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건 형성 전 |
|
먹이 (무조건 자극) |
⇨ |
침 분비 (무조건 반응) |
|
|
| ||
종 소리 (중립 자극) |
⇨ |
무반응 |
2.조건 형성 과정 |
|
종 소리 (중립 자극) |
⇨직후 |
먹이 (무조건 자극) |
⇨ |
침 분비 (무조건 반응) |
3.조건 형성 후 |
|
종 소리 (조건 자극) |
⇨ |
침 분비 (조건 반응) |
위의 그림에서 ‘1.조건 형성 전’을 보자. 배 고픈 개에게 먹이를 주면 개의 입 안에는 침이 분비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그렇지 않은가? 그때의 먹이를 무조건 자극(US: unconditioned stimulus), 침 분비를 무조건 반응(UR: unconditioned response)이라 한다. 쉽게 말해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배 고픈 개에게 종 소리는 어떨까?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니 개가 침을 흘릴 까닭이 없다. 그때의 종 소리를 중립 자극(NS: neutral stimulus)이라 하며 개는 당연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즉, 배고픈 개는 중립 자극인 종 소리에 무반응인 것이다.
이제 두 번째 단계인 ‘2.조건 형성 과정’을 보자. 파블로프는 배 고픈 개에게 이런 짓(실험)을 했다. 먹이를 주기 전에 매번 종을 먼저 친 것이다. 그러니까 ‘종 치고 먹이 주고’, ‘종 치고 먹이 주고’, ‘종 치고 먹이 주고’, ‘종 치고 먹이 주고’......를 수도 없이 반복한 것이다. 물론 이때도 개는 침을 흘렸으며 그것은 당연히 먹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도 여전히 종 소리는 중립 자극(NS)이고 먹이는 무조건 자극(US)이며, 침 분비는 무조건 반응(UR)이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3.조건 형성 후’를 보자. 이때 파블로프는 또 다른 짓을 시작했는데 종만 치고는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이다. 그랬더니 배고픈 개가 종 소리만 듣고도 또 침을 흘리더란 것이다. 놀라운가? 놀랄 게 뭐 있나? 그저 당연한 일일 듯하구먼. 하도 오랫동안 늘 종을 친 후 먹이를 주어 버릇했더니 이제 이 개도 종만 치면 곧 먹이가 오겠거니 생각한 것이 아니겠는가? (실은 머리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진 것이다.) 그런데 이깟 일로 파블로프는 세계적인 학자로 부각되었고 노벨상까지 탔다. 요컨대, 처음에 종을 치면 침을 흘리지 않던 개가 종 치고 먹이 주는 일을 반복하자 나중에는 종(CS)만 쳐도 침을 흘리더란(CR) 것을 알아냈다고 유명해진 것이다. 별 싱거운 일도 다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종 소리 듣고 개 침 흘리는 현상’을 통해 ‘수업 시작하자마자 조는 학생’을 설명해 보자.
1.조건 형성 전 |
|
무의미하고 재미없는 일 (무조건 자극) |
⇨ |
졸음 (무조건 반응) |
|
|
| ||
수업 종이 울리면서 교사 등장 (중립 자극) |
⇨ |
무반응 (또는 반가움) |
2.조건 형성 과정 |
|
수업 종이 울리면서 교사 등장 (중립 자극) |
⇨직후 |
무의미하고 재미 없는 일(수업) (무조건 자극) |
⇨ |
졸음 (무조건 반응) |
3.조건 형성 후 |
|
수업 종이 울리면서 교사 등장 (조건 자극) |
⇨ |
졸음 (조건 반응) |
먼저 ‘1. 조건 형성 전’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의미하고 재미없는 일(US)을 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해서 졸음(UR)이 온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그건 배고픈 개가 먹이 냄새(US)를 맡으면 침(UR)을 분비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신입생과 중고등학교 학생의 경우가 다를 것이다. 우리 막내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애는 언니 오빠랑 같이 학교 가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뻐서 입학식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입학 직후에는 귀가해서 제 담임선생님 이야기만 줄곧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던 애가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는 학기 초부터 주말과 방학만 기다린다. 다시 이야기를 정리하자.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간 시절에는 선생님에 대해 무반응이거나 또는 반가움과 애정으로 대했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적어도 중립 자극(NS)이거나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단계 2가 진행되는 것이다.
‘2.조건형성 과정’에서는 선생님들의 ‘의미없고 재미없는 수업’이 핵심이다. 신입생들이 호기심과 반가움으로 대했던 선생님들이 어쩌면 저리도 재미없게 가르친단 말인가? ‘종치고 선생님(NS)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면 정말 의미없고 재미없고(US), 그래서 곧 지루하고 졸립고(UR)’, ‘종치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면 정말 의미없고 재미없고, 그래서 곧 지루하고 졸립고’, ‘종치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면 정말 의미없고 재미없고, 그래서 곧 지루하고 졸립고’, ‘종치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면 정말 의미없고 재미없고, 그래서 곧 지루하고 졸립고’ .......
이런 일을 한두 해도 아니고 5, 6년 이상 반복해 보라. 파블로프의 개도 며칠이면 종 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는데, 하물며 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영리한 인간이 어찌 더 빨리 ‘학습’하지 않겠는가? 다만 여기서 안타까운 건 학생들의 그 학습 내용이 다름 아닌 ‘선생님이 등장하면 곧 지루해져서 졸음이 온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이론을 다른 이름으로는 ‘학습 이론’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종소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개가 어찌어찌 하다 보니 나중에는 종 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되었다는 것을 학자들은 개가 ‘학습’을 했다고 표현한다. 별 이상한 말도 다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3.조건 형성 후’의 단계가 되면, 이제 학생들은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CS)이 나타나기만 하면 곧 졸음(CR)이 온다.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로 치자면 ‘먹이를 주지 않아도’ 침이 나오는 것과 같다. 조건 형성이 되고 나면 선생님의 모습, 목소리 자체가 곧 수면제다. 선생님을 대하는 순간 바로 학생들에게는 졸음이라는 조건반사가 작동된다. 처음에는 수학과 영어 시간에만 졸던 학생이 얼마 후에는 사회, 과학, 심지어 음악, 미술 시간에도 졸게 되는데 이것을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라 한다. 수학 선생님을 보면 오던 졸음이 이제는 사회 선생님을 봐도 저절로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속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부정적 자극 일반화를,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는 긍정적 자극 일반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업 중에 아무리 눈을 부비면서 잠을 이겨내려 해도 결국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이유이며, 또한 학교에서 이른 아침 0 교시부터 밤늦도록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해도 뭐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파블로프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100년도 더 전에 러시아에서 개를 데리고 한 실험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을 설명해 내다니! 그래, 파블로프, 당신 노벨상 받을만하다!)
졸음의 조건 반사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번 몸에 붙고 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좀 좋아진 듯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 한다. 여기서의 회복이란 좋은 뜻이 아니라 병이 재발한다는 의미이다. 뜻을 살려 번역하자면 ‘자발적 회복’이 아니라 ‘자동적 재발’이 더 맞다. 그러니 수업 중 학생의 졸음 조건 반사는 얼마나 심각한 병이며, 그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의미없고 재미없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의 죄는 또 얼마나 큰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독성이 더 심한 원인균 교사일수록 조는 학생들에게 ‘예의 없는 놈’, ‘의지가 약한 놈’, ‘불성실한 놈’이라며 더 심하게 타박을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나무라는 격으로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그렇다면 이 병의 약은 없는가? 있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시황이 찾아 헤맸다는 불로초보다도 더 귀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 약은 바로 ‘학생 한명 한명에게 의미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수업하는 선생님’이다. 내 처방에 실망했다면 미안하다. 그러나 이 병에는 약이 그것밖에 없으니 어쩌랴. 이런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면 조건 자극(수업 시작 종과 선생님)과 조건 반응(졸음)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서 조건 반사가 해체된다. 이런 현상을 소거(extinction)라 한다. 종 소리에 침을 흘리도록 조건 형성되었던 개도 그 후 한참 동안 먹이 없이 종만 계속 치면 결국에는 다시 침을 흘리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거에 필요한 시간은 조건 형성이 이루어진 기간에 비례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적어도 중고등학교 6년간 ‘선생님 → 졸음’이 조건 형성된 경우에는 소거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약과 병을 동시에 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그 기간 동안에는 의미없고 재미없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멀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래서 나도 답답하다. 그러니 나부터라도 앞으로는 좀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글을 마칠 수밖에 없겠다. 죄송하다.
(2014. 7.12)
(경남대 김원중)
|
첫댓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자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중요과목과 비중요과목에 따라 조는 시간이 다르다고 말하는 학생,
스마트폰으로 반톡하다 늦게 자서 잠이 온다는 학생,
0교시 수업때문에 일찍 학교에 오기 때문에 존다는 학생,
공부가 하기 싫어서 이불러 엎드려 잔다는 학생,
중요한 과목이지만, 만만한 선생님이면 졸아도 된다는 학생..
참, 이유도 여러가지 입니다..
그런데, 잠이 오는 6,7교시에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자거나 조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것!!
교수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방학기간 동안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