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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서브 컬처 커뮤니티의 단골손님이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도 관련 팬픽이나 일러스트를 공유하며 우마무스메의 매력에 빠져들곤 한다. 그런 가운데 유별나게 인지도가 높은 우마무스메들이 있다. 기행의 상징 ‘골드 쉽’이나 광기의 마망 ‘슈퍼 크릭’처럼 말이다.
이들은 강렬한 밈으로 인기를 끄는데, 약간 다른 면모가 부각된 우마무스메도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하루 우라라’이며, 순수하고 깜찍한 언동이 인기 요인이다. 트레센 학원을 대표하는 치유계 우마무스메로 유명한데, 독특한 육성 시나리오와 최루탄을 끼얹는 엔딩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대체 이 천진난만한 소녀가 뭘 했길래 트레이너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걸까? 지금부터 그녀의 성장기를 만나보자.
오늘의 키 퍼슨: 힘들어도~ 져도~ 우라라는 안 울어~♪
하루 우라라는 골드 쉽과 함께 우마무스메를 잘 모르는 서브컬처 팬에게도 익숙한 인기인이다. 강렬한 개성이나 밈은 좀 부족하지만, 구김 없고 세상 해맑은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마나 순진한지 작품 내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아빠·엄마 미소를 짓게 하고, 대표적인 컨셉러 골드 쉽이나 티엠 오페라 오도 그녀만큼은 어찌 못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덕분에 팬덤에서는 ‘컨셉러와 광기도 우라라는 못 당하는구나’라는 말이 돌곤 한다.
체구도 성격도 어린아이 그 자체다 보니 팬픽에서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공식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설정이다. 룸메이트인 킹 헤일로가 여러모로 불안한 우라라를 챙겨주기 때문이다. 늦잠 자는 걸 깨워 등교를 시키거나 까치집이 된 머리를 손질하고, 스페셜 위크와 함께 담당 트레이너가 없는 그녀의 트레이닝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팬덤에서는 킹 헤일로와 하루 우라라를 거의 모녀 관계로 보고 있다. 정작 킹 헤일로는 진짜 엄마와 으르렁거리는 사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라이스 샤워는 실제 말 간 연결점이 있는 건 아니며, 팬덤 이미지가 공식으로 편입된 것에 가깝다. 불행 속성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라이스 샤워를 하루 우라라가 특유의 해맑은 성격으로 중화하는 구도다. 이게 좋은 케미를 이룬다고 여겨진 듯하며, 어느덧 공식에도 이를 반영한 1컷 만화가 올라왔다.
이처럼 하루 우라라의 매력은 티 없는 순수함이 메인이다. 그런데 독특한 경력도 크게 한몫했다. 명실상부한 트레센 학원 ‘최약체’라는 점이다. 작품 내외적으로 초 엘리트만 모이는 트레센 학원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데, 이 때문에 그녀의 육성 시나리오는 다른 우마무스메와 다른 구도로 흘러간다.
실제 말의 주요 실적
하루 우라라 실제 말의 성적은 막 우마무스메 팬덤에 입문한 삼척동자도 알만큼 유명하다. 참 별난 의미로 유니크한 기록인데, 무려 113전 0승에 빛난다. 전패도 전패지만, 무엇보다 113전이라는 터무니없는 경기 수가 눈길을 끈다. 경마 업계에서 실적 나쁜 말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생각해 보면, 이런 전적으로 대인기를 끈 하루 우라라는 정말 이례적인 경우다.
연패 행진 속에도 하루 우라라가 국민적인 인기를 끈 건 당시 일본의 사회 현상과 관계가 있다. 우라라가 활약한 2000년대 초반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경제 불황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등을 하지 못하던 하루 우라라는 ‘연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말’로 알려졌다. 암울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지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물론, 객관적인 스펙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체구가 작고 겁이 많은 예민한 성격인데다, 집중력마저 부족했다. 당연히 메이저 대회 참가는 무리였고, 지방의 ‘고치 경마장’에나 가까스로 참가하는 신세였다. 그나마 내구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연간 20회 이상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입에 풀칠하는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우라라의 전설이 막을 올렸다. 장내 아나운서가 연패 행진 중에도 기죽지 않는 하루 우라라를 보고 ‘연패만 하는 말도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역발상을 해 자료를 돌렸고, 이 소식은 신문을 타고 전국에 퍼졌다. 그리고 담당 조교사 ‘무네이시 다이’는 말이 주목받기 쉽도록 하루 우라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예인을 프로듀스하듯 관리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더라도 정말 열심히 달리는 모습 덕분에 하루 우라라는 일약 스타가 됐다. 응원 편지를 보내고 후원하는 팬덤이 생겼으며, 수입이 많이 늘어나 폐쇄 직전의 고치 경기장이 부활하는 원동력이 됐다. 다만,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경주마는 실적이 전부인 위험천만 줄타기를 하는 동물이고, 우승은 커리어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런 가운데 나쁜 실적을 캐릭터로 흥행하는 말이 있으니, 경마 팬이나 기수에게 눈총을 사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이랬다 저랬다, 유달리 설정이 많이 바뀐 그녀
하루 우라라는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유독 굴곡이 많았다. 성격과 트레센 학원 입학 과정이 대표적이다. 기획 초기 하루 우라라는 실제 말의 예민한 성격을 반영해 무척 까칠한 성격이었다. 이를 볼 수 있는 것이 스핀 오프 코믹스 ‘하루 우라라 힘내라!’다. 이 작품에서 잘 알려진 장면이 다이어트 에피소드인데, 대화의 흐름이 위 이미지대로 제멋대로인 철없는 어린아이 같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도 설정이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했었다. 게임 오픈이 번번이 미뤄졌고, 캐릭터 배경과 성격이 확실히 다져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공개한 설정집에서 그 시절 하루 우라라를 만날 수 있는데,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소와 썩소를 짓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팬덤에서는 ‘원시 고대 우라라’라고 부르니 궁금하다면 한 번 검색해 보길 바란다.
트레센 학원에 입학하게 된 계기도 설정 변경을 거쳤다. 초기에는 ‘무슨 착오에선지’ 지방에서 트레센 학원으로 전입했다는 설정이었다. 물론,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았다. 시리즈 내내 트레센 학원은 인외마경이라는 묘사가 나오고, 우라라의 실력으로 전입하기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녀가 등장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데 착오라니? ‘트레센 학원이 주먹구구로 일 처리를 하지 않고서야 이건 좀…’이라는 반응이 당연하다.
이에 정식 오픈 후에는 설정을 변경했다. 실력이 부족한 건 여전하지만, 면접에서 긍정적인 성격을 어필해서 합격했다고 말이다. 확실히 우라라의 성격과 매력을 생각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
뛰는 건 즐거워! 내일은 꼭 이겨야지!
도장 깨기? 아뇨, 이건 도장 깨지기라고 부릅니다
트레이너와 하루 우라라의 첫 만남을 보면 ‘허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야기는 트레센 학원의 ‘종별 경기 대회’ 행사에서 시작한다. 탈진 직전 상태로 겨우 골인한 하루 우라라를 만났고, 쓰러지려는 걸 걱정하다가 ‘다음에는 꼭 1착을 할 테니 보러 와달라’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에 게임 속 트레이너는 ‘기운차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군. 사실 엄청난 인재가 아닐까?’란 추측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답을 알고 있다. 대회 당일 경기장을 방문하자 아니나 다를까, 대차로 꼴찌를 했다. 이를 지켜본 트레이너도 마침내 상황 파악을 마쳤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하루 우라라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경기를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의 매력과 강점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
다음에 만난 하루 우라라는 놀랍게도 도장 깨기를 하고 있었다. 만화 속 등장인물이 수련하는 걸 따라 하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예상대로다. 이름 없는 모브 캐릭터는 물론, 스페셜 위크에 도전했다가 그대로 뻗어버린다. 도장 깨기가 아니라 도장 깨지기가 아닐까 싶다.
도통 경주에서 이기질 못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은 하루 우라라의 매력이었다. 스페셜 위크는 도장 깨지기를 한 후에도 주눅 들지 않는 그녀를 보며 ‘나도 열심히 해야지’라며 전의를 다진다. 이렇게 주변의 활력을 돋우는 건 레이스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노력하는 자세는 보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탄력을 주니 말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개인 스토리 3편의 상가 에피소드다. 트레이닝을 하다 말고 당근을 팔던 가게 주인의 홍보를 돕는데, 무한 긍정 에너지를 전파해 당근 더미를 완판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느라 엄마… 아니 킹 헤일로와 스페셜 위크가 고생깨나 했지만 말이다.
그 과정에서 트레이너는 킹 헤일로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는다. 하루 우라라는 아직 한 번도 1착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언젠가 1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특한 마음가짐을 가졌는데 트레이너로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바로 그녀의 트레이닝을 도왔고, 선발 레이스에서 9착이라는 신기록을 안긴 후 바로 담당 계약을 맺는다. 뭐… 10명 중에 9착이었던 건 적당히 넘어가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합니다
이로써 하루 우라라에게도 트레이너가 생겼다. 그러나 게임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실력이 급상승하는 건 무리였다. 트레이너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녀가 조금씩, 착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 계획을 세운다. 하루 우라라도 트레이닝을 잘 따르니, 보는 사람이 훈훈해지는 멋진 페어가 탄생했다.
게임 내에서도 이렇게 생각한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우마무스메 저널의 기자가 두 사람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고, 이는 우라라에게 새로운 목표를 심었다. 기사에서 ‘트레이너를 만난 이후 전보다 표정이 좋아졌다, 분명 좋은 트레이너를 만난 것이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와 함께 기사를 읽은 우라라는 기존의 ‘1착을 달성한다’라는 목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이 열심히 하면 트레이너도 칭찬을 받으니, 더 열심히 노력해서 1착을 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스토리는 이렇게 조금씩 착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개인 스토리 7편이 대표적이다. 여름 합숙 이야기를 다루며, 우라라는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해 분해한다. 간신히 합숙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최고 기록에 딱 맞춘다. 이때 트레이너는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녀를 격려한다.
보여준 건 저널 기자가 처음 촬영한 것과 이번 여름 합숙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라라에게 트레이너가 설명하길, 기록은 비슷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더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달리는 자세가 다져졌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건 트레이너도 마찬가지였다. 육성 시나리오에서 우라라는 산만한 성격을 자주 보여줬고, 이걸 어떻게든 조정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트레이너였다면 호통을 치거나 크게 혼을 냈겠지만, 주인공 트레이너는 하루 우라라 맞춤형 커리큘럼을 짜는 등 충실한 교육자로 성장했다.
예를 들어 우라라는 관심사가 휙휙 바뀌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상점가 사람들을 도울 때는 놀라운 성과를 내곤 한다. 여기에 밝고 기운찬 모습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마을의 아이돌이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트레이너는 상점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 속에서 하는 트레이닝’을 준비한다. 트레이너와 가게를 돌아다니며 누가 더 열심히 일을 도왔는지 경쟁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녀의 흥미를 저격했는지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비록 우마무스메와 체력 경쟁을 하느라 트레이너는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아리마 기념에 그리는 꿈의 결말
스토리 속 하루 우라라는 패배는 알아도 포기를 모르는 아이돌 우마무스메다. 데뷔전을 마친 후에는 상점가 사람들이 트레센 학원 앞에 현수막을 걸고, 잡지에는 그녀의 밝은 모습을 담은 기사가 올라오곤 한다. 마침 인게임 육성 목표도 2년 동안 팬을 모으는 데 집중해 이런 아이돌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하지만, 실제 말이 그렇듯, 우라라의 이런 면모가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순수한 면모를 우마무스메 선수에 대한 모욕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고, 육성 시나리오 후반에 분위기 전환점이 된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성격이지만, 표현을 바꾸면 철이 없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계기는 우라라가 ‘아리마 기념’을 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가 참가한 아리마 기념을 관전한 우라라는 본인도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다. 하지만, 아리마 기념은 GI 레이스고, 많은 우마무스메가 마지막 육성 목표로 도전할 만큼 중요한 경기다. 이에 트레이너는 레이스의 무게를 가르치기 위해 GIII, GII 레이스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도록 일정을 준비한다.
육성 3년차 시니어급에 접어든 우라라는 아리마 기념을 목표로 서서히 격이 높은 경기에 참가해 경험을 쌓는다. 경기 일정은 1, 2월에 ‘네기니 스테이크스 – 페브러리 스테이크스’를 뛰고 한 분기를 쉰 후 하반기에 ‘엘름 스테이크스’에 참가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라라는 트레이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GI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사람이 많네,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하며 불안 요소를 착착 쌓아간다.
사건은 11월 경기인 JBC 스프린트를 앞두고 벌어진다. 후원회 사람들이 우라라가 아리마 기념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아리마 기념은 연말을 장식하는 큰 이벤트이며, 참가하려면 팬 투표로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루 우라라가 멋모르고 함께 전단지를 돌린 것이다.
트레이너가 뒤늦게 이를 알아채고 행사를 멈추려 하지만, 손을 쓰기 전에 사단이 벌어진다. 페브러리 스테이크스에서 우라라와 함께 달렸던 우마무스메가 이걸 보고 만 것이다. 우마무스메는 달리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는 달려서 ‘이기는’ 걸 좋아한다. 당연히 승리를 위해 뼈를 깍는 훈련을 하고, 패배하면 남몰래 분함과 눈물을 삼킨다. 그런 우마무스메들 중에는 승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달리는 게 기쁜 하루 우라라가 ‘진지하게 달리는 우마무스메를 모욕한다’라고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다. 정리하면, 후원회와 우라라가 이렇게 생각하는 우마무스메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하루 우라라는 이 사건으로 상처를 받는 한편, 진지하게 달리는 것에 대해 고뇌하고, 한 단계 성장한다. 자신의 실력을 모두에게 증명해 아리마 기념에 나가기로 말이다. 그렇게 결정한 하루 우라라는 G1 JBC 스프린트에 참가한다. 여기서 주목할 건 육성 목표다. 기존에는 클리어 조건이 무척 여유로웠지만, 이 경기는 무조건 1착을 해야 한다. 우라라의 태도가 크게 변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실력을 입증한 하루 우라라는 마침내 연말을 장식하는 무대인 아리마 기념에 출주한다. 대기실에서도 반드시 1착을 하겠다며 전에 없는 투지를 불태우고, 트레이너는 우라라를 믿는다고 한 후 관객석으로 향한다. 물론, 아리마 기념의 벽은 턱없이 높았다. 어떤 각질로 경기에 임하든, 우라라는 카메라에 잡히지도 못하는 참패를 겪는다.
사실 이 경기는 강제 패배 이벤트나 마찬가지다. 아리마 기념은 잔디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장거리 레이스다. 우라라는 관련 적성이 바닥이다. 고강도 마개조를 거치면 우승할 수 있지만, 애초에 육성 목표가 ‘레이스 출주’라서 굳이 노리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마도로 돌아와 트레이너를 마주한 우라라는 처음에는 평소처럼 밝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아리마 기념은 우라라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패배의 분함을 알기 위한 마지막 시련이었던 것이다. 트레이너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듯 무척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신 ‘드디어 분하다는 감정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틀림없는 성장의 증거’라며 엉엉 우는 우라라를 달래줬다.
비극적인 아리마 기념 도전기는 트레이너들의 눈시울을 붉혔고, 팬덤에서 손에 꼽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평가받는다. 이 경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팬픽이 나왔으며, 우라라가 울 때 함께 눈물을 흘리는 트레이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우라라의 이야기는 결코 새드 엔딩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새로운 이야기의 한 장을 다시 써갈 차례이기 때문이다. 아리마 기념을 딛고 일어난 하루 우라라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녀와 함께 터프에 새로운 꿈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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