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형(클리앙)
우리매장은 10시에 오픈합니다.
저는 항상 30분 일찍 출근해서 청소나 기타 준비를 하지요.
09시 40분부터 9시 57분까지 17분간 있었던 일입니다.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십니다.
-아이고 아저씨 나 좀 도와줘요.
-네에 어떤게 궁금하세요?
종이를 꺼내십니다.
지방에 보리쌀 판매하는분의 연락처입니다.
-보리쌀을 사려고 받아둔 번호인데 전화했더니 보리쌀이 아니래요.
-네??? 보리쌀이 아니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1.좋은 보리쌀을 파는 업자를 아는분이 소개해줌.
2.구입하려고 통화를 시도했음.
3.전화받은 사람이 보리쌀 파는 사람이 아니라 전기업자라고 함.
4.다시 끊고 전화를 계속 했더니 전기업자라는분이 화냈다고 함.
5.보리쌀 업자를 연결해달라심.
-어머니가 적어두신 전화번호가 잘못된거 같아요.
-아니라니까요? 맞아요. 이번호. 010 3894 8xxx
-저번호로 전화했는데 보리쌀 파는분이 아니라고 했다면서요.
-그니까 사장님(저를 지칭) 전화로 여기에 전화해봐요.
-네? 제 전화로요????
-아무래도 내 전화가 이상한거 같으니 사장님 전화로 전화넣어줘요.
자꾸 제 전화로 전화를 해달라고 우기셔서..
전화를 걸어드립니다. 010 3894 8xxx
-여보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보리쌀 판매하는 분이세요?
-하.. 거기 어딥니까?
-할머니께서 이래저래 요래저래 해서요.
-아니라고요.전화번호 확인하라고 수십번 말했는데. 하. 끊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끊김)
이와중에 어떤남자분이 들어와선 다급하게 이야기합니다.
방금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전체를 삭제했다 복구되냐?
휴지통 보셔라. 없다. 삼성가셔라. 나 SK다. 여긴통신사입니다.
여기서 복구 안되냐? 안됩니다. 왜 복구가 안되는지 모르겠네. 나감
다시 할머니로 돌아와서..
-어머니. 보리쌀 판매하는분이 아니래요.
-이상하네.. 그럼 사장님네 가게전화로 넣어줘요.
-번호를 어머니가 잘못 적으신거에요. 번호를 확인해보세요.
-아이고 아니래도 그러네요. 가게전화로 해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이 번호가 보리쌀이 아니라잖아요?
-이번호 맞다니까요?
-번호 적어오신걸 다시 알아보세요. 어머니..
-그니까 가게전화로 한번 더 해줘요.
하.. 매장전화로 전화걸어서 할머니에게 드립니다.
옆에서 들으니 전기업자 아저씨 막 성질내는게 들리네요.
전화를 끊으시고 가실 줄 알았는데 안가시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전화기가 고장난거 같네..
-.....어머니가 번호를 잘못 적어두신거죠.
-아이참 아니라니까요? 왜 보리쌀이 아니라는거지?
-그니까 다시 번호를 알아보고 걸어보세요.
-이상하네.. 왜 다른사람이 받을까?
-......................
-내가 전에도 이번호로 주문했는데 이상하네.
-번호는 바뀔수도 있잖아요. 다시 알아보세요.
-몇번으로 바뀌었어요?
-아뇨. 그럴수도 있다고요. ㅜㅜ
-분명 맞는데.. 왜 보리쌀이 아니라는거야.이상하네.
-어머니 번호 다시 확인해보세요.
-번호 맞다니까요???
-번호는 맞죠. ㅎㅎ 보리쌀 업자가 아니라서 그렇죠.
.
이하생략, 이패턴으로 정확히 17분을 응대했더니
기운이 빠지고 어질어질하네요. 휴
첫댓글 댓글 중---
4fifty5
그 전기업자 아저씨가 보리쌀을 마트에서 사서 그 할머니에게 웃돈을 받고 택배로 보내주실 때까지 그 아저씨는 계속 전화를 받겠군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보리쌀을 사서 택배로 보내시려고 하면 아래 블로그에 나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입니다.
https://630829.tistory.com/573
번쩍번쩍아콘
좋은 보리쌀을 파는 업자를 아는분이 소개해줌.
이 아는 분한테 연락해서 업자 전화번호를 다시 알려달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아는 분 한테 직접 전해들은 거라서
그 아는 분의 전화번호는 없을 것 같아요.
용이형
@번쩍번쩍아콘님 그분에게 물어보라고 이야기했더니 무조건 이번호가 맞답니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