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의 온도
이정호
사람은 가고
찻잔 가장자리에
지워지다 만 입술 하나
창을 열자
바람이 커튼 한쪽을 들추고
오래 접혀 있던 오후가
잠깐 펼쳐진다
꽃은 해마다
처음인 얼굴로 피는데
나는 자꾸
지나간 계절의 냄새를 맡는다
그 바람이
몸속 오래된 방 하나를
열어두고 간다
잊은 것들은
왜 사라지지 않고
이토록 조용해지는가
손을 뻗으면 없는 것들이
손을 거두면 가까워진다
먼 훗날
내 안의 불빛들이
하나씩 제 이름을 잃고
저녁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날에도
꺼지지 않는
한 점의 온기가 있었으면
누구의 것이었는지
끝내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저녁은 다 식었는데
찻잔 한쪽만
아직 따뜻하다
카페 게시글
시 (아~하)
한쪽의 온도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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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6
26.10.02 12:4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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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가에게는 '지나간 계절의 냄새'를 맡는 것도 중요한 자산이지요.
네 발행인님 계절도 각기 냄새와 색깔이 있음을 발견해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멋진 시 한 편 잘 감상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한 점의 온기라도 느끼고 싶은 계절이 오고 있네요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작가님은 온기를 품는 따스함이 몸에 배어있으니
분명 이 가을을 깊게 느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행복하세요.
눈치없는 한쪽이네요
다 식었는데
다 지났는데
다 떠났는데...
유독
기억 한쪽은
왜 이다지 그대로 남아 있는지..
가을을 맞이한
좋은 시
감사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항상 한쪽은 반항의 기세로 몰고 들어오네요.
10월 회원의 날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시간과 기억 속에서 남아 있는 따뜻한 감정이나 온기를 조용히 되새기며, 잊혔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감정의 잔재를 그려내셨네요
시를 음미하며 노고지리의 <찻잔>이 떠올랐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ElKm6p90_ic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스한 온기를 품어주신 작가님께
오늘도 멋진 하루가 펼쳐지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