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저 영화 ‘섞어찌개’… 킬러 맘의 킬링 타임 액션
[지금 이 영화] 넷플릭스 ‘길복순’
이태훈 기자
입력 2023.04.03. 03:00
청부살인업계 1위 회사의 전설적 킬러 ‘길복순’(전도연)은 자신의 살인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찬사 받기를 즐긴다. 신입 킬러 평가회에 참석해 시범을 보이는 길복순. /넷플릭스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이런 대사가 배우 전도연(50)의 입에 착착 붙을 줄은 몰랐다. 지난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그는 청부 살인 업계 1위 회사의 전설적 ‘일타’ 킬러.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 일단 ‘출근’하면 춤추듯 우아하게 흉기를 휘두르고 격투를 벌여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맡은 임무를 성공시킨다.
전도연이 맡은 주인공의 이름이 그대로 제목이 된 영화, ‘길복순’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세계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여섯 나라(지역)에서 1위에 올랐고,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 9국에서 2위를 차지했다. 톱10에 오른 나라는 총 81국이었다.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불한당’(2017)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은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로 대중성 있는 장르 영화를 상영하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섹션에 초청받았다. 이번 작품 ‘길복순’도 지난 1월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비슷한 성격 섹션인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됐다. 일단 그가 만든 장르 영화의 기술적 만듦새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국제영화제에서의 호성적이 영화의 완성도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끊임없는 블랙 코미디와 피칠갑 액션을 선보였던 ‘킬빌’(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영화를 닮고 싶은 욕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야기의 설정이나 액션의 만화적인 호흡과 속도감에선 ‘존 윅’ ‘킹스맨’ 같은 영화가 자꾸 떠오른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서비스하는 이른바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를 놓고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흠잡는다면 지나치게 가혹한 걸까.
영화는 또 설경구, 구교환, 이솜 등 수준급 배우들을 모아 놓고 그저 그런 캐릭터로 소비해버리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충분히 각자 제 색깔을 낼 수 있는 역할이고 배우들. 하지만 찌르고 때리고 죽이면서 끊임없이 허랑한 농담을 주고 받는, 말초적 쾌감을 최우선 과제로 좇는 이야기 전체의 흐름 속에서 충분한 공간을 부여받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저런 아쉬움 덕에 전도연의 길복순은 빛난다. “더 셀 필요는 없어, 약점을 찾아내 물고 늘어지면 돼.” 최고 킬러의 자부심을 담아 이런 말을 할 때, 길복순의 입꼬리는 알 듯 모를 듯 살짝 말려 올라간다. 가장 격렬한 격투의 순간을 느린 동작으로 비출 때도 길복순은 같은 미소를 짓는다. 배우 전도연의 매력 중 하나였던 미소 짓는 방식과 볼에 깊이 팬 보조개는 그대로 이 영화에서 싱글맘이자 킬러인 길복순의 이중적 매력을 드러내는 효과적 장치가 된다.
문제는 최강 킬러 길복순에게도 중학생 딸 키우기는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라는 것. 실은 청부살인 임무 수행에서 상대를 이길 방법을 찾아낼 때 곧잘 통했던 머릿속 시뮬레이션도 딸에겐 백전백패다. 게다가 모녀는 서로에게 가장 위험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 딸을 위해 킬러를 그만두기 전 맡은 마지막 임무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터처럼 내달린다.
전도연은 이 영화로 세 번째 베를린 레드카펫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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