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공부>
머잖아 퇴임을 앞두고 악기를 하나쯤은 익혀두고 싶었다.
그러면서 어떤 악기를 배울까 생각하다가 대금(大笒)으로 결정하였다.
대금의 은은한 소리가 내 맘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강사 선생님으로
대금 연주자이신 청은(淸隱) 조석호 선생을 모셨다.
2008년 3월에, 나 혼자만 이 악기를 배우기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사내에
대금 수업 공지를 하였더니, 10명 정도의 사우들이 모였다. 신관 회의실을
배정받아서 매주 1회씩 수업하였다. 강사 선생님께서 시범으로 들려주는
대금 소리가 청아하기도 하고 웅장하게도 들리는데, 나를 포함한 수강생
들은 소리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소리가 트이긴 하지만,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좀처럼 멋진 소리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래도 그 해가 지나면서는 제법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정년퇴임 직전
까지 1년 3개월 정도 배우고는 퇴임과 함께, 이 대금 수업을 그만 중도에서
마무리하였다. 사우들과 좀 더 오랜 시간을 열심히 배웠으면 좋았을 것인데,
시작을 너무 늦게 하였다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퇴임 후에는 종종 대금을 만지면서 소리를 내어 본다. 대금 악보인 정간보
(井間譜)를 보면서, 비록 익숙하지는 못하지만’ 그저 나 혼자 즐기며 소일할
때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퇴임 직전에 정악 대금 한 개와 산조 대금 한 개를 큰맘 먹고 구입(購入)
하였다. 과연 언제쯤이면 내가 좋아하는 대금으로, ‘청성곡(淸聲曲)’ 한 곡을
멋지게 연주해 볼 수 있을지 아직도 나의 꿈이자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