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까지 읽으며 어떤 일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첫째 형, 어려움이 생겨도 무너지지 않는 둘째 형, 둥글둥글 성격 좋은 셋째 형을 보며 ‘참 다복한 가정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4연을 읽는 순간, ‘하! 이렇게 도형으로 연결시키다니’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첫째 형은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타인을 편안하게 덮어주는 사각형의 넓은 면적과 안정감을 닮았다. 책을 좋아하는 차분한 성품이 사각형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평소엔 날카롭고 뾰족하지만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을 지녔다. 등산을 좋아하는 둘째 형의 역동적인 면모랑 삼각형의 형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원형인 셋째 형에게서는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축구공처럼 바쁘게 굴러다니는 활기찬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렇듯 전혀 다른 모양의 도형들이 한 공간에 모여 “형들과 함께 있으면 든든해요”라는 깊은 유대감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시의 제목은 ‘형들을 소개합니다’이지만 시선은 결국 아직은 ‘점’인 화자 자신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점은 모든 도형의 시작점이다.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과 도형을 이룬다. 따라서 “나는 아직 점/ 앞으로/ 어떤 형이 될까요”라는 화자의 독백은 결코 작거나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모양으로든 뻗어 나갈 수 있다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눈부신 긍정이다.
첫댓글 두루두루 잘 하는 육각형이나 팔각형쯤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