桑 (뽕나무 : 상)
이 〈상〉자는 나무 목(木)변에서 6획을 찾으면 눈에 들어온다.
▶이 글자가 지니고 있는 뜻은? 「뽕나무」이다.
「뽕나무(木)는 잎을 또(又:또 우)따고 거듭(又:거듭 우)따도 다시(又:다시 우)잎이 돋는 동방귀신나무(叒:동방귀신나무 약)를 뜻한다.
또는 친한 벗(㕛=友:벗 우. 친한벗 우의 古字)처럼 도움을(又:도울 우)주는 이로운 나무(木)를 말한다.
▶뽕나무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잎. 줄기. 뿌리. 열매 등 뭐하나 버릴 것이 없는 이로운 나무이다. 꽃은 6월에 피고 열매는 초록색을 띄고 있다가 점점 빨갛게 되어 검게 변한다.
▶뽕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며 1,100m의 고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내한성이 강해 생명력이 좋으며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질에서는 더욱 잘 자란다.
야생하는 것은 산뽕이라 하여 높이가 10m 이상 되는 것도 있으나, 재배종은 매년 가지를 치므로 관목 모양이 된다.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종은 백뽕나무(白桑 : M.alba)이다.
작은 가지는 회갈색 또는 회백색이며 잔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양잠·공업용·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열매는 단맛이 있어 먹을 수 있다. 잎은 누에의 사료, 나무껍질은 황색 염료, 그리고 목재는 뒤틀림이 적으므로 장롱·경대·악기 등의 가구재·세공재로 쓰인다.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은 예부터 농업과 함께 농상(農桑)이라 하여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에 양잠이 시작된 것은 중국의 위서 동이전(魏書 東夷傳) 〈마한 조(條)〉에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서 옷을 해 입었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삼한시대 이전으로 짐작된다. 우리의 기록에도 고구려 동명왕과 백제 온조왕 때 농사와 함께 누에치기의 귀중함을 강조한 대목이 있다. 신라 박혁거세 17년(BC 40)에는 임금이 직접 6부의 마을을 돌면서 누에치기를 독려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에 이르기까지 누에치기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비단은 당시로서는 오늘날의 반도체나 자동차만큼이나 나라의 중요한 기간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비단 생산을 더욱 늘려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처음 나라를 열어 불안한 민심을 수습하고 백성들을 편안히 살게 하려면 산업생산을 통한 수입증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단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 수 있었던 이유는 명나라에 보내는 조공과 신흥귀족들의 품위유지를 위한 비단의 수요가 만만치 않아서다.
그로인해 조선시대 때 대농가에는 300그루, 중농가는 200그루, 소농가는 100그루의 뽕나무를 의무적으로 심게 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각 도마다 좋은 장소에 뽕나무를 널리 심도록 하였고, 누에치기 전문기관인 ‘잠실’을 설치했다. 그러다가 중종 원년(1506)에는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각 도에 있는 잠실(蠶室)을 서울 근처로 모이도록 구조조정을 한다.
바로 그때 그 장소가 오늘날의 서초구 잠원동 일대다.
흔히 우리는 세상이 너무 변하여 옛 정취를 찾을 수 없게 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쓴다. 잠실은 이제 뽕나무 밭, 누에들의 터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촌이 되어버렸다.
▶뽕나무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많이 사용해 왔다. 상엽(桑葉)은 발열. 감창. 두통. 해수. 안질. 수종(水腫). 각기. 구갈(口渴)등 증상에 치료제로 쓰였다.
뽕나무껍질은 특히 동쪽으로 뻗은 뿌리의 껍질이 약효가 좋다. 흙 밖으로 나온 뿌리는 쓰지 않는다. 땅 속에 있는 뿌리를 채취하여 바깥쪽 껍질을 긁어 낸 뒤에 속의 흰 껍질을 벗긴 백피(상백피:桑白皮)만을 쓴다. 해열. 이뇨. 진해. 소종(消腫)에 효능이 좋아 폐열해수, 기관지염, 소변분리, 수종, 각기병 치료에 사용했다.
▶또한 민간요법으로 뽕잎과 누에똥은 고혈압에 복용했고, 뽕나무 껍질을 달인 물에 곱슬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부드럽게 펴진다고 하여 머리를 감기도 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또한 한약재로 많이 쓰였는데 이 오디를 상실(桑實)또는 상심(桑甚). 상심자(桑甚子)라고도 한다. 열매의 즙액을 누룩과 함께 섞어 발효시킨 상심주(桑甚酒 :또는 오디를 말려 볶은 후, 포도주와 설탕과 계피를 넣고 일주일쯤 익힌 술)는 정력제라고도 한다.
▶뽕나무겨우살이는 상상기생(桑上寄生)이라 하며 귀중한 약재로 취급된다. 열매는 생식하거나 술을 담근다.
▶주요 성분으로는 당 성분이 많고 유기산과 점액질 비타민B1,B2,C등을 함유하고 있다. 약리작용은 이뇨작용, 진해, 강장작용이 있어 빈혈로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눈의 피로 어지러움을 많이 느낄 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노인변비에 사용하면 장관의 유동 운동을 촉진시켜 배변을 용이하게 하고 당뇨병 환자가 갈증을 많이 느낄 때 복용하면 갈증이 해소 된다고 한다.
▶누에라는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만들어준 비단길을 통하여 동서양 문화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한 귀한 나무가 되었다. 비단에서 출발하여 상상기생, 상황버섯을 거쳐 이제는 누에그라로 또다시 고개를 들어 영광을 일구어내는 그의 변신술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