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기 8 "누와라 엘리야 시내와 Lover's Leap" <누와라 엘리야 중심부>
Lonely Planet는 누와라 엘리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누와라 엘리야는 "빛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은 초기의 개척자였던 영국인들과 스코트랜드인들의 휴식처였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4월이 되면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즐기려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승마를 하고 스포츠카를 타고 산을 오르고 스리랑카의 신년을 즐긴다. 이때 호텔 숙박비는 천장부지로 치솟고 사람들은 거리를 메운다. 여행자들이 기차에서 내리면 삐끼가 나타나 그들이 예약한 호텔이 문을 닫았다거나, 바퀴벌레가 많다거나, 기타 다른 사기를 쳐서 손님을 자기들이 원하는 호텔로 데려간다. 그리고 호텔 주인으로부터 수수료를 챙긴다. 이것만 보면 여기나 인도나 뭐 오십보백보다. 아니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도 여름 성수기에 놀러 가면 바가지 쓰는 것을 당연히 여겨야 한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오십보백보"가 아니라 "도진개진" 아니면 "도찐개찐"이라는 말을 쓰려고 하였으나 "도긴개긴"이 맞는 말이라고 인터넷에 써 있었다. 나는 "도긴개긴"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말해본 적도 없어서 그냥 "오십보 백보"라고 썼다. 사실 오십보백보도 중국의 무슨 고사 성어에서 온 말이다. 옛날에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그렇다면 "도토리 키재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내가 쓸 데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
<승마장>
우리는 Single Tree Hotel에 머물렀는데, 바로 앞에 경마장이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무슨 행사가 열렸었는지 수많은 자동차가 경마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말을 몰고 몇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자기들끼리 서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서로 자기가 승마 손님을 받겠다고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승마장 옆에 한 사찰이 있었다. 그 사찰을 돌다가 참새가 나를 경계해서 가다가 돌아왔다. >
조금 더 가면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온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대합실이나 터미널을 왕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떠나고 있었다. 조금 더 가면 조그만 시장이 나오고 그곳을 통과하면 중앙에 복합 상가가 있다. 그리고는 골프장이 하나 있다. 그 옆에 우체국이 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다. 참으로 싱거운 도시다. "마치 대단한 것이 있는 척, 자꾸 유인해 가다가, 우체국 담벼락을 보여주며 빡! 끝!" |
<근처의 우체국>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빅토리아 파크. Lonely Planet에 다음과 같은 글귀만 없었어도 우리는 이곳에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one of nicest, and best maintained, town parks in South Asia and a stroll around its manicured lawns is a pleasure indeed.(남부 아시아에서 가장 멋있고, 잘 관리된 시내에 있는 공원 중의 하나이어서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한 바퀴 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남부 아시아에서 제일이라! 그러나 막상 가보니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잔디도 꽃도 보잘 것이 없었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 몇 사람이 있었고, 애인으로 보이는 두 쌍의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 철없는(?) 개들이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덤이다. |
조금 내려가면 그레고리 호수가 있다. 겉보기는 시원하고 멋있어 보이나 그곳을 이용하는 스리랑카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위에 말이 풀을 뜯는 장면, 자전거를 타고 도는 장면, 가끔 가다 근처에서 소풍 나와 같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한산한 호수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일반인이 이용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
우리가 묵은 싱글 트리 호텔 뒤에 싱글트리 산이 있다. 그곳에 올라가면 멋있는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지프 차를 타고 올라갔다. 지프차는 3분의 2 지점까지는 올라가지만 더 이상은 갈 수가 없다고 했다. 돌아서 올라가면 될 것을 일직선으로 걸어 올라간다고 차밭을 지나 길을 만들어 가자니 힘도 들고 미끄러지기도 했다. 문제는 정상에 도착해서다. 정상에는 전기 통신 시설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었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올라가서 근무하는 사람을 불러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 한국 같으면 낯선 사람에게 그런 시설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분명 금지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가 들어가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잠자는 개와 장난을 쳐도 그저 허허 웃기만 하고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캔디의 방송국에 들어갈 때와 거의 마찬가지로 경비가 허술하게 보였다. 그곳에서 일몰을 보려고 하였으나 상황이 그러하지 못했다. 정상 주위에 풀이 사람 키보다 더 자라서 서쪽을 볼 수 없었고, 서쪽 먼 곳에 이미 비가 내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물쭈물 하다가는 소나기만 뒤집어 쓸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내려 가기로 했다. 싱글트리 언덕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차밭과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멀리 큰 비가 오고 있었다. 하늘이 뿌옇게 변했다가 다시 맑았다 했다. 눈앞에 있는 흰색의 사원 뒤의 하늘에서 번갯불이 펀득거렸다.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
Pedero 차(茶) 공장 그리고 러버스 립(Lover's Leap)
우리 일행 5명이 Pedreo 차 공장과 Lover's Leap을 가기로 결정한 것은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다음과 같은 글 때문이었다. 우리의 주 목적은 Lover's Leap을 보는 것이었고, 차 공장을 견학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책에 "spectacular viewpoint and waterfall"라는 어구가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이다. |
|
"연인들이 자살하는 곳: 관광 명소 페드로 차 공장에서 걸어서 왕복 5km의 구간이 멋 있는데, 대단히 훌륭한 경치와 폭포가 있다. 공장에서 중심도로를 건너 표지판을 보고 차(茶) 관리인의 집까지 가라. 여기 3 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15분간을 계속가라." <로운리 플래닛에 있는 내용> |
공장에 도착하자 농장이 훤히 보이는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으로 우리는 안내되었다. 방 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과연 "spectacular viewpoint"라고 불려도 아무런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차밭에는 키가 큰 열대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고 얼마나 정성들여 가꾸었는지 차밭은 햇빛을 받아 꿈틀거리고 파도치고 있었다. 이런 차밭은 눈에 보이는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스리랑카가 세계의 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차 한잔을 마시고 공장 견학할 시간이 되었다. 다른 나라 사람을 포함하여 약 20명이 한 조를 이루어 떠났다. 앞치마를 입을 것, 그리고 공장 안에서의 사진은 절대 찍지 말 것이, 견학의 전제 조건이었다. 실내는 아주 더웠으며 일부분을 제외하면 구경할 것이 별로 없었다. 차를 완전한 상태에서 처리하기 위해 중요한 차는 밤에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기에 포대 채 쌓여있는 차를 손으로 조금 집어,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비록 쓰기는 했으나 그런대로 차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씁쓸한, 그러나 코끝을 향기롭게 간지럽히고, 혀 안에서 쌉쌀하게 녹아나는 맛, 그것이 스리랑카 차 맛이다. |
<이 사진: 이 경우님 제공>
<아름다운 Lover's Leap: 구글 지도를 다운받아 그 위에 간단히 그렸다.>
공장을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그 유명한 Lover's Leap으로 가는 소로가 나온다. 소로를 따라 올라가면 펑퍼짐한 차밭이 나오는데, 눈에 보이는 일대 전체가 농촌 마을과 차밭으로 되어 있다. 언덕을 올라가면 분지 형태로 되어 있어서 차밭은 더욱 분명하게 보이고 저 멀리 지평선까지 차밭이 뭉게구름처럼 넘실거린다. |
한참을 올라가면 멀리 희미하게 폭포가 보이는데 거기가 바로 "연인들이 자살하는 곳"인 바로 Lover's Leap이다. 저 곳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자살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이름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그런 연인들은 있었을 것이고 그곳에서 떨어져 죽어야만 했을 그들의 운명이 안스럽고 야속할 뿐이다. |
1800년대 중반기에 이곳 누와라 엘리야에 영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건장하고 젊은 남녀들을 사들여 차밭에서 일하게 했다. 농장의 주인은 제임스라는 영국인, 190센티의 거구인 그는, 부리부리한 눈에, 수염을 길게 기르고 항상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50살인 제임스는 젊었을 때부터 바람둥이로 소문이 났고, 그가 마음에 둔 여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기의 여자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젊었을 때 한 여인을 겁탈하다가 발각되어 야반도주 중 나무에 눈이 긁혀 실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가 사망하자 제임스의 욕망은 더욱 주체할 바를 모르게 되고 마침내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노예에까지 눈독을 들이게 된다. 여자 노예 중에 이름이 우쉬라는 여인이 있었다. 이제 먁 22살인 이 노예는 다른 노예에 비해 키가 크고, 언행이 바르고, 외모 또한 출중했다.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고 그녀의 걸음걸이는 제비가 날 듯 경쾌했다. |
이런 아름다운 노예를 그냥 놔둘 제임스가 아니었다. 어느 날 제임스는 우쉬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내가 너를 오래 전부터 유심히 봐왔다. 너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노예로 막노동이나 해서 되겠느냐? 네가 말만 잘 들으면, 너는 평생 내 옆에서 호강하면서 살 것이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우쉬를 가슴에 품으려 했다. 얼떨결에 제임스의 품에 안긴 우쉬는 남자를 밀치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리고 마당 구석에 앉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우쉬에게는 같은 노예인 남자친구 블랑카가 있었다. 스물 네 살인 블랑카는 우쉬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우쉬 또한 블랑카를 늘 마음에 그리며 살았다. 그들은 비록 노예의 신분으로 살지라도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랐고, 그런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때는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하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지난 밤에 있었던 제임스의 행동에 대해 말을 하던 우쉬는, 한숨을 깊게 몰아 쉬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 말을 듣던 블랑카는 머리가 핑 돌고 피가 끓었다. 그러나 그가 제임스에게 대들었다가는 그 날이 바로 그의 제삿날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
우쉬에 대한 욕정에 불타는 제임스는, 어느 날 100키로 떨어진 다른 농장 주인을 불러들인다. "우리 농장에 블랑카라는 노예가 있는데, 일은 잘 하지만 요즈음 사랑에 빠져 일을 하지 않으니 그냥 싼 값, 단돈 10달러에 사가시오." 이 말을 들은 농장 주인은 만면의 미소를 띠며, "좋소, 3일 뒤에 나 한테 보내시오. 노예가 도착하는 대로 돈은 지불하리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쉬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우쉬는 그길로 블랑카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고하게 된다. 벌벌 떨리는 사지를 제어하지 못하는 블랑카가 실제로 취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우쉬를 두고 떠나든지, 잡혀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우쉬와 함께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음 날 밤 새벽 우쉬와 블랑카는 몰래 담을 넘어 제임스의 집을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제임스는 잠을 깨게 된다. 육감적으로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 있음을 알게된 제임스는, 노예의 우두머리에게 무슨 일인지 묻는다. 우쉬와 블랑카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임스는 모든 노예를 깨워 소집한 뒤 일장 연설을 한다. "지금 우쉬와 블랑카가 나의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누구든지 그자들을 잡아오는 사람에게는 그 보석의 반을 상으로 주겠다." |
한밤 중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우쉬가 아무리 빨리 도망친다고 해도, 황금에 눈이 어두워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건장한 남자 노예 수십 명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것을 느낀 블랑카는 우쉬에게 말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잡혀 우리 둘 다 죽게 된다. 너는 앞 쪽으로 계속 도망쳐 저 큰 바위 아래에 숨어 있어라. 나는 그들을 유인하여 저 산으로 도망칠 것이다. 3일 후에 내가 너를 찾으러 오마." 블랑카는 입고 있던 흰 셔츠를 벗어 흔들며 산속을 향해 뛰었다. 흰옷을 본 추적꾼들은 블랑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뛰던 블랑카가 뒤를 돌아보자 따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지만 이제 안전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블랑카는 우쉬가 걱정이 되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우쉬가 발각되어 제임스에게 돌아간다면? 우쉬가 없는 삶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삶이었다. 더구나 우쉬가 제임스와 정을 통한다면 그것은 가슴이 찢어지고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그는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우쉬가 숨어있는 곳을 향해 조심조심 걸어간다. 거의 바위에 도착하여 "우쉬, 나야, 블랑카". 이 소리를 듣고 우쉬가 나와 두 사람은 감격의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어떻게 그곳을 빠져 나갈지를 생각한다. |
한편 노예들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제임스는 머리 끝까지 화를 내고 명령한다. "저기 있던 사냥개를 풀어 그 자들을 잡아와라." 사냥에 굶주렸던 다섯 마리의 사냥개는 우쉬와 블랑카의 냄새를 향해 완전히 미쳐버린 것처럼 추적하기 시작한다. 횃불을 들고 개의 뒤를 따르는 노예,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제임스, 한 밤중의 추격전은 이제 클리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저 멀리 횃불을 밝히고 개를 앞세우고 쫓아오는 제임스와 노예들은 시시각각 두 연인이 숨어 있는 곳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도망갈래야 도망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반대쪽에는 100 미터가 넘는 폭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들이 들고 있는 횃불에 비쳐 폭포 위의 물살이 검은색 흰색을 오가며 출렁거렸다. 흥분한 개가 짖는 소리와 이성을 잃은 노예들의 외침, 그리고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만이 밤의 정막을 깨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없다." 블랑카는 우쉬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어." 대답하는 우쉬의 말이 떨리면서 낮게 밤 하늘에 깔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저 세상에서 멋 지게 살아보자." 블랑카의 말에 눈물만 뚝뚝 흘리는 우쉬는,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 추적꾼들은 두 연인의 10미터까지 다가와 있었다. 직감적으로 두 연인이 폭포에서 뛰어 내릴 것이라는 것을 안 제임스는 다급하게 외쳤다. "너희들을 절대 해치지 않겠다. 내 약속하마. 그곳에서 뛰어내리지 말라." 그러나 우쉬와 블랑카는 제임스가 어떤 사람이며,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 폭포의 가장자리까지 왔다. "우쉬, 눈 감아. 이제 우리는 고통 없고 행복한 저 찬란한 세상으로 가는거야." 그 말을 듣는 우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만 흘렸다. "알아, 다 알아. 이 세상을 함께 해서 행복해. 사랑해, 블랑카" "사랑해, 우쉬. 널 영원히~~~~~~~~~~" 검은 밤하늘에 흰 코스모스 두 송이가 물살을 타고 폭포수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물을 따라 흐르던 꽃은 흰 나비가 되어 바람을 타고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날개를 퍼덕이던 나비에 한 줄기 연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비는 그 빛을 따라 훨훨 위로 날아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그날 그곳에서는 마침 결혼식을 올리는 한쌍의 신랑 신부가 있었다. 넘실거리는 차밭을 내려오면서 상념에 젖었던 나는, 이들을 보고 우쉬와 블랑카의 애달픈 사랑이 다시 떠올랐다. 그들이 좋은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저들처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을텐데. 신랑신부에게 "축하합니다"는 말을 하면서도 슬픈 노예의 사랑이 한 동안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신랑 신부 그리고 우쉬와 블랑카를 생각하며 세익스피어를 생각했다.
꺼져간다, 꺼져간다,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단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무대 위에 나와서 뽐내며 걷고 안달하며
시간을 보내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찬 백치의 이야기 <세이스피어 "맥베스"에서 인용> |
마을 아래로 좀더 내려오니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우쉬와 블랑카도 저런 아들 딸을 낳고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차 밭고랑을 내려오면서도 두 연인의 애처로움에 가슴이 쓰렸다. |
그 아래에는 오전 중에 채취한 찻잎의 양이 얼마되는지 그 양을 측정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자기가 따 모은 잎의 양에 의해 결정되게 되어 있다.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드니,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이를 검사하는 남자가 제임스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아무런 죄도 없는 그에게 한 동안 적개심을 갖기도 했다. 그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그도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되어있지 않던가? 따지고 보면 그도 역시 노예가 아니던가? 모두 같은 운명을 지고 태어난 동지가 아니던가? |
하기야 그들이나 나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인간이라면 모두 생노병사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고통과 기쁨의 양이 조금 많고 적을 뿐,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고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날 뿐, 인생살이에 무슨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는가? 그저 살아있는 동안, 살아있음을 고맙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눈을 들어 흘러가는 흰 구름 바라보고, 고개 숙여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
<현장 촬영 비디오 "찻잎 따기" 상영시간 48초. 배경음악: 이승철 "그 사람"의 끝 부분>
<후기> 처음 Lover's Leap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Leap는 "뛰다"는 뜻이니까, "연인들이 뛴다?"는 말이 좀 어색했습니다.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것은 힘드는 일인데 왜 뛰고 있을까? 사전을 찾아 내려가니 "가슴이 울렁거림"이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옳다고 생각하다가 이것도 이상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차밭에서 연인들이 가슴이 울렁일까? 그후 Universal Dictionary, Webster Dictionary 등을 찾아 보았으나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YBM Dictionary에 Lover's Leap이 단어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쁨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습니다. 거기에 설명되어 있는 것은 "실연한 남자나 여자가 뛰어내려 자살하는 높은 곳"이라고 분명히 나와 있었습니다. 그 뒤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Dovedale in the Peak District in the United Kingdom has a limestone promontory named Lovers' Leap reached by a set of steps built by Italian prisoners of war captured in World War II. The local legend is that a young woman believed her lover had been killed in the Napoleonic wars, so she threw herself off the top of the promontory. Later, her family found out that her lover was alive and well.<영국의 예> Jamaica, on the south coast of St. Elizabeth, has a Lovers' Leap 1,700 feet (520 m) above the Caribbean Sea. Lovers' Leap is named after two slave lovers from the 18th century, Mizzy and Tunkey. According to legend, their master, Chardley, liked Mizzy; so, in a bid to have her for himself, he arranged for her lover, Tunkey, to be sold to another estate. Mizzy and Tunkey fled to avoid being separated but were eventually chased to the edge of a large steep cliff. Rather than face being caught and separated, the lovers embraced and jumped over the cliff. The story was used as the basis for a romantic novel. <자메이카의 예> 에이, 그렇다면 자메이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스리랑카의 Lover's Leap의 전설을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날 마침 그곳에서 결혼을 하는 신랑신부가 있어서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후다닥 써버렸더니 구성이나 인물 묘사 기타 짜임새가 허접한, 삼류 소설이 되었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진도 앞 바다 사고 소식에 마음이 아픕니다. 구조되신 분들은 건강 잘 챙기시고, 돌아가신 분들 삼가 명복을 빕니다. |
(2014년 4월 21일 작성) *스리랑카 여행기는 다음회 즉 제 9부 "갈레"에서 끝 맺습니다.
|
첫댓글 ㄷㄷㄷㄷㄷ
이빨 마주치는 소리...
여행기가 하다하다 슬픈 소설이 되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 섞여있긴한데 이상하게 슬프단 말입니다.
노예가 넘 이뻐서 그런 일이 생겨요.적당히 이뻐야지...ㅠㅠ
노예12년의 그
흑인여배우(루피타니옹고)가 생각나요.
또 다른 영화(논스톱)에도 나왔던데...
암튼 제 댓글도 점점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큰 일입니다.
다행히 곧 끝난다니 안심입니다.
영어를 많이 읽었더니 눈이 빠질것 같다....
영어를 많이 읽었더니 눈이 쑥 들어간 것 같다....
아이쿠~ 참! 연인들 이야기가 진짜인 줄 알고 홀딱 빠져서 읽었더니 작가님이 소설을 쓰셨구만요. 줄거리도 탄탄하고 전개도 좋아서 작가로 나서셔야겠어요.
근데 결혼하는 신랑, 신부가 나이들어 보이는건 저만의 착각이겠지요. 거의 혼주급으로 보여요.작렬하는 자외선 탓으로 해 두렵니다.
스리랑카 차밭을 보고 온 아들이 제주도 오설록 차밭을 본 뒤에 하는 말이 "그 참!! 차가 몇 잔이나 나올랑가!" 하더군요.
원도 없이 넓은 차밭 보시고 온 분이 부럽습니다.
예, 정말 차밭은 끝이 없더군요. 기후나 토양이 적절한가 봅니다.
타밀족 여인들이 일하는 것을 보니 딱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