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수녀
원제 : The Singing Nun
1966년 미국영화
감독 : 헨리 코스터
출연 : 데비 레이놀즈, 리카르도 몬탈반, 그리어 가슨
캐서린 로스, 화니타 무어, 채드 에버렛
아그네스 무어헤드, 에드 설리반, 톰 드레이크
마이클 페이트
노래로 세상을 밝힌 헌신, 실존인물
"미소짓는 소녀" 자닌 데케르 이야기
♬ 도미니크 니크 니크....... ♬
너무나 친근하고 경쾌한 이 멜로디를 대부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오래전에 종종 들었던 노래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번안가요로 만들어 부르기도 했지요. 오래전 어느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이 노래 원곡자가 수녀님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녀가 부른 노래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노래가 되었던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본명은 잔 폴 마리 데케르, 노래하는 수녀 시절 예명은 수르 수리르(Soeur Sourire) 로 애칭되었는데 '미소짓는 수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후 수녀원을 나와서 가수로 활동할때는 자닌 데케르로 활동했습니다. 그녀가 수녀로 살아갈 때 불렀던 '도미니크'라는 노래는 도미니크 성인을 칭송하는 일종의 복음송 입니다. 그런데 워낙 친근하고 듣기 편한 멜로디라서 이 노래가 1964년에 레코드로 취입되었고, 엄청한 히트를 했습니다. 빌보드 차트 석권은 물론이고 수백만장의 앨범이 팔렸고,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당시 그녀의 인기가 거의 엘비스 프레슬리 급이었다고 하네요.
급기야 이 수녀를 주인공 캐릭터로 활용한 영화까지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1966년 작품 '노래하는 수녀' 입니다. 자닌 데케르의 나이가 1933년 생으로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그녀 역할을 연기한 데비 레이놀즈가 1932년 생이니 오히려 1살 더 적은 것입니다. 즉 한참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때 부랴부랴 영화가 나온 것입니다.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등장한거죠. 오늘 그 영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앤 수녀 역의 데비 레이놀즈
스쿠터를 몰고 기타를 치는 독특한 수녀
벨기에의 앤 수녀(데비 레이놀즈), 원래 음악을 공부하다가 수녀원에 들어왔고,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수녀입니다. '아델'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낡은 기타는 그녀의 재산목록 1호이고, 특별히 수녀원장(그리어 가슨)은 그녀가 기타를 갖고 있는 걸 허락합니다. 그녀의 노래재능을 알아본 인물은 바로 클레멘티 신부(리카르도 몬탈반), 그는 앤 수녀에게 노래로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하고 친구인 로버트가 운영하는 레코드 회사로 데려갑니다. 그런데 로버트는 바로 앤 수녀와 함께 음악공부를 했던 옛 동창이었지요. 로버트는 그때 앤을 은근 좋아했지만 수년 뒤 수녀가 되어 나타난 그녀를 보고 놀라워합니다. 아무튼 로버트의 주선으로 레코드 취입을 하게 되었고, 앤 수녀는 명성을 얻습니다. 노래로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한 앤 수녀, 그녀에게 수많은 팬레터가 오게 되었고, 유명세를 탑니다. 그러나 속세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수녀의 입장에서 앤 수녀는 더욱 몸가짐에 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지구의 다른 쪽에서 수천마일을 달려온 신사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에서 TV쇼를 진행하는 에드 설리반 이었습니다.(지금 우리나라 김성주나 전현무 급쯤 되겠죠) 그는 자신의 TV 쇼에 앤 수녀의 출연을 간곡히 제안하고 심지어 미국 추기경까지 거론하며 부탁합니다. 결국 지프차 한 대를 기증받고 TV쇼에 나간 앤 수녀는 도미닉을 부르고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실제 상황과 많이 비슷하지요. 그 상황이 발생하고 2년만에 영화가 뚝딱 나았으니. 그렇지만 결코 이 영화는 단지 '노래하는 스타 수녀'의 성공담만으로 다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철저히 종교적 관점에서 만들어졌지요. 캐롤 베이커 주연의 '기적'을 비롯한 많은 종교영화, 성직자나 수도자의 고뇌를 닮은 대부분의 영화들은 그들이 번뇌에 고민하다 결국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도 노골적으로 그런 주제입니다. 단지 앤 수녀의 노래실력만 다루는 것이 아니지요.
앤 수녀의 재능을 발견한 클레멘티 신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도미닉과
앤 수녀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는데...
엄마가 없는 도미닉을 돌보며
엄마노릇을 해야 하는 누나 니콜
"리허설 참가 컨셉이 독특하시네요
수녀복장이라니요"
앤 수녀의 노래 성공담과는 별개로 그녀의 히트송 '도미닉'과 이름이 같은 도미닉이라는 가난한 소년가족과의 따뜻한 이야기가 곁다리로 끼어 있습니다. 곁다리라고 하기엔 비중이 꽤 크죠. 다소 반항적이고 아버지에게 방치되다시피한 어린 소년 도미닉, 그 아이는 누나인 니콜(캐서린 로스)이 돌보는데 니콜은 일하느라 바빠 제대로 도미닉을 보살피지 못합니다.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앤 수녀는 니콜 가족에게 개입하는데 그게 오히려 오해를 낳기도 하지요. 아무튼 그런 앤 수녀의 헌신으로 도미닉은 앤 수녀를 무척 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 때문에 누드사진까지 찍어야 했던 니콜은 지나친 앤 수녀의 간섭에 반발심을 갖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곡절끝에 아주 위태로운 상황도 맞이하고 그로 인하여 앤 수녀는 마음고생도 하지만 결국 이들 가족과 따뜻한 결말을 맺게 됩니다. 특히 앤 수녀가 목숨처럼 아끼는 오랜 친구인 그녀의 기타 '아델'과 관련한 아주 뭉클한 내용도 등장하지요.
성공이 보장되는 가수로서의 길, 그리고 조용히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수도자로서의 길, 특히 과거 동창인 로버트는 여전히 앤 수녀에 대한 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그는 그녀를 가수로 크게 성공시켜서 수녀를 그만두고 자신과 결합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녀라 할지라도 마음의 갈등을 갖지 않을 수 없죠. 이때 앤 수녀를 잡아주는 인물은 그녀에게 처음 음악활동을 권유한 클레멘티 신부였습니다. 결국 앤 수녀는 헌신적 봉사를 위해 스스로 아프리카 선교활동을 떠나고 로버트는 닭 쫓던 개 꼴이 됩니다.
오 "아델(기타이름)' 이로군
앤 수녀의 니콜 가족을 도우려 하지만
오히려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노래로 복음을 알리는 것이라면
기꺼이 승낙합니다. 좋은 일이잖아요
이 영화는 저에게 좀 각별한 작품이라서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였는데 번역본도 없고 영상도 희귀하여 좀 시간이 걸린 영화입니다. 각별한 이유는 노래로 세상을 즐겁게 한 데케르 수녀, 일명 '미소짓는 수녀' '노래하는 수녀'의 안타까운 삶의 결과 때문입니다. 마치 이 영화는 그 수녀의 미래를 예견했거나 그녀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이 옳다고 주장한 듯한 느낌입니다.
실제 데케르의 삶은 이 영화와 완전히 반대로 갔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보고 영화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와 영예를 뿌리치고 종교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지요. 그래서인지 영화가 발표된 1966년 데케르는 수녀원을 떠나 버립니다. 실제 64년 앨범의 히트 이후 영화처럼 수녀원의 삶에 몰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삶에서 노래는 가장 소중한 것이었고, 수녀와 노래 중에서 노래를 선택한 것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종교적 신념과 헌신을 버린 것이 아닙니다. 비록 수녀로서의 삶을 갖지 못했지만 여전히 검소하고 노래로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데 헌신했고, 대부분의 수입은 교회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폐아를 위한 학교도 세워서 운영했다고 합니다. 꼭 수녀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헌신한 것이죠. 그런데 이게 나중에 비극의 서막이 됩니다.
전문 스타가 아니고 돈과 명예에 큰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노래를 통해서 세상에 즐거움과 빛을 들려주고 싶었던 데케르는 그래서인지 수입의 대부분을 기부했는데 나중에 벨기에 정부와 큰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막대한 수입을 챙긴 그녀에게 세금을 크게 부과했는데 대부분의 수입을 교회에 기부한 그녀는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도미닉'의 큰 히트 이후에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린 것도 아니고 가수로서는 하락세를 빨리 걸었다죠.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듯 반짝 인기. 세상물정과 세금관계를 모르던 그녀에게 닥친 불행이었지요.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그녀는 1985년 52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새드 엔딩 입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앤 수녀
큰 호응을 받고 유명하게 된다.
"사인 좀 해주실래요?"
니콜을 도우려다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는 앤 수녀
이 영화가 등장할 1966년 당시만해도 정말 잘 나가는 유명한 수녀였고,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기였습니다. 영화의 엔딩은 그런 영예를 다 내려놓고 음악대신 아프리카 선교활동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결말이었지만, 아쉽게도 실제 그녀의 삶은 그 반대로 갔고 결국 인기도 사라지고 나이도 들고 생활도 어려워진 채 자살한 결말이었습니다. 정말 세상을 위해서 많은 헌신을 했는데 너무 안타깝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데비 레이놀즈가 부르는 노래 한곡 한곡이 무척 애절하게 들립니다. 그 곡들은 모두 데케르 수녀가 직접 작곡하여 불렀던 곡입니다. 그녀는 보기 드문 '싱어 송 라이터' 였던 것이지요.
자, 이 영화에 주연한 여배우 데비 레이놀즈, 모르는 분들이 많은, 요즘은 거의 잊혀진 여배우지만 1950년대를 풍미한 유명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몰라도 고전 뮤지컬 명작 '사랑은 비를 타고'는 많이 아실 겁니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 이었고, 그 영화 외에 그녀 출연작중 비교적 알려진 작품이 '서부개척사' 입니다. 거기서 캐롤 베이커와 자매로 등장했는데 그 긴 대작에서 유일하게 초반부와 엔딩부까지 등장한 비중이 큰 역할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두 편 외에 그녀의 영화는 요즘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천부적 재능이 넘치던 유능한 여배우였지요. 몸은 아주 아담하지만 노래와 연기 모두 소질이 있는 여배우였지요
토니 커니스와 공연한 '인생의 조건(The Rat Race, 60)' 호텔방 원룸 두 살림을 하게 된 남녀의 이야기로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달달한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글렌 포드와 공연한 로맨틱 코미디 '그것은 키스로 시작되었다(It Started with a Kiss, 59)' 에서는 치열한 사랑의 밀당끝에 결국 해피엔딩을 이루는 부부 역할로 재미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역으로 유명한 여배우 캐리 피셔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에디 피셔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는데 에디 피셔와는 불과 4년을 결혼생활을 했고, 이후 에디 피셔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결혼을 하지요.
실제 TV쇼 인기 진행자였던 에드 설리반이
본인 역으로 출연하여 '어색한 연기(?)'를 선보인다
결국 미국 TV쇼까지 등장한 앤 수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번뇌에 빠진 앤 수녀
결국 니콜과 따뜻한 화해를 하는 앤 수녀
데비 레이놀즈 외에도 원장수녀 역에는 전설의 여배우 그리어 가슨이 등장합니다. 우리에게 심금을 울려준 고전 명작 '마음의 행로'와 '미니버 부인'이 많이 유명하지요. 그리고 50-60년대 비중있는 조연으로 많이 등장한 리카르도 몬탈반이 클레멘티 신부 역으로 선량한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주목할 배우가 등장하는데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캐서린 로스 입니다. '졸업'과 '내일을 향해 쏴라' 에서 뛰어난 미모를 과시한 그녀인데 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처녀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니콜 역으로 앤 수녀와 특별한 인연을 맺습니다. 아프리카 선교에 함께 가는 동료 수녀 역은 '슬픔은 그대 가슴에'에서 흑인 엄마 역은 많은 심금을 울렸던 화니타 무어로 이 영화에서도 넉넉한 인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TV쇼 진행자 에드 설리반 역으로 진짜 에드 설리반이 본인 역으로 특별출연합니다. 그런데 이부분이 좀 재밌지요. 제가 그의 TV쇼 진행 연기를 보면서 "뭐야 왜 이리 발연기야'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진짜배기 TV쇼 진행자였는데 말이죠.
현실은 늘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 너무나 큰 부와 명성을 얻을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험한 아프리카 오지로 선교활동을 떠난 앤 수녀가 바보같이 보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영화와 달리 수녀의 삶 대신 가수의 삶을 선택한 데케르의 삶은 비참한 엔딩이었습니다. 물론 좀 더 영악하고 실리적으로 살았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평생을 헌신과 봉사로 살다시피한 데케르였기 때문에 매우 안타까운 엔딩입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부른 주옥같은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의 빛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ps1 : 이 영화의 또 하나의 각별한 부분은 바로 헨리 코스터의 유작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주교의 아내' '성의' '사막의 여왕' 등 종교와 관련된 영화들을 제법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소녀' 는 그가 만든 매우 따뜻한 영화였지요. 그런데 촬영 중 데비 레이놀즈와 그리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 61세였는데 좀 빨리 은퇴한 셈이지요. 그는 무려 22년을 더 살았으니까요.
ps2 : '미소짓는 수녀' 실제 자닌 데키르가 부른 도미니크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의 앨범이 직접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노래하는 수녀(The Singing Nun, 66년) 도미니크 를 부른 미소짓는 수녀 이야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