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
김소월
접동
접동
어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 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배재』 2호, 1923. 3)
[어휘풀이]
-가람 : 강(江)의 옛말
-불설워 : 평안도 사투리로 ‘몹시 서러워’의 뜻
-오랍 : ‘오라비’의 준말
-야삼경 : 하룻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눈 셋째 부분, 밤 열 한시에서 새벽 한 시 사이.
[작품해설]
소월이 수학했던 배재고보의 교지 『배재』에 발표한 이 시는 설화에서 소재을 차용한 민요적 분위기의 작품이다. 전해 오는 설화는 다음과 같다.
옛날 평안북도 진두강가에 한 소녀가 부모와 아홉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죽고 계모가 들어왔다. 계모는 포악하여 생모의 유품을 모두 없애 버렸으며, 10남매에게는 끼니도 주지 않고 집에다 가두기도 하였다. 소녀는 나이가 들어 박천(朴川)의 어느 부잣집 도령과 혼약을 맺게 되었다. 부자인 약혼자 집에서 많은 예물을 보내오자, 이를 시기한 계모는 예물을 빼앗고 소녀를 장롱 속에 가두고는 불에 태워 죽였다. 누나의 죽음을 슬퍼하며 동생들이 재를 파헤치자 재 속에서 한 마리 접동새가 날아올랐다. 이를 안 관가에서 계모를 잡아다 같은 방법으로 계모를 죽였는데, 그 때는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접동새가 된 소녀는 죽어서도 계모가 무서워 대낮에는 나오지 못하고 깊은 밤에만 조심스레 동생들이 자는 찬가에 와 슬피 울었다.
접동새의 울음소리를 의성화한 ‘접동 / 접동’과 아홉 오라비‘를 활음조(滑音調)시킨 ’아우랩;‘를 조화시켜 리듬의 불협화음을 막은 데서 일상적 언어를 자기 것으로 육화(肉化)한 소월의 천부적 시 능력이 유감없이 나타나 있다. 또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비서술적 형식인 압축과 비약의 표현 방법을 사용하여 감동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랍동생‘ 중 하나는 시적 화자는 2·3연에서 접동새에 얽힌 이야긱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다가, 4연에 이르러 주관적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즉 ’누나‘를 ’우리 누나‘라고 하여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독자를 시적 화자와 일체화, 동일시하게 함으로써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지는 밤이 깊으면‘ 찾아와 우는 누나의 슬픔과 어린 동생들의 그리움을 화자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를 자유와 비상(飛翔)의 표상이라고 하지만, 누나의 분신인 접동새는 동생들 때문에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 있다. 이렇듯 자유와 구속의 모순된 이중성을 갖는 접동새가 ’한(恨)‘의 표상이라면 이 작품은 바로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내재해 있는 한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소개]
김소월(金素月)
본명 : 김정식(金廷湜)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15년 오산중학교 중학부 입학
1923년 배재고보 졸업
1924년 『영대(靈臺)』 동인 활동
1934년 자살
시집 : 『진달래꽃』(1925), 『소월시초』(1939), 『정본 소월시집』(1956)
첫댓글
접동새가 된 누나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