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 6월 19일자에 소개된 글입니다.
어느 메르스 바이러스의 독백
제 실제 이름은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통칭 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불립니다.
왜 하필 중동이냐고요? 제 고향이 거기 사우디 아라비아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에 알려 진지는 한 3년 되었는데 제 부모는 원래 무덤 속에 사는 박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의 부모님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누구와 잘 사귀지 않습니다.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니라고 모두 싫어하니까요.
그냥 컴컴한 동굴이나 무덤 속에 사는 것이 편하고 그게 체질에 맞데요.
저희가 거기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번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우선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사실 우리는 억지로 고향을 떠난 셈이죠. 어떻게요?
사막의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전통적인 이동수단으로 낙타를 이용하지요.
우리들은 낙타들하고 지내면 맘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이 친구들은 아무리 놀리고 건드려도 화내는 법이 없고, 시키면 거절하지 않는 참 착한 친구들이죠.
눈빛만 봐도 얼마나 순한 친구들인지 이해가 갈 겁니다.
이 친구들을 끌고 다니며 그렇게 부려 먹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데 한 가지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요.
이 순진한 친구들을 사람들이 요리해 먹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의 식욕의 끝은 어딜까요? 아무거나 다 먹으려고 하니 말예요.
한번은 우리 동료들이 낙타 코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낙타고기를 먹은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 버린 적이 있었어요.
동료들은 거기서 질식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을 뿐인데 사람들은
고열, 감기, 호흡곤란이 오면서 그것을 “감염되었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우리 이웃사촌 중에는 사스, 조류독감 등도 있는데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왜 사람들은 우리만 보면 죽이려고 난리를 치냐는 겁니다.
자기들이 처음부터 조심했으면 될 일을 우리에게만 책임을 돌려 시도 때도 없이 박멸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아무거나 먹고, 발생그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니 말이죠.
그런데요, 우리 동료들은 생존능력 하나는 끝내줘요.
아무리 죽이려 해고 잘 안 죽고 어떡하든 살아남죠.
그래서 어디로 옮겨 가더라도 그저 살고 싶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질병에 걸렸다”고 하죠.
그걸 치료하기 위해 사람들은 항생제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효과가 있을 리 없죠.
우리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잖아요.
아직 항바이러스제는 없나 봐요.
어찌됐건 항생제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 세균친구들은 대책 없이 죽어 나갔지요.
하지만 곧바로 그 항생제와 친해지더라고요.
누구든 오래 살다 보면 친해지는가 봐요.
사람들은 그것을 “내성이 생겼다”고 말하더라고요.
세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항생제는 1930, 40년대 처음 발견된 후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세균친구들을 몽땅 다 죽였지요.
의사들은 신이 나서 감기나 상처, 가벼운 염증 등 사소한 트러블에도 항생제를 무슨 과자처럼 사용했어요.
하지만 이 약물을 마구 사용할 때 친구들도 강해지기 시작했죠.
살려고 버티면서 약물의 효과를 없애버리자 의학계는 밴코마이신이라는 강력한 놈을 최후의 무기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우리 친구 황색포도상구균에게 만은 힘을 못썼습니다.
요즘 이 친구를 다른 말로 수퍼버그(Superbug)라고 부른다면서요.
그래서 2002년 9월에 미국 샌디에고의 의학자협의회에서 밴코마이신으로는 수퍼버그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려했다지요?
10년 뒤 2012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국장 마가렛 챈은 지구상의 항생제는 이제 더 이상 '수퍼변종’의 감염에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구요.
그런데 국가적인 패닉상태를 우려한 미국 정부는 그 사실을 함구해 버렸대요.
하여간 우리는 어떡하든 살아남을 거고, 상황은 갈수록 더 심각해질 거예요.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말은 염증치료가 안 되니 수술도 못하고 작은 상처나 찰과상조차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한 말씀만 더 드릴게요. 우리 메르스들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양약 항생제로는 잘 안 죽지만,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천연 치료제에는 꼼짝 못하죠.
이런 비밀을 알려줘도 제약회사들은 관심도 없다지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완치보다는 암, 당뇨병, 고혈압같이 평생 조절 가능한 약물에만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해요.
‘수퍼버그’를 죽이는 양약을 개발하려면 30년이 걸린다는데, 그때가 되면 우리 친구들도 더 강해지겠죠.
다만, 그 사이에 사람들이 천연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 버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요.
어쨌든 죄송해요. 죽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최경송 한의학 박사/ Dr. Abraham Choi, Ph.D., L.Ac
Unicare Healing Center
http://www.unicare.co.kr
첫댓글 공부하고 갑니다~
고운 걸음과 댓글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르스 하고는 가까이 하지 마소서...
바이러스 와 세균 이야기 잘보았습니다.
관심 가져 주시고 댓글로 인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 하세요.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단다이 새겨야 겠네요.
앞날을 위해서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이 결국은 멸망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자연과 화합하여 아름다운 환경이
곧 우리와 자연이 함께 사는 길인가 봐요 .
들려주신 발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