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 통신 30(7월 26일 금)|마애불 통신 (텐트 서신)
文慧 | http://cafe.daum.net/bodydhamma/MjWx/33
문혜선우님
화려하게 산을 수놓아 사랑받던 노각나무 꽃도 이젠 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각나무 입장에서는 장작이 된 것은 아니니 슬퍼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상여소리에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서러워마라
명년 춘삼월이면 잎도 나고 꽃도 핀다.
는 구절도 있지요.
마애불에 오고 가며 로드 킬 당한 다람쥐 뱀 두꺼비 개구리 등 동물들의 주검을 보며
로드 킬도 죽음의 한 방식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슬퍼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슬퍼할 이유가 없습니다.
죽음도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죽음은 가을 거두미와 같습니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판을 보고
도리어 허수아비는 슬퍼하지 않고 기뻐합니다.
앉아 죽고 서서 죽고 누워서 죽고 물구나무서서 죽든지
모두 죽음의 한 방식이지요.
붓다는 모로 누웠고 예수는 처형대에 못 박혔고 마호멧은 순교라고 우겼지만
그 또한 죽음의 한 방식일 뿐입니다.
어느 집단은 앉아서 죽는 것을 좌탈입망이라고 경배하며 성스럽게 여기기도 합니다.
죽음의 순간조차도 명예에 대한 욕망과 탐욕을 내려놓지 못하고
어깨에 짊어지고 간 그들을 보면 낯이 부끄러워 손으로 가리게 됩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살아있는 것이 두렵다는 뜻도 그런 이유입니다.
하물며 죽음에 이르러서도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데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앗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동안에야
논할 필요도 없겠지요.
난 혈육에게 내가 죽으면
시신은 해부용으로 기증하고
향 한 자루도 피워서는 안된다고 부탁해 두었습니다.
정 서운하면 젯상은 차리되 음식은 놓지 말고
수표를 다발로 올려놓으면 그것이 나에 대한 공양이다 했지요.
마애불에서 내 젯상에 올려지는 수표가 부도수표가 아니길
지금부터 기도 중인 그런 나는 훌륭한 수행자입니다.
-마애불에서 용세지심-
蓮庵(반달곰) -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데...
文慧 -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제가 또 이런 장문의 답신을 올리고 말았네요.
제가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가 죽으면 시신은 해부용으로'에서 '시신'을 '신'으로 옮겼다가 화들짝 놀라 수정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신의 해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종교는 믿는다는 표현을 쓰지만 그래도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면 종교든 신이든 샅샅이 해부해 보아야 할런지요. 종교를 과학으로 바라보아선 안 된다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나서요. 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그 행을 따르고자 한다면 적어도 부처님의 메시지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 文慧 - 언젠가 봉정암행에서 그 먼 부산 등지에서 온 노불자님들의 정성, 신심, 기도를 보면서 그 실천행에 알면 뭐하나 실천(믿고 따르는 것)이 먼저지 하는 반성도 동시에 지닙니다. 모순인가요?
┗ 蓮庵(반달곰) - 그라믄 부처님의 메시지가 뭔가요?
┗ 文慧 - 용세지심: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종교의 역사도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종교의 생존의 힘은 과학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의 실증이든 가설이든 오래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실증과 가설로 자리바꿈을 당합니다.
그러나 종교는 자신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진화시켜 감은,
감히 진화론조차 따라올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봅니다.
반드시 그것이 옳다고 하여 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릇되다 하여 기필코 행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생명세계의 법칙입니다.
그러므로 붓다께서 나의 말이라도
네 스스로 판단해서 옳지 않다 생각하면 따르지 말아야 하며,
풍토와 토양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하신 것도 그런 연유라고 봅니다.
본질에서 보면 모든 종교의 출발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척박한 지구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의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고, 그 풀 수 없던 수수께끼를 해석하려는 것입니다.
본디 이 수수께끼는 처음부터 답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답을 찾아야 하는 모순에 봉착해 있는 것이지요.
난 그 정답은 각자에게 부여돼 있다고 봅니다.
그걸 알면 안심 정여할 수가 있습니다.
종교가 과학일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과학도 종교도 생명보전의 법칙안에서만 작동한다고 봅니다.
文慧 - 여기까지가 스님의 답변입니다. 아셨죠. 이젠 답장 안할꺼야. 궁금하면 스님께 직접 문자해 보셔요. 장문으로 이리 친절히 답해 준답니다.
蓮庵(반달곰) - 나와 시간과 공간, 공간과 시간 그리고 나는 동시의 흐름 속에 있지요. 그 흐름을 눈뜨면...
나를위한기도 -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에구~~~
┗ 文慧 - 스님 통신은 별루 어려울 것 없을 것인데
괜히 제가 씰데없는 답신을 하는 바람에 골치 많이 아프시죠?
┗ 蓮庵(반달곰) - 쉽게 이해되게 질문 해주삼. 눈높이에 맞게.
혜천스님 - 초기불교전공 흥천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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