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35보> - 상하이에서 겨울나기
지금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중국 동북부 헤이롱쟝성(黑龙江省) 하얼빈(哈尔滨)에서 삥떵(冰灯, 얼음등)과 삥땨오(冰雕, 얼음조각) 축제가 한창이라고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추우면 추운 대로 그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 만끽하고 있나 보다.
이럴 땐 꼭, 옆에 있는 벗씨에게 또 의견을 물어보는 수밖에.
“뉴스 봤지? 저기 한 번 가 보지 않을래? 우리 어학교재에도 나와 있잖아. 정말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고.”
“오오, 제발 난 안 가고 싶어. 그냥 글 속, 화면 속에서 그런 것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얼만 전에 한국에 있는 최동일 사장과 통화했는데, 본인도 이번 겨울에 하얼빈의 삥떵 축제에 구경 간다고 하던데?”
“오메, 몸서리난다. 난 이곳 추위가 정말 싫어. 상하이도 이렇게 싫은데 거긴 어떻겠어? 지난여름에 대구의 베이징어학원의 한 강사가 한 말 잊어버렸남?”
“무슨 말?”
“하얼빈의 삥떵 축제가 너무 아름답다는 소문만 듣고 갔다가 거의 얼어 죽을 뻔했다는 말. 손발은 물론이고 귀, 코, 얼굴 등 어느 한 곳도 밖에 내놓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춥다는 그 말. 그래서 삥떵, 삥땨오 구경은커녕 방안에 온종일 들어앉아 있다가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는 그 말말이야.”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뉴스가 끝나고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었다.
베이징 영하 9도, 상하이 1도, 광동 5도, 하이난도 12도, 그리고 중국의 서북쪽으로 가더니, 신장 영하 45도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영하 45도라니.
이건 뭐 추위의 상징인 시베리아벌판은 저리 가라잖아.
아니,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북극지방보다도 더 춥다는 뜻 아닌가?
(실내에서 이렇게 해서 살아야. 전기찜질기는 무릎에, 장갑은 세 개나, 양말에 털실내화까지)
그리고 일기예보는 또 중국의 서쪽을 돌아 내륙을 거치더니 드디어 동북3성의 기온을 설명하고 있었다.
바로 지금 얘기하고 있는 그 하얼빈, 영하 25도!
와, 영하 45도나 영하 25도나 추운 정도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온도가 내려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온도에 대한 느낌이 마비되어 버릴 테니까.
비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20여 년 전 내가 군 복무했던 강원도 철원의 겨울 온도가 영하 25였던가.
그때는 그래도 젊은 나이이고, 마음 다잡아먹고 군복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기에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 뉴스에서 이렇게 100여 년만에 찾아온 한파라며 기온 하강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방안에 있는 내 몸이 다 으스스 떨리고 있었다.
옆에 앉아서 같이 뉴스를 보던 벗씨가 또 한 마디 했다.
“거 봐, 영하 25도라잖아. 상하이 날씨에도, 그것도 방안에 가만히 있는데도 내 발가락이 이렇게 벌겋게 얼어서 간지러워 죽겠구먼···.”
벗씨는 여기 와서 내가 감기 걸리고, 수족냉증이 걸리고 하는 걸 보고는 몸이 그렇게 쇠약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러더니 지난주부터는 자기 발가락이 얼었다고 하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고 중국제 수면양말을 두 켤레나 샀는데 이게 뭐야. 초등학교 때 손발에 동상 걸려 본 이후로 중국 와서 또 이런 경험을 다 해 보네.”
“그러니까 실용적으로 적응을 잘 해야지. 한 달 전부터 겨울 추위에 대비한다며 털 달린 실내화를 사서 신고 다니더니 그것도 결국 헛방이 되고 말았네?”
“아이, 난 몰라···. 어찌 이상하다 싶었지. 여기 할인마트에 왜 그리도 털 달린 실내화가 많이 팔리고 있는지···. 내가 동상 걸리고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되긴 하네.”
사돈 남 말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한 달 전부터 이미 수족냉증이 걸려서 엄청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어느 곳을 가나 털실내화가 가게 내에 가득 전시 되어 있다. 이것은 그 일부분)
우리는 평소에 집안에 있을 땐 벽걸이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한다.
이 에어컨은 거실에 하나 안방에 하나 설치되어 있다.
물론 이 에어컨은 여름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엔 따뜻한 공기가 나온다.
하지만 최고 온도는 겨울인데도 32도밖에 올라가지 않을 뿐더러 용량도 작아서 두 개 다 틀어도 벌벌 떨고 있다.
그러니 에어컨을 틀고서도 늘 복장은 외출복장 만큼의 옷을 껴입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잠잘 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하고 자야 한다.
문제는 11월에 발생했다.
속옷, 내복, 티셔츠에다 오리털이 두툼하게 들어가 있는 중국제 조끼를 입고 실내 생활을 했는데도 양쪽 손과 팔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손을 내놓고 있었고, 또한 그 조끼란 것도 팔은 밖으로 내 놓게 되어 있으므로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실내공기에 노출된 시간이 길었던 모양이었다.
12월이 되자 손등이 시려지면서 뭔가 징조가 이상하더니 팔목을 거쳐 팔등까지 엄청 시려왔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글쎄 수족냉증의 증세란다.
그대로 방치하면 레이노이드증후군으로까지 발전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 길로 당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공부는 해야겠기에 손가락만 보이는 벙어리 반장갑을 사고,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팔등이 다 덮일 정도의 긴 토시장갑을 사고, 또 손가락 장갑까지 샀다.
그리고는 집안에 있을 때조차도 이렇게 장갑 세 개나 끼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수족냉증이란 것이 이런 걸로 해결될 일은 만무했다.
낮에 공부할 때나 잠잘 때조차도 끼고 있었지만 손등과 팔등이 시린 것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참을 수가 없었다.
벗씨가 대상포진이 걸려 고생을 할 때조차도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는데, 이런 증세로 인해 귀국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한 달만 있으면 설이고, 그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그 기간을 못 참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까지 했다.
(벙어리 반장갑에, 전기온열기, 잠잘 때 쓰는 마스크)
그래서 또 동원한 방법이 전기 찜질기였다.
중국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중국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두 개나 구입했다.
한 개에 15위안(2,550원)밖에 안 했으므로 참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이것도, 손에 끼고 있으면 열이 팍팍 나는 것이 좋긴 한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움직일 때마다 그 많은 전선과 콘센트 장비들이 다 나를 따라다녀야 했으니까.
이건 뭐, 상하이에서 겨울 한 번 나려다가 온몸에 병 다 나고, 겨울장비 다 사야 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산 것만도 수면양말, 털 달린 실내화, 솜이 잔뜩 들어있는 두툼한 내복, 장갑 세 개, 마스크, 오리털 조끼, 실내에서 입을 오리털 겨울 등산복, 수족냉증 치료할 전기 찜질기, 그리고 손을 데워 주는 휴대용 전기온열기 등 자질구레할 정도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바닥 난방이 안 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동북3성 지방 이외에는 바닥 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방바닥이 차고, 실내공기가 차서 실내생활하기에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집이 내 집이라면 당장 뜨끈뜨끈한 바닥 난방 공사를 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중국에 와 있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바닥 난방 공사를 하고 산다지 않는가.
유럽, 미국, 호주의 이상 기후 소식에다 한국도 지금 한파가 덮치고 있다고 이곳 세계 뉴스 시간에 또 전하고 있다.
“벗씨야, 우리나라도 추위는 마찬가지란다. 하얼빈 삥떵 축제 안 가려면 그냥 여기서 겨울 나자. 그래도 이곳 상하이 날씨는 영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잖아.”
“안 그렇다니깐. 상하이가 바다와 붙어 있어서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는 항상 영하라니깐.”
상하이의 겨울날씨가 싫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벗씨한테 더 이상 고집을 부리다간 안 될 것 같았다.
“알았다. 알았어. 설에는 꼭 한국 들어가서 겨울 지내자. 히히.”
2011년 1월 10일
상하이에서 멋진욱 서.
<참고>
멋진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59-0042-7896
한국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후 86-159-0042-7896-# 하면 됩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한국 로밍폰 011-530-1479 문자 주세용.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상해 동네가 그렇게나 추운 동네 인감유???? 바닥 난방이 안되니 온갖 난방기 동원해도 춥다니 워짠디야 쯧쯧....
후딱후딱 날짜 보내고 따뜻한 우리 나라로 빨리 오소야 .멋진 욱씨 사진보니 반갑소잉
네... 많이 춥네요. 하루종일 히터를 껴안고 살아도 실내에서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어야 하니... 예전엔 감히 상상도 못할 모습이죠~^^ 근데 신기하게 감기는 안걸리네요.
추운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이소~.뜨끈뜨끈한 온돌방 아랫목이 생각나지용~ 우리 사무실 찜질방에서 벙개한번 해야쥐~ㅎㅎ
슬리퍼 대신 맨발로 거실을 걸어다니고 싶고,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TV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뜨끈한 찜질방...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ㅎㅎ 까치 설날에 벙개 함 합시다. 근데 수족냉증이란 병은 아니고 증상인데 걱정할 거 없어요. 운동 부족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니 열씨미 운동하세요. 차이나 물건이 예쁜게 많네요.
의사 선생님의 온라인 상담을 받으니 병원에 다녀온듯 안심이 됩니다. 매번 이렇게 원격진료를 무료로 해주시니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올해 유난히 춥지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대상포진 다 나으셨나 ?그 글읽고 내가 옆구리에 대상포진 발병 했구려. 근육통이 심해요. 잘있다가 귀국하세요.
엥? 대상포진의 과로, 스트레스, 영양결핍 3가지 원인 중에 회장님은 뭘까요~^^. 고생이 심하실텐데...과로는 금물입니다. 푹 쉬시면서 안정을 취하세요^*^
인체는 다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있다고 합디다만 생강차,대추차, 우롱차 따뜻하게 자주 끓여드시고 체온유지 잘하시어 건강한 모습 보여주세요.
감사합니다~^^ 운동부족에 혈액 순환이 잘 안되어 그런가 싶다며 실내 운동을 격하게 하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따뜻한 차 벌컥벌컥 마시도록 권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