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선장
원제 : The Sea Wolf
1941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커티즈
원작 : 잭 런던
각본 : 로버트 로센
특수효과 : 바이론 해스킨
출연 : 에드워드 G 로빈슨, 아이다 루피노, 존 가필드
알렉산더 녹스, 배리 피츠제럴드, 진 록하트
스탠리 리지스, 프란시스 맥도날드, 하워드 다 실바
'울프선장'은 해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영화중에서 손꼽힐 걸작입니다. 30-40년대 갱스터 무비와 필름 느와르 영화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명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이 악덕스러운 배의 독재자 울프 선장을 연기하면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작달막한 키에 못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워낙 카리스마 있고 다부진 연기를 보여주면서 30-40년대 명물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주인공 또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많이 등장하면서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주로 범죄물 등 선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동시대 그의 영역에서 함께 활약한 배우들이 제임스 캐그니, 험프리 보가트, 조지 래프트 같은 배우들이었습니다. 그중 험프리 보가트는 1940년대 이후 굉장한 톱스타가 되었지만 30년대까지는 제임스 캐그니나 에드워드 G 로빈슨의 위상이 더 높았습니다.
'울프선장'은 1941년에 발표된 흑백고전입니다. 주로 배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이지요. 에드워드 G 로빈슨은 1948년 험프리 보가트와 공연한 '키 라르고' 라는 영화에서도 배에서의 사투를 연기했는데, 이보다 훨씬 큰 범선을 무대로 한 영화가 '울프선장' 입니다. 카리스마있고 잔혹한 배의 독재자, 그래서 울프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라슨 선장을 연기하며 사악한 연기를 합니다.
1940년대 인형외모의 미모를 과시한
아이다 루피노
에드워드 G 로빈슨
경찰에 쫓기는 청년 리치(존 가필드)는 추적을 피해서 아무도 타기를 꺼려하는 악명높은 배 '고스트호'에 스스로 탑선합니다. 이어 경찰에 쫓기며 여객선에 있던 미모의 처녀 루스(아이다 루피노)와 지적인 작가 웨이든(알렉산더 녹스)도 배가 조난되어 간신히 바다에 떠 있다가 고스트호를 발견하고 올라탑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고스트호에 올라탄 3명, 하지만 이들에겐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물에 빠져 죽느니만 못할 수 있는 지옥같은 배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죠.
고스트호는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라슨선장(에드워드 G 로비슨)이 장악한 작은 독재국가였습니다. 선원들은 모두 그를 두려워하며 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했고, 한 번 그 배에 타면 내릴 수도 없습니다. 목적지도 없고 멈추지도 않는 배, 거칠게 살아온 리치는 나름 배에서 적응하지만 글을 쓰던 작가인 웨이든은 배의 잡역이 힘겨웁니다. 더구나 주방에서 그를 부리는 쿠키(배리 피츠제럴드)의 행패도 괴롭습니다. 구조된 뒤 몸져 누운 루스는 좀체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리치가 수혈을 해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납니다. 그러나 루스는 배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실태를 알고 막막해 합니다. 이런 선장의 행패에 대해 유일하게 대든 인물이 리치인데 물론 그로 인하여 심한 구타를 당합니다. 이로 인하여 루스는 리치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을 느낍니다. 한편 웨이든은 선장의 방에 갔다가 에드가 알란 포의 서적을 비롯하여 제법 문화서적이 있는 것을 알고 선장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라슨 역시 배안의 유일한 지적인 인물 웨이든을 조금씩 신임하게 됩니다. 리치는 더 이상 선장의 횡포에 견딜 수 없어 하며 반란을 일으켜 루스를 데리고 탈출을 계획하는데....
"저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 배에서는 잡일을 해야해"
"션장님 제발 저를 가까운데 내려주세요"
마치 미국판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를 연상케 합니다. 그 영화가 몇 명이 탄 소규모 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울프 선장'은 수십명의 선원이 탄 거대한 배에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독재자인 선장, 강인하고 주먹이 센 그에게 선원들은 함부로 대들지도 불평하지도 못하는데 그런 와중에 리치 라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열혈 청년이 타서 선장에 반기를 들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죠. 특히 전직 의사였다가 배에 타게 된 프레스코트 박사(진 록하트)가 선장에 대한 악덕함을 폭로하고 자살한 이후에 배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집니다. 독재자에게는 언젠가 말로가 있는 법, 특히 조금씩 선장의 환심을 사며 선장실에 자주 드나들게 된 웨이든은 선장에게 결정적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런 웨이든의 발견은 나중에 리치가 배를 탈출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거친 선원들이 타고 있는 범선, 악마같은 선장, 새로 탑선한 인물들에 의하여 변하는 분위기, 서로 눈치보고 노예처럼 굴종하면서도 상대가 약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약육강식이 보이는 곳, 그리고 배안의 유일한 여자....에드워드 G 로빈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악한 치열한 생존투쟁을 다룬 아주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도 아주 뛰어나고 통속적 재미도 있습니다. 확실히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을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탁월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연출도 일품입니다.
의사의 폭로에 이은 자살로 인하여 배안의
분위기는 뒤숭숭해지는데....
당신을 데리고 꼭 탈출하겠소
당신이 이 팔에는 내 피가 흐르고 있소
선장의 치명적 비밀을 알아낸 웨이든
각 캐릭터들의 특징도 다양합니다. 사악하고 독재자로 군림하지만 의외로 독서하는 면모가 있는 선장, 그의 광기와 독재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자신의 권세가 무너지는 두려움에 대한 역반발심 같기도 합니다. '육체와 영혼'에서의 헝그리 복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의 떠돌이 한량 등 거친 밑바닥 역할이 잘 어울리는 존 가필드는 선장에 유일하게 대항하는 잃을 것 없는 의지의 청년 리치를 연기하고, 30-40년대 유명 여배우 아이다 루피노는 감옥에 가기 싫어 도망다니다가 감옥과 다를바 없는 사악한 배에서 절망하는 여인을 연기합니다. 아이다 루피노는 좁고 작은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그야말로 인형외모의 여배우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보여서 '히치하이커' '천사들의 장난'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세련된 연출은 제대로 연출활동을 했다면 충분히 명감독 반열에 올랐을거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여성이 제대로 일터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감독으로 많이 활동하지 못했을 뿐, 여성 감독이 드문 시대에 길을 개척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들 3명 외에도 비중이 높은 4인중 하나로 웨이드 역의 알렉산더 녹스는 배우로서는 지명도가 훨씬 낮았지만 울프 선장의 신뢰를 받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유약하지만 의외로 영리한 인물이지요. 배의 요리사로 등장한 배리 피츠제럴드는 주로 작고 선량한 중년의 조연연기를 많이 한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교활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으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악역입니다. 존 가필드, 배리 피츠제럴드 등 유난히 키가 작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단신 배우인 에드워드 G 로빈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같습니다. 울프 선장이 강인해 보여야 하는데 상대의 키가 크면 균형이 안 맞지요.
유일하게 선장에 반기를 든 리치(존 가필드)
우린 과연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1932년 게리 쿠퍼와 찰스 로톤이 주연한 '악마와 심해'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 영화는 군함을 배경으로 했지만 '울프 선장'는 불법 범선을 배경으로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도피해야 할 사람들을 태우고 불법과 독재를 이루는 선장의 모습입니다. 빠져나갈데도 없는 망망대해 바다, 사람이 죽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살벌한 배에서 벌어지는 필사의 생존기 입니다. 육지의 법이 통하지 않는, '바다에서는 내가 법이다'라는 식으로 배를 운형하는 선장의 악행을 다룬 내용이지요. 에드워드 G 로빈슨의 카리스마가 잘 발휘된 해양 수작입니다.
ps1 : 많은 여배우중 인형의 모습과 가장 흡사하게 느껴지는 아이다 루피노는 30-40년대 상당한 미인배우였는데 1972년 스티브 맥퀸의 엄마로 등장한 '주니어 보너'에서는 평범한 외모의 중년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세월의 무상이 느껴졌지요.
ps2 : 20세기가 막 시작하는 1900년이 배경입니다.
ps3 : 여러번 영화화 된 '야성의 함성'의 작가 잭 런던 원작입니다. 잭 런던은 인기작가였지만 불과 40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지요.
ps4 : 상업영화의 귀재이자 다작이지만 꽤 볼만한 작품을 많이 만든 마이클 커티즈의 연출작으로 그의 작품중 꽤 수작이지요. 각본을 쓴 로버트 로센과 특수효과를 담당한 바이론 해스킨 모두 나중에 감독으로 성공하지요. 그야말로 좋은 배우와 일류 스탭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입니다.
[출처] 울프선장(The Sea Wolf, 41년) 에드워드 G 로빈슨의 카리스마|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