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암센터원장 "술은 한잔도 나빠…담뱃값 8천원으로 올려야"
오진송입력 2023. 6.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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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원장 "전자담배는 독에 물 타 마시는 격…탄 고기엔 치명적 발암물질"
"술 한잔부터 사망률 올라가…술병에 간암·폭력·사고 등 경고그림 넣어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국립암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리나라에서 질병에 의한 사망 원인 1위가 암입니다. 좋은 소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암의 30~50%는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암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암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 19일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국립암센터는 '암 예방, 새로운 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보건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15회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서 원장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 보고서에 따르면, 암 유발 요인에는 흡연이 30%, 비만과 식습관이 28%, 만성감염이 19%, 유전적 요인이 5%, 음주가 3%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흡연의 해악을 강조하면서 "니코틴 중독은 흡연자 개인이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담배 광고와 홍보에 의한 결과"라며 "담배 가격 인상과 표준담뱃갑 도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2015년에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OECD 평균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OECD 평균인 8천원으로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성인 현재 흡연율, 1998-2020 [질병관리청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정부는 2015년 1월 담뱃값을 기존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2천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2015년 1월 담배 판매량(약 1억7천만갑)은 전년 월평균(약 3억6천300만갑)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다만 시행 7개월 만인 2015년 7월 판매량(약 3억5천만갑)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장기적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담뱃값이 오른 2015년 국내 성인 흡연율은 22.6%로 전년(24.2%) 대비 1.6%포인트 낮아졌지만 2016년에는 23.9%로 소폭 상승했다. 2021년 조사에서는 19.3%를 기록했다.
서 원장은 '표준담뱃갑' 도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표준담뱃갑이란 색상, 글자 크기, 글씨체, 상표 표시, 소재 등 모든 디자인 요소를 표준화한 담뱃갑으로, 담배 회사의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호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담뱃갑을 도입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2017년에 담뱃갑 무광고 규격화 포장 정책을 시행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1월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년)에서 10년 이내에 담뱃값을 OECD 평균인 7.36달러(당시 기준 약 8천100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표준담뱃갑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끔찍한 경고그림과 통일된 디자인으로 흡연 광고를 차단하는 호주 표준담뱃갑 [호주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 원장은 일반 담배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피워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반 담배의 유해 정도를 100으로 봤을 때 전자 담배의 유해성은 65% 수준이다. 덜 해로운 것은 맞지만, 전자 담배를 피워도 발암물질에 노출된다"며 "전자 담배는 괜찮다는 것은 독약에 물을 타서 마시면서 '희석했으니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담뱃값과 마찬가지로 술병에도 경고문구와 함께 술의 해악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정보다. 음주가 유발하는 모든 사망률을 계산하면 하루에 한 잔을 섭취할 때부터 사망률이 올라간다. WHO에서도 가장 적정한 음주량은 '0잔'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술 한두잔은 괜찮다고? 암예방하려면 소량 음주도 '안돼'(CG)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면서 "포도주나 막걸리는 괜찮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도 바로잡아야 한다.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주종에 상관없이 알코올양에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암 등 음주가 유발하는 7가지 암과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술로 인한 사건·사고 장면이 담긴 경고 그림을 술병에 붙여야 한다. 담배랑 똑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태운 고기를 먹지 않고 비만을 예방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암 예방 수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기가 타면 벤조피렌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생긴다. 누룽지처럼 밥을 태우는 건 괜찮지만 고기는 안 된다. 탄 부분은 잘라내고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장암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 섭취를 줄여야 하고,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은 더 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비만은 흡연 다음으로 심각한 암 유발 원인이다. 빈칸을 채워넣는 퀴즈로 '비만'(OBESITY)이 암 유발 주요 요인임을 알리는 영국 버스정류장 광고. [영국 컨템퍼러리 헬스대학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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