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와 그리고 말씀에 계속 등장하는 '그'가 누군지 좀 헷갈렸습니다.
왜냐하면 1절에,
"이제 너희는 형제를 암미라 하고, 자매를 루하마라 하여라"(호 2:1 새번역)
이 말만 보면, 곧 호세아가 그의 첫째 아들 이스르엘에게 하는 말 같아 보입니다. 이스르엘을 이스라엘 백성들, 곧 호세아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이라고 간단히 치환해 버리면 말씀이 이상해 집니다.
무슨 말이되냐면, 호세아가 말씀을 받은 그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를 낳은 어머니 고멜을 고발하라고 하는 건, 다름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기가 스스로 고발하라는 말이 되어 버리니까 말입니다. 여기서 한참을 헷갈려 하다가 성경을 좀 더 천천히 자세히 읽어 보니 그게 아니란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1. '너'라고 하지 않고, '너희'라고 했다.
2. 2장 1절(첫째 절)은 1장 11절(마지막 절)과 연결해서 읽어야 한다.
개역개정이나 새번역 등 다른 대부분의 번역에서는 1장이 11절까지 나와 있지만, 공동번역에서는 1장이 9절에서 끝납니다. 그럼 나머지 10~11절이 없느냐? 그건 아니고, 1장의 10~11절이 공동번역에서는 2장의 1~2절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죠. 곧, 개역개정 등 대부분의 번역서는 2장이 23절까지 이지만, 공동번역만 2장이 25절까지 두 개의 절이 많습니다. 1장에 들어가야 할 두개의 마지막 절을 2장 첫머리에 배치를 해두었기 때문이지요. 공동번역은 왜 이렇게 했을까? 잘은 몰라도 이렇게 읽을 때 더 분명하게 이해가 가긴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의 모래같이 불어나 셀 수도 없고 잴 수도 없이 되리라. 너희를 버린 자식이라 하였지만, 이제는 살아 계시는 하나님의 자녀라 하리라. 유다(남유다) 백성과 이스라엘(북이스라엘) 백성이 어울려 한 영도자를 받들고 세상을 지배하리라. 이렇게 이즈르엘에 승리의 날이 동트거든, 너희 아우를 암미라 부르고 너희 누이를 루하마라 불러라."(호 2:1~3 공동번역)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아우를 암미(내 백성이다)요, 자매를 루하마(자비를 받은 자)로 부를 수 있는 '너희'란, 하나님의 긍휼로 회복된 이스르엘(하나님이 뿌려주심)의 후손들을 말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계속해서 나오는 '그'라는 인칭 대명사가 후반부에 잠깐 '너'로 바뀌기는 하지만, 문맥의 흐름상 '그'와 '너'는 모두 고멜을 가리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멜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자연스럽게 호세아 시대에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칭 대명사를 정리하고, 말하는 이와 듣는 이를 정리하고 보았더니, 좀 더 2장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잘 와 닿았습니다.
" 고멜은 가나안 땅에서 타락했으나, 출애굽의 정결한 백성으로 다시 회복되어야 할 이스라엘 백성들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고멜처럼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는 음란한 여인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신앙이 세상과 타협하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고멜이 딴 남자랑 바람을 피던 시기에 나은 자식들을 호세아의 자식으로 인정할 수 없듯이, 바알과 음행하고 바람을 피워 나은 자식들도 하나님의 자녀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왕조를 다 없애 버릴 만큼 분노에 떨었고, 이스라엘이 바알을 쫓아다니면서 하나님을 잊어버린만큼 벌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너무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들이 회개하고 회복되기를 바란다. 고멜이 정부(情夫)를 따라다녔던 것 처럼, 이스라엘 백성도 자신들을 잘 먹여 주고, 잘 입혀 주고, 잘 살게 해줄 것 처럼 보였던 신(바알)을 따라 다녔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닫고, 하나님을 섬길 때가 더 좋았다고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회개하고 '종으로라도 살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님께로 돌아가고 싶어 하겠지만, 하나님은 '종'이 아니라 다시 온전한 '남편'으로 맞아 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를 '살살 꾄다'고 표현하는게 참 웃프다. 난 예수님께서 호세아서의 이 대목에서 '돌아온 탕자' 비유를 생각하신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고멜이 음행하여 나은 자녀, 그래서 자녀로 인정할 수 없었던 자식들이었지만, 정식으로 아들과 딸로 불리도록 하겠다는 심판의 말씀이요, 회개의 권고요, 소망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