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1 폭격기
비행기가 전쟁에 처음 이용된 용도는 전투기가 아니라 폭격기로서다. 간단히 말해서 폭탄을 싣고 가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체가 가공(可恐)할 만한 것이어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폭격기에는 적수가 없다고 여겼다. 일본 도쿄 대공습, 독일 드레스덴 폭격이 모두 폭격기에 의한 것이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B-29 폭격기가 일본의 항복을 끌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B-29는 한국전쟁까지 널리 활용됐다. B-29가 한국전쟁 중 옛 소련의 전투기 미그-15에 공격을 당하자 1952년 미국이 B-29의 느린 속도를 개선해 개발한 것이 B-52다.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명을 지닌 B-52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폭격기의 중추를 이루고 있으며 저공으로 더 빨리, 더 오래 비행하는 ‘죽음의 백조’ B-1B가 이를 보완하고 있다. 소련은 B-29에 맞서 ‘곰’이라는 별명을 지닌 Tu-95를 개발했는데 이 역시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의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폭격기의 개발이 한동안 주춤해진 것은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의 발전 때문이다. 스텔스 기술이 개발돼 그 장애를 뛰어넘게 해줬다. 스텔스 기술은 공격기에 처음 적용됐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이라크의 방공망을 초토화시킨 F-117 나이트호크가 미국의 초기 스텔스기다. 스텔스 기술은 다음에 F-22 랩터와 그 보급 버전인 F-35 시리즈 등 전투기에 적용됐다. 그리고 다시 폭격기에 적용됐으니 그 첫 세대가 B-2 스피릿(Spirit)이고 이를 대체할 차세대가 2일 공개된 B-21 레이더(Raider)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맞서 각각 T-50 PAK FA, J-20이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그 성능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런 두 나라가 미국에 근접하지도 못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스텔스 폭격기다. B-21은 조종사 없이도 스스로 항로를 변경해 폭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5세대 군용기인 스텔스기도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미국은 벌써 6세대 군용기인 디지털 스텔스기로 나가고 있다.
▷미국은 내년에 B-21 초도비행을 한 뒤 2026년부터 10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일찍 모습을 공개한 이유는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이 겁 좀 먹으라는 것이다. B-21이 F-22의 호위를 받아 하늘을 난다면 레이더상에서 B-21은 골프공 크기 정도로, F-22 전투기는 작은 구슬 크기 정도로 인식된다. 새들이 몇 마리 날아가나 보다 착각하는 사이 한 국가, 한 도시를 초토화시킬 폭탄이 뿌려지게 된다. ‘폭격기 무적(無敵)론’이 다시 나올 만하다.
송평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