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 스럽다
너도 그렇다
[삼월]
어차피 어차피
삼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를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삼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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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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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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