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외국인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EM) 지수 한국 내 비중 축소가 마무리된 후에도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상장으로 글로벌 비교지수에서 국내 증시의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람코의 상장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의 크기와 오는 15일 예정된 미국의 대중관세 부과 연기 여부가 12월은 물론 올해 전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93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강한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면서 총 4조3,36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 2015년 12월2일부터 2016년 1월5일까지의 22거래일 연속 순매도(3조7,055억원) 이후 약 4년 만의 최장기 매도 기록이다. 이날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며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올 한 해 누적 거래금액이 618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가 마무리됐지만 아람코 상장으로 글로벌 비교지수에서 국내 증시의 비중이 축소될 우려가 남아 있는 점이 외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람코가 FTSE·MSCI 등 글로벌 비교지수에 반영될 경우 한국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MSCI 정기변경 때마다 외국인의 매물 압력에 시달려왔던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한 번 수급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15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연기 여부 역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좌우해 올 한 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이슈로 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단계별 부분 합의로 결론 지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11월 이후 무역협상 합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만큼 재료노출의 성격이 커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미중 무역합의가 지연되고 있고 합의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15일 협상 결과에 따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인 글로벌 증시의 되돌림 과정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