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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heeSungLand☆★ 원문보기 글쓴이: Tracy McGrady
최근 음반 판매 차트를 보면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가수들 일색이다. SG워너비 2집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테이, 성시경, 윤종신, 김조한, 심지어는 데뷔 23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선희의 새 앨범도 꽤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바야흐로 가창력을 갖춘 가수가 아니면 음반을 팔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한때, 그러니까 음반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노래 못 하는 댄스 가수’들이 판매량 상위권을 점령하던 현실을 개탄하던 목소리가 높았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절창의 보컬리스트들이 음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음반 시장에서 그나마 분투하고 있는 이 절창의 보컬리스트들, 가슴을 후벼파는 감성의 소유자들을 통해 우리는 희망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만세 부를 준비를 해도 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90년대의 가요 시장이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됐다면 지금의 그것은 ‘R&B’와 발라드로 나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언니네 이발관, 마이 앤트 메리 등의 모던 록 밴드, 클래지콰이,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의 라운지 뮤지션들이 라이브와 파티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지만 대세에 편입하기에는 먼 길을 가야 할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특정 장르의 독과점 현상, 한 숨 쉴 일은 아니다. 영미권 음악의 영향을 받는 곳이면 세계 어디나 발라드는 불변의 트렌드요, R&B를 비롯한 흑인 음악이 21세기 주류 대중음악의 확고부동한 대세니 말이다. 지금, 문제는 장르가 아니다. 그 편중된 장르 안에 존재하는 보컬 스타일의 편중이다.
한 때 공연 기획자들 사이에 이런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임재범이 출연하는 행사는 어떤 행사든 관객 1만명을 모을 수 있다고. 오랜 기인 생활 탓에 대중들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하거니와 일단 그의 노래를 실제로 한 번 듣게 되면 다시 들으러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런 일화가 증명하듯 지난해 10월 5집 <공존>으로 컴백한 임재범은 80년대 시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히트곡보다는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온 가수다. 활동 기간에 비하면 몇 곡 되지 않는 히트곡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것이 아니라는 성대를 무기로 두성과 비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특유의 흉성을 통해서 굵직하게 뻗어나가는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를 노래 잘하는 가수의 대명사처럼 만들었다. 실제로도 그렇고. 어떤 노래든지 임재범의 목을 거치기만 하면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렸고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보컬의 지존, 그게 임재범이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가수 지망생 중 감히 누가 존경하지 않았을까.
박효신과 JK 김동욱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특히 박효신을 포스트 임재범의 시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효신의 2000년 데뷔곡 ‘해줄 수 없는 일’은 명백한 ‘임재범 워너비’의 노래였다. 이후 그는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리메이크함으로써 임재범에 대한 그의 존경을 표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임재범과 함께 부르기까지 했다. 스스로 임재범의 적자임을 알리려는 것 같을 정도였다. 쉬지 않고 보컬에 입혀지는 바이브레이션 정도를 박효신 나름의 차별점 찾기라고 볼 수 있을까. 박효신의 대성공은 이른바 ‘임재범류’의 목소리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게 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요컨대 가요 제작자들에게 ‘임재범 같은 목소리를 찾아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JK 김동욱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가 초창기에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할 무렵에는 ‘위기의 남자’를 부른 가수가 임재범이 아니냐고 착각하던 사람도 부지기수였으니까. 타고난 목소리와 중저음 부분에서 특히 임재범과 유사한 음색을 갖고 있는 김동욱은 고음부에서 파워를 자제하고 바이브레이션이나 이른바 "음 꺾기’를 사용하지 않고 음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임재범과 차별화된 보컬리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노래와 더불어 자신의 창법을 완성시킨 임재범과 보컬학과를 졸업하고 R&B를 추구해온 김동욱의 차이라고 할까. 다만 박효신이든 김동욱이든 ‘굵은 목소리의 호소력 있는 절창’을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와 등치시켰다는 점에서 임재범이 일궈낸 계보의 뒤를 따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성연, 강인한, 그리고 테이까지, 애절하게 울려퍼지는 굵은 흉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에는 예외없이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평가를 ‘임재범과 비슷한 음색을 지닌 가수’로 바꿔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목소리를 좋아하느냐는 취향의 문제다. 다만 시장에서 임재범 스타일의 창법이 보다 많은 ‘취향’을 자극할 수 있음을, 그리고 안정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그의 그림자 속에 들어가 있는 가수들은 입증하고 있다. SG워너비의 김진호가 가장 최근의 성공 사례일테고. 임재범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걸어온 가수들은 그나마 낫다. 한국 보컬 계보의 다른 꼭지점들, 그 뒤를 따르는 이들에 비하면. 흑인 음악이 대세가 되면서 너도나도 김조한, 박정현이 제시한 R&B 창법이란 걸 뒤따르기 시작했다. TV를 켜면 가수란 가수는 죄다 온몸을 배배꼬며 음을 ‘워어어어~’ 꺾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90년대 초중반의 되지 않은 랩 열풍은 그에 비하면 차라리 순진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바야흐로 ‘목소리 떨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정점은? 당연히 유영진의 지도를 받은 SM사단이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환희가 데뷔 초기 유영진류의 ‘워어어어’로 시작해서 자신의 음색을 찾아가는 과정엔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물론 박진영의 휘하에 있던 JYP출신 가수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 흐름에 종지부를 찍은 가수가 휘성과 브라운 아이즈의 나얼이었다. 이렇다할 기교를 쓰지 않고 진성으로 승부하는 휘성은 감정처리, 즉 ‘필’이야말로 흑인 음악 보컬의 정수임을 보여줬다. 가창력이란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와 느낌, 즉 가창력 이상의 가창력으로 그 전과 차별화된 소울 보컬을 들려준 것이다. 그리고 탁월한 작곡가인 윤건의 곡을 애절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소화했던 나얼의 목소리가 일으킨 센세이션을 무시할 수 없다. 2002년 ‘벌써 일년’이 라디오와 케이블TV를 석권하면서 ‘그놈의 보컬 바이브레이션’ 때문에 R&B를 비롯한 일련의 흑인 음악(한국에서 불려지는)에 거부감을 갖던 사람들마저 브라운 아이즈의 팬이 되었을 정도였으니까. 나얼의 목소리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한국 발라드의 정서를 계승하는 애잔함을 타고난 미성과 훈련된 두성을 버무려 표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힘 역시 미성이니, 두성이니 하는 전문 용어 보다는 목소리의 독창성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전문 트레이너에게 오랜 기간 테크닉을 연마받아 비슷한 창법으로 데뷔 하는 수많은 가수들이 이렇다할 주목도 받지 못하고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휘성과 나얼, 모두 기교만 연마해서 따라할 수는 없는 보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음악에 대해, 보컬 테크닉에 대해 무지한 사람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은 몸으로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초기의 김윤아와 박혜경, 박기영 등이 마련해놓은 보컬 스타일을 내세워 데뷔하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여성 보컬들 (물론 그녀들의 뒤에는 거의 들러리에 가까운 밴드가 있다)에 대해서는 아예 이 자리에서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절창은 고작해야 노래방에서나 쓸모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가요계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들이 쏟아지는가. 문제는 시장이다. 시장에 돈이 돌 때 공격적 투자도 있고 리스크 감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사망진단서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게 지금의 음반 시장이다. 새로운 목소리를 발굴하고 훈련시켜 시장에 들이대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큰 상황인 것이다. 공격적 투자보다는 보신에 가까운 안정적 투자만이 살길인 시점이다. 따라서 익숙한 목소리, 이미 시장에서 검증 받은 목소리가 투자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GM 기획의 김광수 대표가 SG워너비를 데뷔시킬 무렵 “50만장 이상 못 팔면 가요계를 떠나겠다”고 공언했던 자신감은 그들이 바로 ‘검증된 목소리’의 집합체요, 기존 ‘절창 계보’의 집대성이라는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의 그림자는 산의 형태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역사는 그림자가 아닌 산을 기억한다. 우리는 좀 더 많은 산을 원한다. 보다 많은 원작이 등장하길 바란다. 이선희와 이승철, 하림과 바비킴처럼 스스로 우뚝 서있는 산과 산을 이어가며 우리 보컬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기를 원한다. 김추자에서 조용필을 거쳐 임재범에 이르는 보컬의 산맥이 끊기는 날, 핸드폰과 블로그의 배경음악 정도의 효용만을 가진 지금의 음악은 그나마 이 역할마저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90년대 이후 우리 음악시장이 장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몰락의 길을 걸어왔듯, 음색마저 획일화되는 시대에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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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휘성랜드에서 퍼온거라..ㅋ 휘성글엔 파란 글씨가 있네요ㅋㅋ GQ 기사는 항상 정말 맘에 들어요~!
환희는 정말 기획사의 틀에 박힌 교육을 박차고 나온 가수..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저도 지큐에서 읽었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어쨌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하는듯!
공감 공감~~ R&B 라고해서 일명 소몰이창법이라 하는 워우우우~~ 나 지나친 바이브레이션을 해서 인위적이고 싫었는데....그런 가운에 나얼 목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SG워너비 노래 잘하는 거 인정하지만 위에 글대로 너무 안전빵으로만 가고 있어서 별로..보컬이나 곡 자체에..특별한 것(개성이나 독창성)도 없고..그저 듣기 편하고 좋은 노래일뿐..우리 나라 음악계가 퇴보하고 있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