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4745474235510297&id=100001433028701&sfnsn=mo
첨부한 첫번째 이미지는 어젯밤 늦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대검 대변인 휴대폰 임의제출 및 포렌식에 대해 기자들이 검찰총장에게 입장을 요구해서 감찰부장이 입장문을 배포하려고 하자, 대검 기자단이 집단 보이콧을 한 상황이다.
대검 기자단이 해명을 요구해놓고는 그 해명 성격의 입장문을 수령 보도하지 않겠다고 집단행동을 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럼 대검 기자단은 도대체 뭘 하는 인가. 편안한 소속사 사무실을 두고 거기엔 왜 가있는 것인가.
사실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주제가 아니라, 한동수 부장의 입장문에서 보여준 깨알같은 포렌식 원칙론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수사기관으로서 매우 당연한 일인데도, 정 교수 수사에서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지켜지지 않았던 원칙이다.
아래 한동수 부장의 글 아래 내가 붉은 색으로 밑줄 표시한 부분을 보시라.
"공용폰 보관자가 참관을 원치 않아 전문수사관 입회 하에 포렌식을 실시하고, 그 과정을 영상 녹화하는 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했음"
https://www.facebook.com/dshdaum/posts/4519028688173098
'보관자가 참관을 거부해서 대신 영상 녹화를 했다' 라는 것이다. 포렌식에서 매우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해당 휴대폰의 소유자는 국가 혹은 대검찰청이므로 그 주체의 일부인 대검 감찰부가 소유자의 참관을 요청하는 것이 애매하고, 보관자에게 참관을 요청한 것이다.
한 부장은 일반인에게 이해하기 쉬운 말로 '신뢰성 확보를 위해'라고 표현했지만, 엄밀하게 포렌식 법리 용어로 말하자면 '증거의 원본 동일성 확보를 위해'가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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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은 상당히 장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니 참관, 입회자가 그 과정을 일일이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포렌식에 있어 참관자의 입회가 필요한 시점은, 포렌식의 시발점으로서 물리적 매체에서 디지털 정보를 추출하는 '해시' 과정이다.
이 '해시'라는 과정은, 대규모 정보로부터 작은 '지문'과도 같은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인데, 기술적으로는 대규모 정보를 통째로 복잡한 해시함수라는 수학 함수를 돌려서 수십~수백 글자의 지문 정보(해시값)를 얻어내는 것이다.
동일한 상태의 원본 정보를 동일한 해시 함수를 돌리면 항상 동일한 해시값이 나온다. 따라서 해시값은 원본이 조작되지 않았음을 기술적으로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정보는 그 기술적 특성상, 원.래. 무제한 조작이 가능하고, 조작이 된 후 조작 사실을 적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다른 거의 모든 유형의 증거물들이 사후에라도 조작 여부 감정이 가능한 것과 크게 상반되는 디지털 증거만의 핵심적 특성이다.
형사재판을 앞두거나 진행중에는, 수사기관이든 그에 반하는 피의자측이든, 상대를 논박하기 위한 결정적 증거에 목마른 만큼 유죄 혹은 무죄 근거를 들이대기 위해 디지털 정보를 조작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디지털 정보가 완벽하게 조작 가능하고 조작후 적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정보를 포렌식하는 측에서, 그 정보가 원본으로부터 조작이 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법리적 책임이 있다. 이런 책임의 문제를 법리 용어로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이라고 하며, 이런 원본 동일성을 입증할 수 없으면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하여 재판의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된다. 즉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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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나는 지난해 8월부터 정경심 교수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변호인측 포렌식 전문가로서, 여러 건의 결정적 무죄 증거들을 찾아내어 전문가의견서들로 1심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무죄 증거들을 찾아낸 것들과 별개로,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견서는 이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에 대한 의견서였다. 검찰이 표창장 위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내용들 모두가 나온 강사휴게실 PC들의 포렌식 과정에서, 원본 동일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 디지털 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나 멋대로, 임의적으로 해시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해시 과정을 지켜보는 참관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선거의 개표 과정에 선관위 관계자 외에 객관적 참관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과 똑같은 일이다.
그런데 만약 개표 과정에서 참관인을 배제하고 무단으로 개표를 해서 문제가 제기됐는데, 투표함 투표용지들이 사후 훼손되어 조작됐는지 재검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면 어떻게 되는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나가리 판'이 되고, 아수라장이 된다. 조국 수사팀이 강사휴게실 PC들을 갖고 한 행위가 이런 짓이다. 법리적 결과로 보자면, 핵심 증거물을 수사팀이 훼손한 것과 똑같다.
무죄 증거들과 함께 이 원본 동일성에 대한 주요 설명은, 항소심 재판부에 별도의 전문가의견서로도 제출했고, 고일석 기자와 함께 지난 7월 말에 출간했던 "표창장 사기극" 책에서도 자세히 기술했다. 이 책 내용 중에서 이 한동수 부장의 입장문 내용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캡쳐해서 두번째 첨부 사진으로 올린다.
"특히 2019년 9월 11일 최초 해시 때 혹시 검사 측에게 어떤 이유로 피고인 측 참관을 회피하려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봉인 해제 및 해시 전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하는 등의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는 할 수 있었다. 물론 비디오 녹화도 봉인 해제부터 해시까지의 전 과정을 끊어지지 않는 연속된 영상으로 녹화했어야만 증거의 동일성을 주장할 수가 있다"
('표창장: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치검찰의 사기극' 제 342페이지.)
2019년 9월 10일, 동양대에 사실상 상주하고 있던 조국 수사팀이 강사휴게실에서 2대의 PC들을 발견하고 사실상 강압적인 억지 임의제출을 받아 대검으로 보낸 후, 수사팀은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포렌식에 착수했다.
그런데 포렌식의 출발지점이 해시 작업인데도, 당연히 있었어야 했던 참관인을 두지 않고 수사팀 관계자들끼리만 몰래 해시를 했다. 당시 피의자였던 정경심 교수측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아 참관 기회도 원천 봉쇄한 상태였다.
그래서 위의 책 내용과 같은 지적을 한 것이다. 당시 시점에서 조국 수사팀이 고약한 의도가 있어 의도적으로 피의자측에 통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증거능력을 보전하기 위해 증거의 동일성 조치는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의자도 제출자도 참관시키지 않은 채로 해시를 강행하는 경우, 증거의 동일성 보장을 위해 법정에서 객관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제3자를 참관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수사팀은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도 저도 없이, 참관인이 전혀 없을 때, 포렌식에서 동일성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바로 영상 녹화이다. 영상 녹화라도 해두면 사후 법정에서라도 제출하여 증거의 동일성이 지켜졌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 수사팀은 이조차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 영상 녹화조차도 하지 않았다고 검사측이 시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항소심 진행 중에 증거의 동일성 문제로 매우 곤궁한 처지에 몰렸음에도 검사측에서 녹화 영상을 제출하지도 못한 것으로 봤을 때 영상 녹화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었기에, 제출자의 해시 참관 비협조 상황에서 대검 감찰부의 선택이 빛나는 것이다. 참관자 입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감찰부는 그 대신 영상 녹화를 했다지 않은가. 관계자, 특히 피의자 편에 선 관계자에게 참관을 요청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참관을 거부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 수밖에 없는데, 그런 흔치 않은 상황에 봉착해서 대검 감찰부는 포렌식의 기본 대원칙을 매우 잘 준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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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만큼, 조국 수사팀이 강사휴게실 PC들의 포렌식 당시 취했던 행위에는 더욱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원본 동일성 문제는 포렌식 이론에서 가장 기초적인 대원칙 중의 하나다. 검사가 몰랐을 수는 있어도, 당시 포렌식을 주도한 이 모 분석관은 당연하게도 알고 있었다.
디지털 포렌식 관련 서적과 강좌마다, 공통적으로 서두에서부터 가장 강조하는 원칙들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원본 동일성 확보다. 해시에는 반드시 참관인이 필요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영상 녹화등의 대안을 강구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같은 이 모 분석관은, 그 시점보다 불과 일주일 전에 있었던 동양대 연구실 PC를 해시하던 당시에는, 너무도 꼼꼼하게 이런 참관 절차를 지켰다. 자신의 실수로 변호인측 참관 당시 정작 중요한 SSD를 해시를 빼먹자, 다시 한번 변호인측을 불러 PC 봉인 해제, 매체 SSD 분리, 해시 재실시 등의 절차를 다시 실시한 것이다.
검사측 주요 증거 문서인 이 모 분석관의 포렌식 분석보고서들에는 그런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강사휴게실 PC들에는 아무런 조치도 명시되어 있지도 않고, 그냥 분석관 멋대로 혼자, 무단으로 해시를 실시했음을 알 수 있다.
즉 강사휴게실 PC들을 해시하던 당시에는, 조국 수사팀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참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참관 조치가 필요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확인되는 이 모 분석관이 왜 문제의 PC들을 해시할 때만 참관 절차를 누락했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측이 고의로 증거능력을 훼손한 이 문제를, 변호인측의 중요 의견제출과 변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시해버림으로써, 명백하게 위법한 판결을 내렸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님이 입증된 검사측 엉터리 증거만 채택하고 변호인측 포렌식 증거들은 몽땅 무시하겠다고 판결문에 명시해버린 것 역시 위법한 판결이었음을 입증하는 근거다. (법리 용어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판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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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항소심 재판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변호인측 증거자료를 일괄 무시해버리는 과감하고 황당한 선택을 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들이 사실상 담합하여 철저하게 변호인측 포렌식 주장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덕분이라고 본다.
항소심 1차공판에서만 해도 변호인측 주장을 몇몇 보도를 하더니, 재판 후반부로 가면서는 점점 보도 횟수가 줄어들고, 결심공판으로 다가가면서 결정적으로 무죄 증거들을 연속적으로 밝혀냈음에도 그런 무죄 증거들은 전혀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았다.
고 기자와 내가 '표창장 사기극' 책을 출간했던 이유가 바로 언론들의 무시 때문이었고, 그래서 출간 직후 서울중앙지법 기자실 등 다수 기자들에게 직접 보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표창장 사기극' 책도 무시 당했다.
항소심 판결 직전에 뒤늦게 보도된 뉴시스의 소개 기사를 제외하면, 모든 언론들이 그토록 관심 있어하던 항소심 재판의 변호인측 주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언론들의 의도적 무시 덕분에, 이 책은 시국의 주요 사안에서 독점적인 결정적 내용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민망할 정도로 매우 적은 부수만이 판매되었다.
출간 사실이 알려져야 판매가 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그 소량의 판매 부수는 내 페친, 팔로워 등 모두 검찰개혁 시민들이었을테고. 언론의 담합성 무시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중대한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즉 항소심 재판부의 엉터리 판결에는, 단지 해당 판사들만의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과 언론사들의 의도적 무시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에 한동수 부장도 대검 기자단으로부터 집단 보이콧을 당한 것처럼, 이 검찰개혁의 판에는 역시 언론이 적폐의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