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어린이도서연구회 서울지부 기획-㉑
살랑살랑 설렁설렁 술술 말·동무
●7월 6일 월요일
1. 말놀이(전래동요)- 동무 동무 씨동무
제가 ‘동무 동무 씨동무’ 하면 저희 딸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합니다. 우린 그렇게 동무가 되어 놉니다. 어떤 날은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같이 재미가 나서 킬킬 대며 웃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요. 제가 플라스틱 공깃돌이 아닌 진짜 돌로 하는 공기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더니 공깃돌을 모아서 깨끗하게 씻어 던지며 연습을 합니다. 그런 놀이처럼 말놀이도 좋아해서 하나만 알려주면 귀담아 듣고 따라합니다. 요즘 백창우 선생님이 만든 노래에 빠져 자꾸 하자고 조릅니다. “엄마. 나 이 바지 입기 싫어.”하면 제가 “예쁘잖아. 그거 그냥 입어.” 라고 해줘야 하는데 “입지 마라.”라고 하면 엄청 짜증을 내며 똑바로 좀 하라고 합니다. 얼마나 말놀이, 노래를 좋아하는지 평소에 말도 노래하듯 합니다. 듣고 있으면 참 웃음이 납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은 그대로 노래가 됩니다.
여러분은 동무를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정말 ‘나의’ 생각이요. 말놀이를 하다보면 말의 단순함이 얼마나 깊고 다양한 울림을 가지는지 실감하게 돼요.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너무 단순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말 속에 동무에 대한 정의, 동무에 대한 바람, 자신의 다짐.. 등 많은 말이 숨어 있습니다.
동무 동무 씨동무. 동무는 동무인데 씨동무라고 했어요. 씨앗처럼 작은 동무, 어린 동무이지만 시골에서 씨앗만큼 귀한 것이 없으니 귀한 동무란 뜻이에요. 또 씨는 물렁하지 않지요. 단단합니다. 깨어지지 않는 단단한 동무란 뜻이에요. 동무 동무 씨동무... 금방 외우고 자꾸 따라하고 싶은 재미가 있는 말입니다.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보리는 늦겨울에 싹이 나와요. 이른 봄에 싹이 많이 자라면 잘라서 국도 끓여먹지요. 추운 겨울에 싹을 쏘옥 내미는 보리싹처럼 추워도 놀고, 더워도 놀고 함께 놀자하는 바람이 숨어 있어요. 또 겨울에 나오는 보리싹은 어찌 보면 기적 같아요. 그 푸른 생명력은 놀랍기만 해요. 그렇게 보리가 나도록 생명을 이어가자는 바람도 느껴져요. 또 이 노래를 부르는 동무에게 자신이 그런 동무가 되겠다는 다짐도 느껴집니다.
동무(나는) 동무(나는)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동무(너는) 동무(너는)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동무(우리) 동무(우리)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동무 라고 부를 때 그 말 속에 나는, 너는, 우리 같은 말이 숨어 있는 느낌입니다.
이 노래도 채록 각편이 다양합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292/clips/99
이건 강원도 삼척 할머니가 불러주신 건데요. 듣는 이가 잘못 적어 지동무라고 했어요.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40/clips/103
어깨동무 새동무 새보리 나도록 사자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229/clips/221
어깨동무 씨동무
갈랑잎에 싸였다
(반복)
◇아이들이 동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가다 땅에 폴짝 주저앉으면서 부르는 노래.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627/clips/17
"동무 동무 일천동무
두팔 걷고 두발 걷고
작업자직 나오너라
-정선군 임계면 임계3리
동무 동무 일천동무 당사실로 맺은 동무
새붓으로 그련 동무 매새끼나 넘은 동무
동무 동무 일천동무 동무집은 어델런가
저기 저기 저산너메 대추나무 첫집이라
-삼척시 가곡면 오저리 청평
동무 동무 일천동무 장세실로 맺은 동무
새붓으로 그린동무 동무집이 어딜런가
이산 저산 넘어가서 우물가의 첫집일세
동무 동무 일천동무 옥살실로 맺은 동무
내집 구경 오실라면 이산 저산 넘어가서
우물가의 첫집일세 뜰앞에는 연못 파고
연못가에 대를 심어 대끝마다 학이 앉아
학의 부모 젊어가고 우리 부모 늙어간다
늙는 부모 섧잖아도 새는 부모 섧단단다
-강릉시 성산면 금산2리"
저는 그냥 제일 단순하게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2. 동시- 생각하는 감자 12
생각하는 감자 12
배고픈 아이의
밥이 될래요
어느 나라 아이인지는
따지지 않을래요
밥이 목숨이 되고
꿈이 되는 아이의
밥이 될래요
모락모락 따근따근
밥 한 그릇이 될래요
<생각하는 감자/박승우/창비>
*요즘 감자철입니다. 감자들을 보며 박승우 시인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이 시집에 생각하는 감자라는 제목으로 14편의 동시가 실려 있어요. 감자의 생각을 얼마나 잘 읽어냈는지 보면 볼수록 놀라워요. 14편 모두 감자의 마음이 전해져요. 그 중 이 시는 이왕 감자로 태어났으면 정말 배고픈 사람, 그것도 아이의 밥이 되고 싶다는 마음. 아.. 짠하고 짠해요. 너무 짠해서 더 말을 못 잇겠어요. 여러분은 어때요?
3. 짧은 옛날이야기- 들에 사는 쥐와 인가에 사는 쥐
이전에 들에 사는 쥐캉 인가에 사는 쥐캉 만났다. 인가에 사는 쥐는 지가 얼매나 잘사는 가를 들쥐한티 자랑하고 파서 들쥐로 지 집으로 딨고 왔다. 인가에 사는 쥐으 집은 부자 집으 고장(庫間,광)이였다. 고장인디 보이꺼네 살도 있고 보리도 있고 콩도 도 밤도 고기도 마이 싸여 있었다. 들쥐는 어런 거로 보고 인가에 사는 쥐는 참 존 디서 사이 참 행복하구나 카고 부러워했다.
인가에 사는 쥐는 들쥐를 대접하이라고 떡이며 괴기며 밥이랑 머머 여러 가지로 갖다놓고 묵을라 캤다. 그래 마악 묵을라 카는디 광문을 퍼떡 열고 쥐인이 들어왔다. 쥐덜은 시겁을 하고 묵지 몬하고 나가 숨었다. 쥔이 나가서 인제 묵을라고 묵을 거 앞에 나가서 묵을라 카는디 또 광문이 퍼떡 열리고 그 집 미니리가 드왔다. 쥐덜은 시겁을 하고 나가숨었다. 미니리가 나간 담에 묵을라꼬 묵을 거 앞이 갔는디 이분에는 얼라가 드왔다. 쥐덜은 시겁을 해서 나가숨었다. 얼라가 나가서 묵을라 카는디 오분에는 머심이 드왔다. 또 시겁을 하고 나가서 숨었다. 머심이 나간 담에 묵을라카이 오분에는 고냥이가 사알 들어왔다. 그리서 도망처서 쥐궁기로 드갔다. 그런디 고낭이는 나가지도 앙코 오래오래 앉어 있었다. 그리서 쥐덜은 묵을 거로 눈 앞이다가 놔두고 애만 탔다. 들쥐는 지는 들에 살 적에 이런 일이 통 엄섰다. 묵고 짚으문 언지나 맘놓고 묵고 나가고 짚으문 언지나 맘놓고 나가고 했는디 인가에 와보이 그렇지 몬한다. 에이 여그는 살 디가 몬 된다 카고 얼릉 들로 와삐리고 말었다 쿤다.
<한국구전설화 10. 경상남도편>
*여러분이 잘 아는 시골쥐와 도시쥐 이야기입니다.
떡과 고기, 머머 여러 가지를 눈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마음. 정말 힘들잖아요. 처음엔 주인이, 며느리가, 어린이가, 머슴, 그러다 고양이까지! 들어오니 먹으려다 못 먹고 먹으려다 못 먹는 쥐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집니다. 애만 타는 쥐의 심정, 한숨이 나옵니다. 그런데 다행이지요? 먹다가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낫고, 거기 머무르며 불편한 것 보다는 얼릉 들로 와삐릴 수 있어 좋고요. 살다가 눈앞에 뭔가 대단한 게 있는데 그거 못 먹었다고 애타하지 마시길. 그럴 땐 얼릉 들로 돌아오세요.
최순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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