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은 온돌마루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출입문 바로 앞에서 신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좀 늦은 점심을 먹느라 식당안에는 다른 손님이 전혀 없었고
우리회사 직원 셋과 식당주인 부부 그리고 식당일을 돕는 식당 사장님의 예비사위가 있었다
밥을 다 먹을 무렵인데 식당 사장님이 출입구 쪽에 걸터앉은
뒷모습만 보이는 여자와 얘기를 한다.
“아침에 일찍 지나가는데 내가 차 한 잔 하시고 가라고 하려다가 못했네”
하고 사장님이 말을 건네니
대답은 없고 훌쩍 훌쩍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뭔 소리지 궁금하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더니
안 사장님이 우리테이블 사람 들으라는 듯이 크게 얘기를 하는데...
돈을 벌어 보겠다고 전단지
3000장 돌리는데 3만원 받기로 하고 아침부터 다 돌리고 돈 받으러 갔더니
일 시킨 사람이 돈을 안주더란다. 어디에다 버리고 왔냐하면서...
돈은 못 받아오고 돌렸던 전단지를 도로 수거해서 차곡차곡 펼쳐
쌓아놓고 있는 모습이 뒤돌아보니 보였다.
훌쩍 훌쩍 우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전단지 배포한 값을 치루지 않은 악덕업주에 화가 나는 것 보다
돈을 못 받고 와서 배포했던 그 전단지를 다시 모아와서 훌쩍 훌쩍 하는 꼴에 화가난다.
어째 저렇게 멍청할 수 있는가 싶은 것이
이 세상에 나와서 돈 벌이는 생전 처음에 해보는 초짜인가 싶은게 답답하다.
남편이 벌어다준 따뜻한 밥만 먹다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온 그런 아줌마 인가?
듣고 있던 우리 대표님 한 수 거드신다.
“경찰서에 신고하세요” 라고
식당 사장님은...“내가 아침에 여기 저기 돌리는 것을 봤는데 나쁜 사람들이네”
하시지 다른 말은 못 하신다.
난 가만히 있었다.
나랑 비슷할까? 아님 나보다 좀 어린가? 싶은 모습 때문에...
맘 같아서는 '이런 단순노동말고 다른거 뭐 할 줄 아세요?'
라고 물어서 우리 사무실로 데려와서 자료 만드는 알바를 시켜볼까 하는 맘도 있었지만
돈 못 받아온 답답한 사람을 데려다... 아니다...내가 괜히 일 못 하는 사람 써 놓고
그만 두라는 말도 못해서...내가 곤란해지지 싶은 계산까지 되어서 말았다.
3만원에 우는 사람이 있다.
산교육이 따로 없다. 우리 집 식구가 저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아쉽다.
곁에서 밥을 먹던 우리 직원이 “사장님이 대신 3만원주세요” 한다
그사람이 동냥아치도 아니고
난 그 말에도 아무 말 안했다.
식당 사장님은
그거 놔두고 밥이나 먹고 가요 한다.
그 사장님 말씀은 밥을 그냥 주겠다는 의도였지만...
울던 사람이 밥을 먹자고 달려 들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밥을 그냥 줄 요량이었으면...“추운 날 고생했는데 돈도 못 벌고
내가 그냥 있는 밥 줄테니 돈 걱정말고 밥이나 먹고가요”...했으면
아마 밥을 먹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밥값을 치를 돈이 없을 지도 모르고...먹고 가란 소리가 그냥 주겠다는 말인지
돈 내란 말인지 앞에 말에서는 딱히 구분이 되어지지 않아서 나 같아도 못 먹을 것 같다.
퍼주기 좋아하는 식당 사장님의 마음만 앞섰지
그 사람이 듣기에 편안한 밥 권유는 아니었다.
밥을 다 먹고 뒤 돌아보니 그 여인이 가고 없다.
사무실이 있는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누가 3층에서 내려오는게 보인다....좀 전에
훌쩍이던 그 여인이다. 손에는 회수한 전단지를 들고 있다.
난 애써 외면했다.
혹여 그녀가 부끄러워 할까봐...
새끼들
좋은 내용의 전단지도 아니고
일수 돈 쓰라는 전단지 돌리게 해놓고
나쁜 새끼들
어떤 놈인지 알면 내가 가서 패주고 왔으면 싶다.
에이씨...
일부러 자선하는 사람도 있는데
부려먹고 억지를 쓰고 3만원을 안줘
나쁜 새끼들
그 놈들 3만원이 목에 걸려 죽어라...하는 욕을 속으로 했다.
그 여인은 3만원 때문에 울었던가?
전단지를 돌려야 하는 처지에 울었던가?
어쩌자고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단 말인가
나야말로 벌 받을라...밥 해먹을 쌀을 사는 돈보다
쌓아 둘 곳도 없는데 책 산다고
남편은 내가 주문한 책이 배달될 때 마다 못 마땅한 눈치를 주는데...
언제 3만원 때문에 울지 모르는데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가?
남편이신 당신이시여
당신은 술을 먹어 없애지만
난 그런 당신과 살기위해 책이 필요하다.
당신은 소주 마셔 버리고 빈병 분리수거 하여
흔적없이 깨끗하게 살아서 당신은 참 좋겠다.
그래 난 읽고 난 책이 쌓이는 재미에 산다.
술을 더 샀는지
책을 더 샀는지
한 번 계산해보고 싶지만 빈병을 모아두지 않아서
보이는 책값이 더 많아 보인다
아..아쉽다
병을 모두 모아두는 것인데...
그녀는 그 종이를 도로 가져가서
뭐라고 했을까?
회수해서 가면 더 웃기지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난 저렇게 답답하게는 살지 말아야지
살지 말아야 하는데...
어디에
나좀 놀고 먹게 해줄 그런 남자 없수?
잘하는 것은 없지만 또 못하는 것도 없는
뭐 흠이라면...쉬어 꼬부라진 남편하나에 아들 하나가 딸려 있다고나 할까?
다들 그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나요?
돈은 많으나 시력은 좀 나쁜...그런 사람 없수수수수?
나에게 자선할...
ㅎㅎ 다큐소설를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너무 물러터저서 답답한 사람도있고
호랑이가 물어갈 인간들도 있고
열 받지마시고 ㅎㅎ 건강 잘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호랑이가 없어서 안 물어가나 봅니다.
라신랑님
새해 복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