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 하악!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사를 전날 작성하고 편집하는 것 지켜보느라 힘들어진 마음에 15일 아침 회사 대신 3호선 불광역으로 향했다. 장미공원에서 북한산성 입구에까지 이르는 길을 먼저 걸어볼 요량이었다. 집친구의 얘기를 들었는데 얼마나 이 코스가 힘들지 몸소 느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10시 5분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구기터널 쪽으로 걸어올라 장미공원을 끼고 중간에 딱 한 차례 쉬고 12시 30분쯤 효자동 송추가마골에서 점심으로 갈비탕 먹고 다시 내시묘역길로 올라 북한산성 안 플레이 카페에 앉아 컴퓨터를 켜니 오후 1시 40분이었다.
길은 소문대로 햇볕을 그런대로 가려줬다. 드문드문 뙤약볕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아스팔트 포장 길을 터벅터벅 걸어야 했지만 그런대로 심심찮았다. 가기 전에는 완전 계단만 있어 오르막내리막을 해야 하는줄 알았는데 제법 자연주의적 보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벌써 날이 더워 숲그늘로만 가는데도 숨이 차올랐다. 중간중간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구간이었다.
물론 깊은 산 은은심처에 이르는 맛 같은 것은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게 순전히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가는 정기산행 때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생각보다 산 바깥으로 밀려나갔다가 들어오면서 향로봉을 조망하는 맛, 마실길 중간에 진관사 앞쪽 한옥촌의 뒤쪽에 내려서니 아주 좋은 집들이 눈에 들어오고, 내시묘역길 올라오는 신작로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위용이 좋았던 점으로 꼽을 만했다.
현충일 북한산 의상봉을 다녀온 넷과 집 근처라 불려 나온 회장님까지 다섯이 의견 일치를 본 것이 창원 일박이일 일정을 포기한 만큼 서울에서 가까운 곳, 계곡이 있으면 좋고, 숲길이라 햇볕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15일 돌아보니 계곡 물은 없다. 바짝 말랐다. 우리가 보태줘야 할 판이다. 아톰 형이 제안했던 산성 카페 4층 테라스에서 밤하늘 올려다보며 고기 구워 먹는 일은 포기했다. 가게 사정이 그렇다고 했다. 이 방법을 택하면 오후 2시쯤 출발해 밤 9시 정도까지 함께 해야 하는데 가장 무더운 때 산행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 귀가가 한참 늦어진다는 것도 어지간히 부담스러웠다.
6월 정기산행 기준에 모두를 충족시킬 수도 없고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튼 회장님 말마따나 “더워서 생각하기도 싫은지” 모른다. 약간의 불만이 뒤따르더라도 그저 오전에 잠시 외출해 땀이 모시적삼을 적실 만큼만 흘리고 점심 먹고 헤어지는 거다. 나처럼 카페에서 시간 때리기 좋아하고, 북한산 바위가 그리운 이이거나, 집에 일찍 들어가기 서먹한 이에겐 카페 플레이도 있고 산성 안에 술 마실 데는 널려 있으니.
6월 정기산행 공지
오전 9시 30분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 나와 가게 앞 빈터.
오전 9시 45분 장미공원~구름정원길
오전 12시 마실길 끝 송추가마골(이건 예약해놓았음)이나 다른 곳에서 점심
오후 1시 해산
2차 하실 분들은 내시묘역길로 다시 올라와
오후 2시 북한산성 안 카페나 음식점
준비물-물(중간에 보급할만한 가게는 많으므로 한 병이면 충분), 반바지와 반팔, 토시, 선글라스, 자외선차단제, 갈아입을 옷, 행동식 또는 과일, 양산을 가져오는 것도 도움 될 것 같음.
송추가마골 갈비탕(1만 1000원)이 아주 맛있음. 그러나 회장님이란 결정적 하자가 있음. 난 예약을 10명 하면서 물어봤다. 연잎정식이 있네요? 아 그건 주말에는 안해요. 그럼 뭐가 있나요? 고기를 구워 드시면 청포묵 나와요. 그거 드시면 안되나요. 만두와 냉면도 있고요.
순간 예약을 너무 성급하게 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직 취소하지는 않았다. 그날 아침에 취소해도 될만큼 손님 많은 맛집이므로. 이 집 갈비탕 정말 훌륭하다.
첫댓글 참석,
참석이요!
내시묘역길을 묘시내역길로 쓰다니. ㅋㅋ 구름정원길도 정름구원길로 쓰시지. ㅎㅎ