 '빛나는 산행'을 거들어주신 둘레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기로 했다. 편지지를 사러 동네 다이소에 갔는데, 예쁜 편지지가 너무 많았는지 광현 씨는 무려 4개나 품에 안고 오셨다. 나는 광현 씨의 선택을 빼앗지 않기 위해 "광현 씨, 너무 예쁜데 우리 이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를까요?"라고 부드럽게 의논했다. 광현 씨는 곰곰이 살펴보시더니,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지 하나를 스스로 골라내셨다.
센터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광현 씨는 글씨를 쓰는 것을 조금 어려워하셔서, 나와 경서 선생님이 양옆에 꼭 붙어 광현 씨의 손과 마음을 거들었다. "광현 씨, 사장님께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라고 여쭈었을 때, 광현 씨의 입에서는 망설임 없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었지만, 고마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은 광현 씨의 가장 맑고 순수한 진심이었다.
우리는 광현 씨의 뜻에 따라 모든 편지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정성껏 담았다. 편지를 다 쓴 후에는 광현 씨가 직접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예쁜 스티커를 떼어 봉투에 꾹꾹 눌러 붙여 포장을 완성했다.
편지지를 고르는 것부터 편지에 담길 말, 그리고 마지막 봉인까지. 어느 것 하나 실습생인 나의 통제가 들어간 것이 없었다. 나는 그저 광현 씨가 당신의 진심을 잘 꺼내어놓을 수 있도록 곁에서 조금 거들었을 뿐이다. 자신이 찍은 도장으로 간식을 정하고, 자신이 직접 고른 편지지에 이웃을 향한 고마움을 담아낸 오늘 하루. 광현 씨는 오늘 누구보다 빛나는 주인이자, 다정한 동네 이웃이었다.
2026년 7월 20일 고지훈
첫댓글 '거들었을 뿐'이라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회사업가는 당사자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광현 씨가 둘레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웃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